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andonedSoul [59684] · MS 2004 · 쪽지

2012-07-03 01:15:41
조회수 4,168

서울대 폐지 공약. 뭐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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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민통당에서 서울대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겠다는 논의가 있다고 말한 부분과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서울대학교라는 학교가 대한민국 사회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은 다들 생각하시는 그 이상이고, 비록 수십년 전 과거와 비교하면 그 카르텔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기는 합니다만 여전히 학벌 문제를 이야기하며 이를 대한민국의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간단하고 간결한 1회성 처방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될 일이겠지요.

 여기서 우리는 많은 질문을 재창출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벌이 왜 문제인가'라는 질문입니다. 학벌이라는 카르텔에 가로막혀 불합리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라는 접근과, 고작 스무살인 아이들에게 향후 평생에 영향을 미칠 '큰 틀'을 만들고 못박아버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접근 등 다양한 접근이 있겠지요. 하지만, 이것을 '학벌'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벌이라는 카르텔은 사실, '뭉치기 좋아하는' 사람의 특성때문이기도 하거든요. 같은 대학 출신인가, 같은 지역 출신인가, 같은 취미를 가졌는가, 심지어 근처에 있는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는가까지.... 서울대생을 단순히 더 우대하고, 그 다음으로 연고대생을 우대하고 이러한 것보다는, 서울대생끼리 뭉치고, 연대생끼리 뭉치고, 고대생끼리 뭉쳐서 그들만의 집단을 형성하고 다른 출신성분(?)을 가진 사람들을 그 주류라는 것에서 밀어내려는 것이 문제겠죠.

 지금까지 얘기한 게 사실 참 짧은데, 지금까지 말했던 것들만으로도 꽤 많은 것들을 우리는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리고자 하는 결론을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단순히 서울대를 없애야 한다'라는 접근방법은 그냥 삽질이라는 겁니다. "서울대가 국가요직을 다 먹고 있으니 문제다. 그러니 서울대를 없애버리면 국가요직이 서울대에 쏠리는 현상이 해결되고 자연스럽게 그만큼의 포지션이 분배가 될 것이다." 이런 분석은 아주 나이브한 초등학생 수준의 분석이죠.

 프랑스의 사례, 독일의 사례 등 많은 외국사례들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건 무의미한 시도입니다. 이 특유의 '학벌사회'와 '1개 대학으로의 쏠림현상'은 우리나라의 아주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물론 외국에서도 좋은 대학, 덜 좋은 대학이 있고 대학이 서열화되어있지만 그걸 그대로 적용시킬수는 없어요. 한국의 케이스는 오직 한국이기에 일어나는 일들이니까요. 한국의 대학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유사하다' 라고 말할 만한 국가는 제가 알기로는 없구요.

 다시 돌아가서, 민통당에서도 '그냥 서울대 폭파! 빠염!' 이라고 정책을 내세운 건 아닙니다. 정말 이렇게 얘기했다면 진짜 무뇌 인증이죠 이건.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는데, 이 논리는 "국립대들을 통합하고, 국립대 지방캠퍼스의 개념으로 만든다. 단, 서울캠퍼스가 존재할 경우 예전의 서울대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서울캠퍼스는 학부를 폐지한다."라는 겁니다. 어찌보면 일면 타당해 보입니다. 국립대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면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을 정착시킨다는 가정 하에서(이게 참 쉬운 일이 절대 아닌 건 명백하지만) 국립대 전반의 교육의 질 상승을 꾀할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이 정책의 목적이 '학벌사회 타파'라는 큰 그림을 향해 가는 것이라면 이건 무조건 헛손질이 될 것은 명백하다고 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학벌이라는 것이 공고한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의 힘이거든요. 시스템의 힘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벌사회를 조금씩 무너뜨려보고자 했던 과거 정권들의 시도는 모두 실패했지요. 정책으로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뜯어고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이제 이쯤 되면,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래서 이 학벌사회를 그냥 방치하자는 거냐?' 그리고 여기에 대한 저의 대답은 '네' 입니다. 기실 아주 공고한 카르텔로 보이지만, 이 학벌사회는 과거부터 조금씩 조금씩 그 공고함이 옅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해지긴 했습니다만, 그걸 제외하고 각 대학들이 갖는 파워는 과거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뭐 지극히 개인적인 분석입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전체의 전반적 교육수준 및 지식수준 상승이 크다고 봅니다. 30년 전 서울대와 연고대의 차이. 지금의 서울대와 연고대의 차이. 이 차이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겁니다. 물론 서울대가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현실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면 갈수록 그 위엄 자체는 줄어들 거에요. 지금까지의 흐름이 그걸 증명한다고 봅니다. 이미 '학벌'에 지나치게 의존한 인재평가방식은 많은 기업에서 외면당하고 있죠.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커질 겁니다.

 자연스레 옅어지고 있는 학벌사회에 서울대 폐지라는 뜬금없는 비수를 꽂는 것은 부작용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부적절한 처사라고 봅니다. 사실 국립대 통합이라는 기치만 내걸었다면 저는 저 공약을 상당 부분 지지할 겁니다. 경쟁력이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가고 있는 지방 고등교육 거점들을 살릴 만한 공약이니까요. 하지만 거기다 굳이 '서울대'드립을 친 순간, 저 공약은 망한 공약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공약의 주요 포인트가 옮겨가버렸으니까요.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점은 '서울대와 명문대 쏠림현상' 따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서울대가 모두 최고'인 현실은 분명 문제가 맞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의대에 엄청난 강점을 갖고 있는 의대 특화 명문대학도 없고, 법학에 엄청난 강점을 갖고 있는 법학 특화 명문대학도 없죠. 과보다 학교이름이 중요해지는 꽤나 웃긴 현실이 수십년째 지속되고 있고, 이는 분명 교육의 문제점임은 자명합니다. 근데, 이게 서울대의 죄인가요?... 왜 엄한 서울대를 때려부셔서 이걸 깨려고 하는 겁니까. 발전가능성이 있는 사학이나 지방거점대학들을 특성화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문제지요.

 나아가서 '80%가 넘는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현실이 문제다'는 당연한 거고, '수능 3번으로 다 찍고 나와도 갈 수 있는 대학들은 없어지는게 낫지 않냐'도 사실 당연한 거고, '고졸이라는 이유만으로 평생 제대로 된 기회를 얻기 힘든 게 타당한 얘기냐'도 당연한 얘기입니다. 이건 뭐 지나가던 멍멍이도 알 만한 얘기니까 얹지 않겠습니다.

 그럼 여기까지,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 두가지가 '명문대 카르텔'과 '지나친 대학 선호'라는 걸 짚어보았습니다(분량의 밸런스는 전혀 맞지 않지만).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명문대 카르텔은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지나친 대학 선호는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더 강해지기만 하고 있는데, 그럼 이제 소위 '정치인' 이라는 자들이 생각이 있다면 집중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그리고, 저 사람들은 왜 생각이 없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얹고 싶은 이야기.
국가의 '정책'의 방향성은, 국민에게 '목표'와 '이상'을 스스로 설정할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이 정책은 과연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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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 Lampard · 50583 · 12/07/03 01:44 · MS 2004

    서울대 학부 프리미엄이 남아있는 세상이 그나마 사다리가 남아있는 세상입니다. 서울대는 그래도 공부 열심히하면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도 충분히 갈 수 있거든요. 더구나 요새 ebs교재와 인강이 발달해서 말이죠. 그리고 합격하고 나서도 국립대라 등록금이 싼 편이라 부담도 적구요.

    서울대학부 폐지되면 그 자리는 연고대 명문사학이 상당부분 차지하겠지만, 아마 장기간 서울대만큼의 위상을 온전히 얻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그동안 서울대가 쌓아온 게 많으니까요. 그럼 그 자리는? 아마 해외 명문대가 차지하게 되겠죠. 그러면 정말 돈 없으면 학벌도 못 얻는 세상이 됩니다. 어짜피 좁은 한국의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줄세우기를 없앤다는 건 국가가 전면적으로 나서서 모든 대학들을 국공립화하고 평준화해야 가능한건데, 그건 사립재단들 반발이 엄청날꺼니까 불가능하고(사학법도 통과못했죠) 1위의 자리는 누군가 분명 차지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그게 국립 서울대지만 서울대 학부가 폐지되면 사립연고대와 해외명문사립대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거죠.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줄세우기보다는 차라리 사립연고대가 양분하는 체제가 그래도 스트레스가 덜 한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물으시겠죠? 사실 미국이 그런 경우죠. 등록금 비싼 몇몇 사립대들이 탑스쿨 위치에 있죠. 미국 평범한 사람들은 학벌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 할겁니다. 그런데 그게 왜 그러냐면 그냥 명문대 가는 집안은 다른세계 사람들이라고 인정해버리거든요. 사실상 계급이 나누어져 버린 거죠. 미국 명문대들 입학사정관제로 뽑는게 이것저것 활동 많이 한 사람을 뽑는데 그게 집안에서 서포트해줄 능력이 안되면 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미국에서 집안 대대로 하버드나 예일 진학시키는 게, 기여입학이나 혹은 동문가족우선전형 (레거시라고 하는듯)을 통해서 가능하죠. 실제로 성적만으로 뽑는 학생은 20%정도도 안된다는 통계가 있어요. 단 칼텍은 제외. 칼텍은 오로지 성적만으로 뽑는다는군요. ('누가 선발되는가'라는 미국 입학사정관제도를 비판한 책에서 그러더군요.) 우리나라 사립대학들도 이걸 롤모델로 삼고 따라갈 것 같아요. 이미 외고 등 특목고에게 유리한 수시전형이 확대중이지요. 외고학비가 서울대학비보다 비싼 곳도 많고 이것저것 들어갈 게 많은데, 고등학생에게 이정도 학비 지원해주기는 평범한 가정에서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죠. 솔직히 외고친구들 가정형편보면 많은경우가 중산층 이상입니다. 아무튼 결론은 서울대 대신 사립명문대가 최고학부자리 차지하면 미국처럼 더 계급이 나눠진 사회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사회적으로 보면 이걸 '안정된'사회라고 표현하죠. 계급이 분화되고 계층 간의 이동이 적은 안정된 사회라는 거죠. 사시대신 학비 엄청난 로스쿨 생기고, 수능 쉬워져서 대신 여러가지 스펙이 필요한 입학사정관제 확대되고, 서울대 '없어진다면' 사립 명문대들이 그 자리 차지하고.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보고있으면... 걱정이라기보다는 그냥 우리나라도 이제 안정화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 님아ㅓ라ㅣ저ㅏㅣ · 384396 · 12/07/03 08:13 · MS 2011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다스베이더 · 243365 · 12/07/03 08:32

    님아ㅓ라ㅣ저 / 윗글(1518036) 등이 생각해볼 가치가 없는 의견이 아님에도 이런 사람들 때문에 마녀사냥이라 해도 할말이 없게 되죠 패턴이 뻔함..

  • AbandonedSoul · 59684 · 12/07/03 09:31 · MS 2004

    대체 뭐라고 썼던건가요?ㅋㅋ

  • 다스베이더 · 243365 · 12/07/03 09:49

    ...'나대네ㅋㅋ' 였습니다...

  • AbandonedSoul · 59684 · 12/07/03 09:51 · MS 2004

    귀엽네요 ㅋ 진짜 별 ㅋㅋ

  • 철지배 · 398557 · 12/07/03 13:15 · MS 2011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고래와새우사이 · 402723 · 12/07/03 09:26

    학연 문제가 심각해지면 진짜 잘하시는 분들이 힘을 못 발휘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해결이 중요한것 같은데... 이 정책으로는 힘들것 같아요.

    나머지는 거의 생각이 비슷비슷..

  • Iron man · 408807 · 12/07/03 09:52 · MS 2012

    아방동님이 생각하시는 '사람'의힘과 '시스템'의힘은 무엇인가요?

  • AbandonedSoul · 59684 · 12/07/03 09:55 · MS 2004

    흠.... 괜히 시스템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실수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라리 '제도'라고 이야기했다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갈 부분이 아니었나 싶네요.ㅎㅎ;;;

    제가 '사람의 힘'이라고 말한 것은 어떠한 시대의 흐름이나 사회의 흐름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무엇인가를 의미하고자 했던 것이고, '시스템의 힘'이라고 말했던 것은 사람들이 어떠한 방향을 지향하도록 의도적으로 조정된 제도의 힘을 의미하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 Iron man · 408807 · 12/07/03 10:04 · MS 2012

    그러면 위에 본문글과 달아주신 댓글이 안맞는것 같지 않나요.

    학벌이라는 공고한 카르텔 구축은 사람의 힘이라고 쓰셨으니깐요.
    학벌이란게 자연스럽게 발생한게 아니라 남들 다 대학가고 나는 대학못갔어도 내자식은 꼭 대학보낸다 라는 시스템의힘 인거 같아요.

  • AbandonedSoul · 59684 · 12/07/03 10:10 · MS 2004

    사실 엄격하게 나누는 것이 어려운 이야기기는 합니다.
    사람들의 뜻이 시스템이 되고, 그 시스템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도 있으니까요.

    제가 하고싶었던 말은 단순한 시스템의 몇 가지 조작만으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 카르텔을 부술 수는 없다. 라는 것이었죠. '남들이 다 대학가니까 내자식도 가야 한다'라는 생각은 사람의 힘으로도 볼 수 있고 시스템의 힘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구요.

    조금 더 명확하게 의견을 제시해보자면, '의도적이고 단편적인 정책적인 조작'을 통해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 카르텔을 부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Iron man · 408807 · 12/07/03 10:16 · MS 2012

    그렇내요, 정확한 기준이 없으니 그저 허울같은 기준이내요.

    그저 세상을 움직이거나 다른 사람을 자신이 쥐락펴락 할 수 있는 힘을 '시스템의 힘' 일텐데 본문에 써져있어 '시스템의 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 물은겁니다ㅎㅎ.

  • AbandonedSoul · 59684 · 12/07/03 10:19 · MS 2004

    퇴고도 없이 글을 올리다보니 저러한 표현을 자체검열을 못 했었네요. ㅠㅠㅎㅎ

    그냥 제가 생각하는 '시스템'이라고 하면, 일종의 '헤게모니'를 뜻합니다. 이 헤게모니는 사람들을 특정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성을 띄게 되죠. 하지만, 이 목적성이 현실과 합치된다는 보장은 없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실현되기도 하구요. 이러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습니다.ㅎㅎ

  • Iron man · 408807 · 12/07/03 10:23 · MS 2012

    아방동님의 헤게모니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나요?ㅎ

  • AbandonedSoul · 59684 · 12/07/03 10:24 · MS 2004

    흠 글쎄요... 제가 '아방동의 헤게모니' 라는 것을 논할 정도의 인물이나 되겠습니까. ㅎㅎ;

  • Iron man · 408807 · 12/07/03 10:30 · MS 2012

    ㅋㅋㅋㅋ 아방동님 호감형이세요

    오르비 눈팅하면 아방동님 글보면서 제 생각의 틀을 깨트려주셨습니다.
    아방동님 글들이 저한테 많은 발전을 주셨어요.
    앞으로도 많은 글 써주세요~

  • AbandonedSoul · 59684 · 12/07/03 10:35 · MS 2004

    호감형이라는 말을 인터넷에서 듣는 건 꽤나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ㅎㅎ;;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 묵은지카라멜 · 276242 · 12/07/03 10:45 · MS 2009

    저도 글쓰신 분 말씀대로 서울대 폐지로 학벌문화를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 서울대가 폐지되더라도 연대, 고대 등 명문대는 얼마든지 많고, 서울대가 사라진 후 그 역할을 대신할 대학은 얼마든지 있지요...

    또한 어느 분야를 가더라도 전통적인 강호, 강팀이 있듯이
    계속해서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졸업하는 대학이 있다는 자체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않고요
    오히려 서울대가 그런 역할을 맡음으로 위에 댓글에 있듯,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신분(흔히 말하는)의 상승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가 생각하는 서울대 폐지 후 국공립대 지원정책의 장점은
    현재 수도권 지역에 밀집된 우수 대학의 비율을 지방으로 나눠준다는데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점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발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민통당의 실제 목적이 어떠튼 같에 그냥 제가 생각하는 장점입니다... ^^;)

    다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몇몇 구체적 사안을 보면,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는....


    여튼 저는 명문대가 있다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 생각하며,
    명문대 자체가 학벌문화를 만든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학벌문화는 결국 사람들의 인식전환을 통해서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AbandonedSoul · 59684 · 12/07/03 10:58 · MS 2004

    다만 또 문제가 되는 것이.... 과연 저 정책이 '지방 대학 살리기'라는 목적은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겠지요.
    지금의 수도권 집중현상과 지거국의 몰락이 '지거국의 수준이 떨어져서' 는 아닐테니까요. 수도권 집중현상을 뛰어넘을만한 파급력이 있으려면 대체 어떤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런지....

    이게 아마 묵은지카라멜님이 말씀하신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의 부분이겠지요.

  • 12중대장 · 389979 · 12/07/03 13:26

    1. 일단 정책에 관해 정확하게 나온게 없어서 저로서도 더 이상의 논의진행은 힘들거 같습니다. 막상 서울대 학부 폐지가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마당이고 국공립대학 강화방안의 한 부분임에도 논의는 항상 그것 자체의 효용성과 파급성에 관해서만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학부폐지 자체가 국공립대 강화에 도움이 될지언정 막바로 학벌사회나 입시경쟁을 막바로 완화할 것이라고는 입안자들 스스로도 기대 안할거라고 봅니다.

    2. 서울대 학부를 폐지하면 안될 이유는 많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주장했던건 학부 폐지가 진정으로 국공립대 강화에 긍정적 파급력을 미친다는 전제만 구축된다면, 분명 폐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서울대 교수, 졸업생, 재학생, 예비입학생(?)들의 개인적 감상이나 입장보다는 사회적 요구가 더 우선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는 아니지만 일부의 ‘서울대라는 학벌자본의 기득권화’를 옹호하는 뉘앙스의 목소리보다는 더더욱 우선하고요. 진정으로 학부 폐지가 올바른 길인가하는 물음은 아직 결론내지 않았고 더욱 경청해야할 일이라고 봅니다.

    3. 프랑스, 독일을 얘기하는건( 뭐 요샌 캘리포니아주도 언급되는데) 뜬금포라기 보다는 한국의 대학시스템이 갖는 문제점에 대한 반성과 대안이라는 근본적 물음의 한 형식으로 봐야죠. 대학평준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선행조건이 많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대학교육기관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갈릴 일이라고 봅니다. 엘리트 양성은 단지 나라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의 인문적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에서 더욱 시급한건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혹은 엘리트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교육을 받는 사람들)를 위한 교육제도입니다. 엘리트를 위해 들러리서고 처치곤란한 잉여로 재서열화하는 지금의 시스템을 돌아본다면 대학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비록 말씀대로 학벌주의가 완화되고 있으므로 자연적으로 해결되는 부분도 있다는데 부분적으로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모의 경제력을 통한 학벌/학력세습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유념함에 있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건 자명하다고도 판단합니다.

    4. 독일, 프랑스의 대학제도가 현지에서 그렇게 대단하지도 그렇게 문제이지도 않듯, 한국도 한국만의 대학제도가 필요할 것이고, 다만 여기에는 엘리트보단 엘리트가 아닌 대다수 사람들의 교육권에 입각한 개혁이 필요하다는게 현재의 제 입장입니다. 이를 위해선 국공립대 강화 및 확대, 입시경쟁 완화, 등록금 무상 혹은 대폭 인하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겠고. 어쨌든 서울대 학부 폐지 찬반에 몰빵하는 분위기는 소득 없다는데 동의합니다.

  • 눈팅+ · 402722 · 12/07/03 14:51 · MS 2012

    유럽을 예시로 들면서 말씀을 자주하는데, 유럽의 교육정책중 가장 큰 실패라고 평가받는 정책이 바로 대학평준화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할말 없으신지요.

  • 12중대장 · 389979 · 12/07/03 16:09

    유럽의 일부 우익과 기업가들의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근데 그게 총론은 전혀 아니예요. 어디서 그런 얘길 듣고 오셨는지.

  • Vircel · 330264 · 12/07/06 15:44 · MS 2010

    http://www.ilbe.com/100986665

    프랑스 대학에 관한 글입니다. 참고

  • F. Lampard · 50583 · 12/07/03 17:04 · MS 2004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교육, 엘리트 양성, 학벌주의 완화, 입시경쟁 완화, 등록금 인하 등 언급하신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독일식으로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독일식으로 가는거에 중대장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실 것 같군요.

    독일처럼 대학진학률 30%대로 낮추어야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80%니까 지금 있는 대학들의 60%정도는 없애야 하겠네요. 그리고 대부분 대학들을 국공립으로 전환시키고 정리한 대학들에 들어갔던 지원금들을 이제 살아남은 대학들에만 집중해서 지원해야겠고, 등록금은 지금 시립대처럼 낮추어야겠죠. 이렇게 지금의 40%정도만 대학들을 남기고 이 대학들을 거의 다 국공립화 한 다음에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저도 찬성합니다.

    문제는 저게 불가능하다는거죠. 사립대학들을 강제로 통합시킬 수 있을까요? 이미 사립대 비중이 77%인 상황에서 유럽식으로 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정말 혁신적으로 아예 유럽식(독일식)으로 간다면 저도 찬성하지만 정말 저건 어렵다고 봐요.

    님이 말씀하신대로 꼭 유럽식으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만의 제도가 필요하겠죠.그럼 어떤 방식이 좋을것이냐... 님이 말씀하신 중요한 포인트인 엘리트가 아닌 대다수 사람들을 위해서는 역시 과반수의 대학을 없애야 합니다. 솔직히 대학진학률 80%나 될 필요가 없죠. 모든 사람들이 사무직 할 필요는 없을 뿐더로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이죠. 고졸이나 전문대졸의 기술자들 또한 사회에 필요한 건데 지금 한국은 그런 기술자를 하려고해도 대학은 일단 가야하는 사회분위기가 있어서 사회적 낭비가 심하죠. 굳이 대학 졸업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대학가서 받는 스트레스와 비용 낭비도 심하지요.

    민통당이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진정 고민했다면, 서울대학부폐지가 아닌 지나치게 많은 대학 수를 정리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대학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사회적으로도 개인의 관점에서도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은 비효율적입니다. 민주당이라고 제가 한 말들을 모를까요? 아니죠. 거기에도 저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 많을거에요. 다만 사립대들을 정리한다고하면 사립재단들의 반발이 엄청 거셀테니 만만한 국공립대들 먼저 건드려 보는거죠. 이러한 이유로 민통당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정말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 보다는 일단 이슈가 될 수 있는 정책만 내놓은 것 같거든요.

  • 이삐아롱 · 372601 · 12/07/03 22:53 · MS 2011

    짝짝짝 추천 때리고 갑니다

  • qtzz · 310031 · 12/07/04 13:52 · MS 2009

    막줄 공감가네요 근데

    솔직히 폐지실현성은 0%아닌가요

  • tatao · 394233 · 12/07/05 05:58 · MS 2011

    '학벌사회를 방치하자'라는 말도안되는 부분 빼면 전부거의 동의할만한 내용이네요ㅇㅇ

    머 당연한 얘기를 써놓은거긴하지만ㅎㅎ

    당연한것도 모르는 사람이 요샌 너무 많으니ㅎㅎ

  • AbandonedSoul · 59684 · 12/07/05 18:44 · MS 2004

    전 현상태를 유지하자는 나름의 근거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그것이 말도 안된다고 판단하시는 건 자유지만, 저에게 말씀하실 때는 왜 말도 안되는지정도는 말씀해주셔야 이야기가 되죠.

    그리고 제가 예전에 쪽지를 드린 적이 있는데 읽지 않으셨더라구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 for0814 · 410789 · 12/07/05 21:31 · MS 2012

    기사인줄알았는데 직접쓰셨나보네요 글정말 잘쓰십니다 동감되는부분이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