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 긴 글을 써봅니다.
오르비에 들어와서 글을 좀 보니, 정시 VS 수시 논란이 상당히 많이 과열되어 있더라고요. 항상 눈팅만 하던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글을 써봐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현재 수시가 아닌 정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 현역으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이 논란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게 좀 많다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특이한 이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철 없던 중3 시절에, 아무 것도 모르고 똥통 중학교에서 할 줄 아는거라고는 공부 밖에 없었기에 좋은 성적으로 옆 지역의 광역단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지원을 하였고, 부푼 마음을 안고 간 학교는 지금까지 좋은 성적만 따왔던 저에게는 큰 장벽으로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자각하게 된 때가 바로 그 때 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대학을 가는 시대가 바야흐로 열렸다는 주변의 소리와 조언에 내신 성적을 거두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지역의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전학을 가니, 학교 측의 반응은 실적 하나 올릴 수 있는 사람이 왔다. 라는 반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그 때까지는 그렇게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마음에 가득 차 있었죠.
그렇게 전학을 와서 내신 성적을 잘 내고 순항하던 차에, 저는 제가 몸을 담고 있는 학교의 수시 준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본 학교는 외부 상을 기재하면 안되는 원칙을 어기고, 수상 정보를 알려 주면 내부 표창장 형식으로 바꾸어 다시 수상하여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게 하였고, 학교의 모 선생님은 입시 실적이 잘 나오는 동아리를 제작해서 운영한다는 이유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폭언을 일삼으며 윽박을 질러도 누구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실세로 군림을 했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폭언의 내용은 대충.. 너네 애X들 내가 다 죽여 버릴꺼야~.. 등 이런 건 뭐 양반입니다.) 교내 성적 우수 장학금 수여 과정에서도 이과 학생의 장학금 자리를 더 만들어주기 위해 문과 학생으로 공시되어있던 장학금 자리를 없애는 등 부정한 모습이 파다했습니다.
갑자기 너무나도 학종을 준비하는 제 자신이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여기를 온 건데. 꾹 참고 버티면 나는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제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부정한 일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명목하에, 입시라는 명목하에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눈감고 나도 같은 배를 타자니 그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2학년이 되어 담임 선생님께 저는 더 이상 학종을 준비하지 않고, 정시를 준비하겠다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너 내신 따러 온거 다 안다. 여기서 넌 도망가면 실패자의 인생" 이라는 말 뿐이었고, 그 이후로 학교 생활은 다툼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꿋꿋하게 정시를 준비했습니다. 남들이 저를 보고 바보라고 말합니다. 편히 가는 길 버리고 대체 왜 그렇게 힘들고 사람이 못할 짓 하려 하느냐. 비율도 이제는 8:2다.. 그렇게 얘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저 나름대로 확신이 섰습니다. 비록 오르비 회원 분들이 보기에 제가 겪은 상황이 너무나도 특수한 상황일지라도, 저는 반드시 누구의 부정한 도움없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서 점수를 얻고 합당하게 대학을 갈 수 있는 이 지푸라기와도 같은 정시를 잡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준비하는 19수능러들 힘내요. 화이팅!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자살하고싶다
-
게임만 하니 너무 힘듦...
-
공군은 안 될 거 같아서 육군 운전병 지원하려고 하는데 소문대로 대체로 꿀인가요?
-
아무리 의대망했다 망했다 해도 치대만큼 망했겠음? 적당히 약코해야지 의대에서 치대...
-
화학 질문 0
물분자는 왜 평면 구조인가요? 비공유 전자쌍은 입체구조 평면구조 따질때 신경 안쓰는건가요?
-
중세국어 시기 'ᄑᆞᇧ/ᄑᆞᆾ'으로 쓰였는데 아마 '*ᄑᆞᄌᆞᆨ'에서 축약되고 ㅈ이...
-
어디가나요
-
맞는 말이긴 한데 일단 그 과에서 학점을 잘 따야 로스쿨 들어갈수 있는거 아님?...
-
엔수패스 사려는데
-
ㅈㄴ맛있어보이는데 샐러드 먹겠다고 거절하는 내 마음이 너무 아파
-
삶의의미가 뭘까 2
사랑? 우정? 성취? 감각적 쾌락은 암만 생각해도 결국 더 큰 고통으로 귀결되는 거 같은데
-
수능 공부 잼이없어
-
사흘 베놈 모아나
-
자꾸 깜빡깜빡해여 카페인이 들어가니까 배고픔을 잊어버림뇨 이따 집 가서 먹어야지
-
존1나 행복하다
-
ㅋㅋㅋ
-
좀만 더 빨리 가자 시간아
-
ㅎㅇㅎㅇ 4
-
붕어빵 2
앙꼬를 전제로 하는 음식
-
스펙 평가좀 9
아직 점심 안먹음
-
올해 지1 표본이었으면 1컷 각각 몇정도일까요.. 각각 47 45 44 50?
-
가능성을 제쳐두고 일단 제 맘이에요 제 스스로 돈 벌어서라도 갈거에요
-
첩약 급여 달다 달아~
-
붕어빵은 역시 20
슈붕이지
-
기하나 해볼까 2
-
피곤해 21
군대가기 전에 운동이라도 해놓아야 되나..
-
교수가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한숨쉼
-
루황 ㄹㅇ 개이쁘네 19
-
역시 말씀 잘하시네 영상 풀로 시청하고 바로 구독함 ㅋㅋㅋㅋ
-
써본 적이 있어야 알지
-
이과고 화작 미적 생지임 미적은 개념1도 안했고 (개념 아예 모름) 생명 지구는 개념 찍먹함
-
날 데리러와줘 0
날 침대에서 일으켜줘
-
뭐 항상 입시철 막바지에 파이널 콜에서 문제가 있다느니 뭐니 올라오던 기억이 있는데
-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설의 제외) 메이저 의대 vs 설대 치대 중...
-
친구 전여친이 뭔 치즈필름? 그런데 나오고 같은 체육관애는 배우됏음 둘다 나무위키도...
-
츄츄츄츄
-
현우진 쌤 들을려고 시도 해봤는데 뭔가 잘 안맞는 느낌.. 들으면 와...
-
고생해라 애들아
-
시험장이라 들어갔더니 킬러만 주더라~ 킬러풀던 도중에 감독관이 찾아와 아픈시험지...
-
미래가 어둡다 10
일단 고3 때 담임쌤한테 대가리 박아야함 성적표 나올 날이 두렵구나
-
이전 글 : https://orbi.kr/00070005760 위 링크로 가시면...
-
1번은 어떤힘이 대체 뭐에요 다들 뭐라쓰심? 전 걍 안썼어요..
-
아예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일부 로스쿨에서 일부 유리한 학과는 있을 수 있겠네요....
-
24수능때 미적 만점자들은 진짜 수학 괴수같다는게 느껴졌는데 올해는 뭔가 어중이...
-
내년 수능보는데 22개정이 좋음? 안그럼 그냥 시발점 15개정 듣는게 좋을까
-
이대논술 0
이대 논술 중에 생명과학과 쓴 분 계신가요? 합격 컷이 너무 궁금합니다ㅠㅠ
-
집대성 채널에 미3누 올라왔네
-
기차지나간당 10
부지런행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저런학교가 있군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한둘이 아니라는게 수시의 가장큰 맹점임;;
저 혼자만은 아닐꺼라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참.. 세상은넓고 및힌 넘들은 많음.. 힘내시길영
응원 고맙습니다.
저도 00인데 정시로 달립니다. 같이 화이팅합시다
같이 힘냅시다! 이번 1년 후회없어야죠
용기있는모습, 소신있는모습 멋있네요 화이팅!!
응원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념을 지키는 모습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