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는 낭비인가?
심심해서 옛날에 쓴 글을 투척해본다.
2017년 10월에 쓴 글이다.
약에 취해서 썼던 걸로 기억한다.
문장이 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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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감정을 지닌 인간이다. 동시에 이성을 지닌 인간이다. 감정은 우리를 바닥으로 끌고가 현실(현상)을 바라보게 하지만, 이성은 우리를 끝없는 이데아(이상)를 바라보게 한다.
이데아는 어떤 것인가? 쇼펜하우어는 자살자와 성자의 차이점을 이렇게 말했다.
“자살자는 근거율에 맹종하여 인식에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며 성자는 이데아를 인식하는 능력을 지녔다.”(인생론,121p)
즉, 자살자는 현상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만 빠져서 이데아를바라보지 못하고 죽은 자들이며
성자는 현상계에 휘둘리더라도 이데아를 바라보며 자신의 의지로 본능을 이겨내 삶의 방향을 뒤튼 자들이라는 것이다.
이데아는 우리를 고통으로 가득찬 삶 속에서 꺼내어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길잡이라고 볼 수 있겠다.
2.
그러나 언제나 이상만 바라보고 산다고 하여 고통을 잊을 수는 없는 법이다.
자살자이든, 성자이든 둘의 차이점은 ‘어떤 것을 바라보는가?’
이지. ‘어느곳에서 사는가?’가 아니다.
자살자와 성자 둘 다 현상계(실제 삶)에서 산다.
이는 곧, 이데아에만 빠져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이데아에만 집중하여 강한 자기부정에 빠져 현실을 부정한 채로 스스로를 초월자로 만드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존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 속 부조리에 대한 인식이다.
3.
우리의 실제 삶은 온갖 고통으로 가득차있다.
우리가 생각할 수도 없는 두꺼운 벽들... 차가운 콘크리트가 우리를 감싸고 있다.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착각.
그리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이 틈 사이가 우리가 겪는, 겪을, 겪어왔을 부조리다.
우린 모두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으며 굉장히 낯선 것임을 깨닫는다.
이것이 부조리의 시작이다.
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N수에 넣어보겠다.
우리는 모두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으며, 꿈을 이루지 못했던 이들은 자신의 꿈이 낯설게 느껴진다. 이제 당신의 꿈은 현실의 영역이 아닌, 존재하지않는 비유로 가득찬 시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당신은 수능을 보면서 대학에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했던 순간, 가장 멀어져있음을 깨닫고, 당신의 현실에 대한 이성적 통찰은 감정적 비유로 거품지며 침몰한 꿈은 한낯 예술작품으로 박제된다. 그리고 당신은 계속해서, 예술작품을 바라만 볼 뿐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당신은 작품 속의 당신이 되기엔 너무나도 큰 간극이 존재함을 깨닫고 고통과 절망에 빠진다.
여기에서의 현실과 꿈 속의 간극이 바로 부조리다.
4.
이처럼 우리는 항상 부조리를 겪는다.
그러나, 이런 부조리에 굴종해서는 안 된다.
N수 비용이 얼마가 되었든
그로 인해 누구가 고통받게 되었든
당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버리든
이 모든 것은 당신이 짊어져야 할 부조리의 무게다.
이를 부정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견뎌내야 한다.
당신의 현실과 꿈 사이가 클수록 견뎌내야 할 부조리도 커진다.
허나 생각해보라.
자신의 현실에 무릎꿇고 굴종하여 자살자처럼 꿈을 잃고 현실에 매여 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이데아를 관철하여 현상계의 부조리에 지지 않고 삶의 방향을 비틀어 성자가 될 것인가.
당신이 견뎌낼 부조리의 무게만큼 당신은 거대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실패했다고?
그렇다면 부조리의 무게가 커진 것이다.
당신은 그만큼 고통받을 것이라는 이야기지만, 당신은 그만큼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즉, 당신의 모든 시도는 당신을 강하게 만들 것이란 점에서 의미있으며 겪어도 무방한 시행착오다.
이런 부조리는 나이들어서 겪든 일찍 겪든 상관이 없다.
나이는 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일찍이 성자의 길을 걷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이끌 수도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겪을 것이고 겪지 않는 자들은 오히려 삶이 단조로워 불행한 자들일 것이다.
N수는 해볼만한 도전이다.
몇번이든 몇살이든 당신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철학적 자살을 꾀하여 죽은 사유의 인간이 될 것인지
이데아를 쫓는 성자가 될 것인지
이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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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