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나이 [521974] · MS 2014 · 쪽지

2019-08-13 21: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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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입시 넌센스] #05. 사격장에서 흘린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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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입시 넌센스]



#05. 사격장에서 흘린 눈물



고등학교 1학년인 지연이에겐 얼마전 수능과 논술시험을 마친 두 살 터울의 오빠 지훈이가 있다. 지훈이는 비록 수능을 평소보다 다소 못봤지만, 지연이는 오빠가 논술시험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전혀 오빠가 걱정되지 않았다. 수능을 잘볼것이라 믿었기에 오직 한 곳에만 논술을 지원한 건 아쉽지만, 지연이는 도저히 오빠가 논술을 떨어질것 같지 않았다. 항상 모의논술에서 1등을 차지하던 오빠같은 인재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논술전형을 통과한단 말인가!


 그러나 어쩐지 최근 지훈이는 많이 무기력해보였다. 이제 더이상 손쓸 것도 없이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건만, 지훈이는 다른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너무 조용했다. 누가 수능과 논술이 끝난 고3이 제일 미쳐날뛴다고 하였는가. 지연이는 집안에서 무기력해 보이는 오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오랜만에 오빠와 밖에나가 시내에서 놀기로 하였다. 지훈이는 별 감흥없이 따라나서 PC방, 당구장, 볼링장 등 여러 곳을 들러 동생과 게임을 하고 나왔다. 슬슬 집에 돌아갈 무렵 지연이의 눈에 어렸을 때 딱 한 번 가본 적 있는 사격장이 들어왔다. 


"오빠, 우리 사격장도 가보자."


"사격장?"


"응. 우리 어렸을 때 해 봤잖아."


"그러지 뭐."


지연이는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지훈이의 반응이 아쉬웠지만, 굳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단지, 아까부터 게임을 하거나, 당구를 치거나 틈틈히 본인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살짝 구겨지는 지훈의 미간이 맘에 걸릴 뿐이었다.


 걱정을 뒤로 한채 사격장안에 들어선 지연은 보기보다 깔끔한 내부가 마음에 들었다. 과녁은 크기별로 세 개가 있었는데 3층에는 매우 큰 과녁이, 2층에는 중간 과녁, 그리고 맨 아래에는 500원짜리 동전크기만한 제일 작은 과녁이 있었다. 아마 저 과녁의 저뭇가 제일 높으리라. 지연이는 보기좋게 비비탄 총을 들었다. 비록 모형총이었지만 꽤나 큼지막했기에 무게가 제법 어느 정도 나갔다.


"오빠, 내가 먼저 할게."


"너 좋을대로."


지훈이 여전히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지연이는 작게 심호흡을 한 뒤 제일 위의 과녁을 노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비비탄 총알이 시원하게 과녁을 눕혔고 곧바로 점수가 50점이 올라갔다.


'야호!'


어렸을 적 느낌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았다. 지연이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그 아래 과녁을 노렸다. 역시 비비탄은 과녁을 명중했고, 점수가 100점이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작은 과녁. 저것만 맞추면 점수는 무려 150점이 올라간다. 자, 조준하고.....


탕!


경쾌한 소리를 내며 총구를 떠난 비비탄 총알이 뒤쪽 벽에 맞아 튕겨 나가 떨어졌다.  


"아......."


지연의 입에서 저도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제일 낮은 과녁을 놓쳐버린 것이다. 지연은 남은 총알을 다 소비했지만 여전히 제일 밑의 과녁은 난공불략이었다. 총알이 다 떨어지자 지연은 멋쩍게 웃으며 총을 지훈이에게 건네주었다.


"자, 오빠차례야."


"......."


지훈이는 총을 받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지연이는 오빠가 핸드폰을 들여다 보느라 자신의 말을 못들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지훈이가 초점없는 눈동자로 중얼거렸다.


"너도 나랑 같구나."


"무슨 소리야? 오빠는 아직 쏘지도 않았잖아?"


"너도.... 나랑 똑같아.... 흑흑...."


갑작스럽게 지훈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연은 어렸을적 이후 처음보는 오빠의 눈물에 당황스러울수밖에 없었다. 곧 지연은 오빠의 눈물의 원인이 오빠가 집을 나설때부터 눈을 떼지 못하던 핸드폰속에 있다고 생각하여 오빠의 핸드폰을 뺏어들었다. 애당초지훈이는 핸드폰을 힘주어 쥐고있지도 않았다. 

 핸드폰의 화면에 떠있는 문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 [김지훈]님은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불길한 징조를 암시하는 듯한 빨간 글자.


"서, 설마?"


지연은 입이 떡 벌어져서 오빠를 바라보았다. 오빠는 아예 흐느껴 울고 있었다. 이제야 사태가 파악되기 시작했다.


'오빠가 불합격이라고? 논술학원에서 항상 1등을 받아오던 오빠가?'


그렇다. 지훈이는 불합격이었다. 하나뿐인 논술전형에서 그는 떨어지고 만 것이다. 


'너도 나랑 같구나.'


어안벙벙한 지연의 머릿속에 조금 전 오빠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빠가 나랑 같다니. 오빠가 나랑 같다니......



과연 논술에서 떨어진 지훈이가 말한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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