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20-06-18 11:39:09
조회수 654

습작

게시글 주소: https://spica.orbi.kr/00030690290

#1 형법의 체계


국회에서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제14조 위증죄 법정형은 1년-10년이다.

형법제152조의 위증죄는 5년이하 1000만원이하 벌금.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통과.


형법에서의 체계는 매우 중요.


강도의 경우, 굉장히 높게 설정.

상해.


무엇이 나쁠까?


강도 강간에는 예비죄가 있지만, 중상해에는 예비죄가 없다.

절대 후자가 가벼워보이지 않는다.


뉴스에서 균형이 무너졌다고 할 때가 있는데

판사도 어차피 법정형안에서 양형을 정할 뿐이다.


#2 야근


법정 안 분위기는, 살벌하거나 마치 전운이 감돌 것 같겠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수십억의 사기도, 강간도, 강도도 많은 경우 굉장히 사무적으로 끝난다.


"피고인은 전과가 있네요. 그런데 또 집에 들어가 강도할 생각한 거예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식.


그런데, 그 날은 달랐다.


제1금융권의 잘 나가는 임원과 전기공사업체를 운영하던 인부.

그 둘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오랜 친구 간 오고 간 관행은 관계가 악화되며 범행이 되었고

법정에 오게 됐다.


신청한 증인만 4명.


그리 오래 진행될 것 같지는 않았는데,

사실 나는 내가 변호한 사장님의 무죄를 믿었기에,

준비해간 질문이 좀 많았다.


이윽고 검사가 보자기를 들고 와 두꺼운 기록들을 한 권씩

턱턱 탁자에 내려놓고 옆 의뢰인은 숨죽이고 있는 사이,

검사 측 증인신문사항을 법원 실무관이 갖다주었다.


눈 앞에 놓인 질문들은 한 눈에 봐도 두꺼웠고,

"이걸 시간 안에 할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


"증인은 피고인과 오랜 친구 사이죠?"

"네"


"평소에도 이렇게 큰 금액을 빌려주었나요?"

"아닙니다. 그 전엔 일이백 정도만 빌려갔습니다"


"이번엔 아예 갚지 않을 목적으로 거액을 빌려갔다고 생각하나요?"

"그런 것 같습니다"


식의 (유도신문이 포함된) 공격적 질문을 듣고,

나 역시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1명도 끝나지 않은 그 증인신문에서

이미 시간은 1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증인신문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주신문 >> 반대신문 >> 재주신문 >> 재반대신문.


사실 보통 반대신문, 아니면 재주신문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에는 재반대신문에 이는 재재주신문까지 이어졌다.


공판검사와 나 사이의 살얼음 같은 질문 사이에서 증인으로 나온

피고인의 오랜 친구는 땀을 흘렸고 안색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재재주신문까지 끝나자 이번엔 판사가 증인에게 물었다.

좋게 말해 물어본 것이나, 판사는 증인의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좋게 말해 촉구한 것이나 다그침에 가까웠다.


공판 시작시간은 4시. 1번째 증인에 대한 신문이 끝나자 시간은 벌써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어서 2번째, 3번째 증인.. 이 역시 재반대신문, 재재주신문까지는

기본으로 갔고, 정말 한치의 의문도 없을 만큼,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증인은 2억을 선뜻 친구와 계약서도 안 쓰고 입금해주었는데, 원래 이렇게 거액을 쉽게 쉽게 입금하시나요?"

"아닙니다. 친구가 이 사업만 잘 되면 20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고요"


"예전에도 있었다면, 그 땐 돈을 벌었나요?"

"벌긴 했는데 백만원 정도라.. 제가 사준 술값도 안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돈을 입금한 것 역시 투자수익을 기대하고 준 것이었네요?"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이렇게 유리한 진술(편취의 고의)을 따면, 

나는 바로 끝내고 재판장을 한 번 쳐다본다.


확인사살은 이 재판의 결정권자인 재판장이 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날카로운 공판검사는 내가 받아낸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려,

또 한 번 재재주신문을 요청했다.


학생 때 이렇게 질문한 적은 있었을까.


공판이 7시 반을 넘어갈 무렵, 

내 느낌에, 실무관님들의 손이 바빠졌다. 


변호인은 물론, 법관, 검사 모두 기록의 홍수 속에 살기 때문에

야근을 많이 하지만, 보통 실무관, 속기사 분들은 야근을 하지 않는다.


사실 재판이 길어질 것 같으면 다음 기일을 잡는다. 그런데, 이 재판은

끝날 듯 끝날 듯 꼬리에 꼬리를 물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늦게 됐다.


시간이 10시를 가리키자, 재판장은 더는 늦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기일을 다시 한 번 열겠다 했다. 백병전과도 같았던 자잘한 쟁점들에서의

연속 공방으로 지친 나는 땀을 쓸어 닦고 공판검사석을 쳐다보았다.


그 때 공판검사 역시 땀에 절은 채로,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서로 고생했다" 이런 느낌. 


사실, 변호사로 일하면 검사와 좋은 관계가 되기 힘들다.

대개의 경우 나는 검사가 '범죄자'라 예단하는 사람들을 변호하는 입장이고,

특히 재판에서 공판검사와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은 없다.


저렇게 증인을 압박하며 내가 변호를 맡은 피고인의 유죄 가능성에 천착 하면서도

프로페셔널을 잃지 않고 함께 재반대신문 재재주신문을 주고 받은 변호인에게

고생했다는 인사를 건네는 검사의 모습은 낯설었다. 


검사들은 대개 기록을 보자기에 바리바리 싸오는데, 싸올 때마다 선호하는 색깔을 고른다고 들었다.

어느 검사는 승전의 골드를, 또 어느 검사는 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레드를.


밤 11시에 가방을 들고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땀을 닦고 법원 청사를 둘러봤다.


법원 종합청사 공판검사실에 불이 켜졌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