[송영준] 나는 왜 글을 읽다가 마는가
안녕하세요.
'국어는 흐른다' 송영준입니다.
글을 읽는 것은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독해에 사용되는 원리는 두세 가지 정도이고
어떤 원리를 사용하든 적용 과정이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독해에 필요한 도구들을 준비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국어 공부를 시작하여 2~3주가 지나면
독해에 필요한 도구는 모두 배우게 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오늘은 이것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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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글을 읽을까?
글은 왜 읽는 걸까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죠.
글을 읽은 후에는 머릿속에 내용이 남아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당연하고 단순한 얘기지만
실제로 지켜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아요.
그럼 학생들은 내용 대신 무엇을 남기는 걸까요?
구조입니다.
내용 대신 구조를 남기는 경우가 참 많아요.
내용과 구조는 뗄 수 없는 관계를 갖지만
독해의 결과물로
구조를 남기는 것과 내용을 남기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다음 예를 봅시다.
<2017학년도 9월 모의 평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권리 능력이라 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저절로 권리 능력을 갖게 되고 생존하는 내내 보유한다. 그리하여 사람은 재산에 대한 소유권의 주체가 되며,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채권을 누리기도 하고 채무를 지기도 한다.
학생들을 상담하며 위의 내용을 설명해 보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여러분도 한번 내용을 얘기해 볼까요?
우선 첫 문장을 봅시다.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권리 능력이라 한다.
이 문장의 내용을 설명하라고 요구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권리 능력의 정의'라고 답합니다.
권리 능력의 정의?
앞서 얘기했듯 글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내용을 설명하라고 요구했죠.
권리 능력의 정의가 내용인가요?
아니죠.
정의는 어떤 개념이나 사물을 한 문장 정도의 분량으로 설명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의는 어떻게 설명했는지를 말하는 것이지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죠.
권리 능력이 정의로 설명됐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권리 능력이 무엇인가죠.
그래야 "권리 능력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을 거예요.
권리 능력이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말합니다.
정의를 그대로 읽은 것이지만 반드시 이렇게 대답을 해야 합니다.
내용이니까요.
그리고 첫째 문장에서 둘째 문장으로 가져가야 할 것은
권리 능력의 정의가 쓰였다는 점이 아니라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이란 권리 능력의 실질적인 내용입니다.
둘째 문장을 설명해 볼까요?
사람은 태어나면서 저절로 권리 능력을 갖게 되고 생존하는 내내 보유한다.
"권리 능력이요."가 아니죠.
둘째 문장은 '사람'에 대한 설명입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사람'의 '권리 능력'에 대한 설명이죠.
그러나 이것은 완성된 답안이 아닙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래서 사람에서 권리 능력이 실제로 어떻게 되느냐?"이죠.
권리 능력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말합니다.
이 내용을 둘째 문장으로 가져가는 것이죠.
"사람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태어나면서 저절로 갖게 되고 생존하는 내내 보유한다."가 됩니다.
첫 문장을 권리 능력의 정의라고 정리하고 넘어가면
둘째 문장을 "사람의 권리 능력을 설명하네."라고 정리하게 됩니다.
겉만 핥고 넘어가는 것이죠.
내용이 남지 않는 것입니다.
셋째 문장을 볼게요.
그리하여 사람은 재산에 대한 소유권의 주체가 되며,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채권을 누리기도 하고 채무를 지기도 한다.
셋째 문장은 '사람의 권리 능력의 예'가 아닙니다.
예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예란 어떻게 글을 전개했는지를 말할 뿐입니다.
나는
그 예가 무엇인지, 즉 내용 알맹이가 필요합니다.
주어가 '사람'이므로 앞서 제시된 '사람'의 '권리 능력'의 내용을 쉽게 연결할 수 있죠
재산에 대한 소유권의 주체가 되며
이 부분에서 실수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권리 능력이란 권리와 의무가 아니라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말합니다.
권리와 의무가 나오더라도 그것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면
그것은 권리 능력이 아닙니다.
'재산에 대한 소유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산에 대한 소유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채권, 채무도 마찬가지예요.
채권, 채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채권'을 누릴 수 있고(권리의 주체)
'채무'를 질 수 있다(의무의 주체)는 점이 핵심입니다.
핵심은 '주체'입니다.
'주체'까지 정확히 읽었을 때
첫 문장과 셋째 문장이 정확히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이것이 예를 읽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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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은 습관의 문제입니다
방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습관의 문제입니다.
예
병렬형
통시와 같은 것들은
단지 글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말할 뿐이죠.
내용을 구조로 정리하는 것은
글을 읽다가 마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내용을 이해해야 합니다.
내용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위에서 제가 사용한 방법은 특별하거나 새로운 것이 없어요.
내용으로 마무리하는 습관이 없는 거예요.
문장이든 글이든 그것을 읽었을 때는
내용으로 마무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
국어가 막히면
방법의 문제라 판단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국어를 생각해 봅시다.
방법이 문제인가요?
습관이 문제인가요?
의미있는 공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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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다니면서 재수중인데 요즘들어 친구들 생각이 많이나네요.. 고3때 학교에서...
구조를 기억해두고 문제에서 무엇을 물어볼 때 그 위치를 빠르게 찾아서 풀면 안되나요?
말씀하신 부분은 문제 풀이 전략에 대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가 위에서 적은 내용은
글을 읽는 자세에 대한 내용으로 이해해 주시면 됩니다.
글은 최대한 이해를 시도하되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거나
깊은 이해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정보의 경우에는
구조를 통한 접근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러한 판단도 최대한 이해를 시도한 후에 가능한 것입니다.
답변이 되었을까요?
아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제가 읽었던 방식이랑 같아요 현재 최대한 저런식으로 기출 지문을 보고있는데 시간은 갈수록 단축되겠죠? 좀 긴지문 만나면 시간이 오래걸리내요 ㅠㅠ
독해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시간은 문제 풀이 과정에서 줄인다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문제 풀이 과정을 점검해 보시면 어떨까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사용됩니다.
문제를 풀때 선택지에 있는단어를 최대한 지문에 있는 말로 바꾸려고 하면서 문제를 풀고있어요 아직 이렇게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좀 힘든거 같아요.
문제풀이 과정에서 최대한시간을 줄여보도록 할께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요새제가느끼는거랑비슷하네요. 결국에 구조라는것도 글의내용이해를 위한도구인데, 제가 읽을때보면 주객이전도되서 구조만파악하고내용은 이해가 안되는상황이 많이 발생하더라구요.
면담을 하면서 자주 느끼는 부분입니다~
단지 방향의 문제로 준비한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렇게 읽다보면 결국엔 지문내용을 대부분 안고 가는것 아닌가요?
전 저렇게읽으면 전개구조에 집중을 못할때가 있더라구여..
그래서 여기선 정의가 나왔네. -> 유심히 읽는다 -> 선지에서 물어봤을때 기억나면 그냥 바로 판단하고 기억이 안나면 돌아가서 그 부분 다시 보는데.. 이런 방식은 별로인가여??
위 설명에서 보시면 첫째 문장과 셋째 문장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죠~ 이처럼 문장은 같은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반복합니다. 지문 내용을 대부분 안고 가는 것이 맞지만 이렇게 같은 내용이 반복되기 때문에 양은 생각보다 적은 편입니다.
정의에 대해서 얘기를 드리면 정의란 한 문장으로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추상적이란 속성을 갖습니다. 새로운 정보인데 분량이 한 문장밖에 되지 않아 반드시 뒤에 추가적인 설명을 가지고 오게 됩니다. 이때 정의와 이어지는 문장은 같은 내용을 다룹니다. 따라서 위 칼럼의 첫째, 셋째 문장처럼 묶이게 되죠.
말씀하신 풀이 방식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다만 정의에서 이어지는 내용이 하나로 묶이고 있는지를 점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시면 제가 자세하게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선생님 책을 산 학생인데 질문이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시간을 더들여서라도 지문에서 키워드 위치만 기억한다음 1대1대응으로 확실한 근거를 마련하고 문학에서 시간을 줄이는 스타일이었는데, 선생님 책을 읽고 머리를 써서 내용을 기억해야한다는걸 알고 그게 맞는 방법이라고 믿고 책에서 제시한대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해보았는데 쉬운 지문은 엄청나게 시간이 단축되는것 같지만 어려운지문은 예전에 풀었던 것이라도 더 어렵게 느껴지고 실제로 틀리기도 많이 틀렸습니다. 아직 덜 익숙해서 그런거고 책을 두번 세번 읽으면 해결될까요??
출제자가 문제를 만들 때
변별력을 높이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지문에 제시된 단어를 사용하여 선택지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
단어는 연결되지 못하고 파편적으로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형태가 됩니다.
이때 지문의 단어만으로 구성된 선택지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를 변별력 있는 문제를 맞추기 위함이라고 볼 때
키워드에서 그치지 말고 키워드를 묶어 내용을 만드는 연습이 꼭 필요해요.
쉬운 지문과 어려운 지문의 난이도 차이는
수학 30번과 나머지 문제의 수준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 지문의 차이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면 어떨까합니다.
도구는 존재 유무뿐만 아니라 숙련도도 있기 때문에
적용 부분을 충분히 연습하시면 어려운 지문에서도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
정말 많은 것을 가져가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해요 :)
선생님 이거 수특인데요 이렇게 내용요약 연습하면서 소재 파악하는거 괜찮은 방법인가요??저 이렇게 공부해요..기출(자이스토리)도 마찬가지구요
글씨가 엉망이어서 좀 그렇네요ㅋㅋ..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깔끔합니다만 저는 웬만하면 교재에 그대로 표시하는 것을 선호해요~ 내가 어떻게 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따로 적는 것을 선호하시면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고(알맹이를)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를 같이 적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선생님 궁금한게 있어서 여쭤보는데 제가 어떤글을 읽다가 지식은 무언가를 발명하는데 중요하다 이런 문맥으로 흐르고 '암세포 치료제나 새로운 배기기관을 발명하기 위해서는 생물학, 기계공학에 대한 지식의 토대를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이런글이 있었는데
지식의 토대??? 이게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겟습니다..문맥상 당연히 지식일텐데
지식의 토대가 지식은 아닌것 같아서
지식을 튼튼하게 받쳐주는것 일텐데 이런건 구체적 예시를 들기도 쉽지않네요....
이런건 어떻게 해결하고 넘어가야할까요????
음.. 우선 내용은 전개 순서가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생각해 볼게요.
예를 들어 16학년도 수능 중력, 부력, 항력 지문을 보면
부력은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때 중력과 부력 중 하나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면
부력보다 중력을 먼저 설명하게 되겠죠.
부력에 앞서 중력이 설명되어야 부력의 설명에서 중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해당 지문에서 중력의 설명을 보면 방향에 대한 얘기가 없습니다.
이를 통해 출제자가 중력의 방향을 배경지식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말씀하신 내용에서
지식의 토대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지식'이 무엇인지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 글에서 지식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배경지식,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지식은 무언가를 발명하는 데 중요하다.'는 내용은 지식의 설명이긴 하지만 지식을 충분히 설명한다고 보긴 어렵겠죠. 지식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글에 비추어 무언가를 발명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도의 설명밖에 할 수 없으니까요. 지식의 토대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지식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암세포 치료제나 새로운 배기기관을 발명하기 위해서는 생물학, 기계공학에 대한 지식의 토대를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가 앞 내용의 예라면
'지식의 토대'는 약간의 의미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지식'이라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적어도 수능에서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시험이라면 '지식'의 설명 없이 '지식의 토대'를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평가 대상에서 '지식'이 배경지식이 되겠죠~
재진술을 파악하며 내용 중심으로 독해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재진술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있으면 확실히 내용이 많이 압축된다고 느껴왔는데 역시 공감되네요! 그런데 지문에 따라서, 지문을 내용으로 가져가기 보다는 구조적으로 접근했을 때 더 유리한 지문도 있지 않나요?? 예를 들어 위에서 말씀하신대로 단순히 정보가 나열될 때 내용보다는 '이 부분에서 이런 내용을 얘기했군' 정도를 기억하고 그 문제에 대한 내용이 나올때 지문으로 돌아오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대표문항으로는 작년 6평 음악적 아름다움.. 개인적으로 단순한 구조에 정보량을 극단적으로 많이 담고있는 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성하신 내용은 모두 적절합니다만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좋아요.
어떤 내용이 구조적으로 접근했을 때 유리하다고 판단을 세울 수 있는 것은 그에 앞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필요로 합니다.
생각의 순서입니다.
시험에 나오는 글은 처음 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을 읽기 전까지는 어떤 판단도 세울 수가 없죠.
어떤 구조의 글인지는 읽어 보기 전엔 알 수가 없으니까요~
내용을 온전히 기억하는 것보다 구조로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은 내용을 접한 후에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후에 구조로 접근하겠다는 판단을 내리더라도 처음 글을 읽을 때는 내용을 최대한 이해하는 자세로 접근해야 합니다. 답변이 되었을까요? :)
작년 콘크리트 같은 문제도 저런식으로 접근 해야 한다는 거죠?
위 글은 지문을 다루는 자세에 대한 것입니다~
어떤 지문을 풀 때는
지문을 다루는 법뿐만 아니라 문제를 다루는 방법도 필요해요.
위 글에서는 문제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어요.
작년 9월에 만든 해설지가 있어요.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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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