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칼럼] 국어에서 반모음의 위상에 대한 이야기
2021학년도 9월 모평에서 평가원이 처음으로 반모음을 음운변동과 엮어 출제하였습니다. 아마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모음 축약'이 빠졌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출제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음 축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과거 교육과정에서는 위 문제의 4, 5번 선택지와 같은 음절의 축약도 모음 축약의 하나라며 제시했었습니다.
그러나, 주류 문법가들이 반모음을 하나의 음운으로 다루는 경향이 확고해지면서 '모음 축약'은 문법가들의 학교 문법 비판 단골 소재가 됩니다.
그렇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에서는 반모음을 하나의 음운으로 완전히 못박아 가르치고 있느냐? 이게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언어와 매체 교과서의 언어 파트에서 반모음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중 모음을 이루는 한 요소로만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의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언어에서 '반모음'의 음운론적 입지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9평에서 반모음이 음운으로 인정되었으니까, 앞으로 돌직구 음운변동 문제에서도 반모음을 음운으로 인정하고 물어보겠네?"라든지, "9평에서 반모음이 음운으로 인정되었으니까, 앞으로 반모음은 무조건 하나의 음운으로 보고 가면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아직 좀 이르다고 봅니다.
왜 그런가 하면, 반모음의 음운론적 지위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완전히 확립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반모음이 자음이나 모음과 대등한 문법적 지위를 얻었다면, 교과서 목차에서 반모음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등재가 되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체 파트에서는 단모음이 반모음으로 교체되는 현상을(위 11번의 4, 5번), 탈락 파트에서는 구개음 뒤 이중모음에서 반모음이 탈락되는 현상을(쪄서[쩌서]), 첨가 파트에서는 반모음을 첨가하여 발음할 수 있는 복수 표준발음을(위 11번의 1번) 제시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중에 단 한 가지도 교과서에 반영된 바가 없습니다.
이 말씀은, 평가원에서 말하는 '국어 사용 능력의 기초가 되는 국어 지식'(아래 사진 세 번째 꼭지 참조)에 반모음에 대한 지식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어 교과서에 없는 지식은 <보기>를 통해 주고 '국어 규범의 이해와 적용 능력'으로 평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9평에서도 <보기>를 통해 '단모음'이 '반모음'으로 교체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하고 그것을 적용하는 능력을 평가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모음을 음운으로 취급하지 않는 입장도 평가원 문제에 등장할 수 있는가? 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반모음 자체에 대한 지식이 교육과정에서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시문 형태로 ㄱ. 반모음을 음운으로 인정하는 입장과 ㄴ. 그렇지 않은 입장에서 각각 같은 문법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지 충분히 서술한 뒤, 문제에서 이렇게 묻는 것이죠.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선택지가 적절한 선택지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선지1. '뛰어'가 '[뛰여]'로 발음될 때 ㄱ은 첨가 현상으로, ㄴ은 교체 현상으로 이해하겠군. (O)
그래서 제 생각에는, '반모음=개별 음운'과 같이 지엽적인 문법 지식을 고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반모음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같은 문법 현상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유연한 시각, 인식을 갖추는 태도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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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래는 제가 파란문법에서 이중 모음을 설명한 부분입니다. 현행 2015 개정 교과서에서도 반모음을 소개할 때, 이와 같이 이중 모음을 설명하면서 곁다리로 설명을 합니다.
아래는 과거의 교육과정에서 모음 축약으로 설명했었던, 단모음이 반모음으로 교체되는 사례를 설명한 부분입니다.
문법 탐구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글을 끄적여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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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올해가 막차인가
잘 읽었습니다.
'반모음ㅣ'라고도 합니다. 만약 '반모음 l'를 j로 표기하는 것을 전혀 몰랐다면 진짜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전홍철이요
'뛰어'가 '[뛰여]'로 발음될 때 ㄱ은 첨가 현상으로, ㄴ은 교체 현상으로 이해하겠군.
나중에 성지순례하러 올 수 있는 건가요? :)
아;;; 선생님께서 이런 칭찬을 해주시다니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생님 강의 올리신 것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CD 드라이브 해설 보니, 제가 그동안 좀 아는 척, 잘난 척을 하면서 현학적으로 수업을 했던 것은 아니었나 반성했어요.
그럼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나올때 보기의 입장에 맞게 문제를 풀면되는거죠?
그렇습니다. 그냥 <보기>를 읽고 이를 근거로 해서 판단하면 됩니다 ㅎ
근데 이런 예민한 주제를 내다니 ㅜ 가원이들 미워
맞습니다^^ 피램 선생님이 그러셨던가요? 문법파트도 결국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물론,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지식으로 풀 수도 있겠지만요^^
그나저나 '재수'는 절대 '죄수'가 아닐 겁니다 ㅜㅜ 유연한 자세도 필요 없습니다. 힘든 재수생활 당당하고 멋지게 보내셔요!~
쌤 멋져용
9평 직전에 김동욱 쌤이 강의에서 '반모음 교체 이거 요새 이비에스랑 문법교과서가 충돌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아마 평가원은 내지 않을겁니다'
이러는 거 듣고 안 나올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11번 보자마자 어이가 없었던..
저도 학평에서나 내지, 반모음 교체 이런 것들은 평가원에서 회피하려 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왔었습니다. 심지어 교과서에서도 회피하니까요. 만약에 낸다면~ <보기>로 충분히 설명을 해주지 않겠냐 그런 생각이었는데, 진짜로 나오는 걸 보게 되네요...
저는 박광일 선생님 강의를 듣는 학생입니다. 박광일 선생님은 작년까지만 해도 반모음을 하나의 모음으로 보는 관점과 모음으로 보지 않는 관점 모두 알아두라고 수업하셨습니다. 그런데 올해 9평 해설강의에서는 평가원이 반모음을 하나의 모음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이 관점으로 공부하고, 이 관점으로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 생각도 박광일 선생님과 같습니다. 평가원이 반모음을 하나의 음운으로 보겠다고 했는데, 굳이 다른 관점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
저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의견도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평가원에서 반모음에 대해 공식적인 해설을 낸 적이 없고(낼 리도 없겠지만요), 교과서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는 '국어 지식'인 만큼, 수능이나 모평에서는 '국어 규범의 이해와 적용 능력'으로 평가하고자 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국어 규범의 이해와 적용 능력'을 평가하고자 반모음을 끌어들인다면, 두 가지 관점을 이해하도록 제시문을 주고 '이해'했는지,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려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반모음'은 앞으로 하나의 음운으로 생각하고 학습하는 게 좋겠지만, '반모음'이 '모음'이나 '자음'과 대등한 음운이라고'만' 학습하기보다는 조금 더 넓은 시각을 갖추어 두면, 이를 응용하는 제시문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를테면, 평가원에서 반모음을 완전히 하나의 음운으로 인정하고, 이를 '국어 지식'으로 인정했다면, 아래와 같이 돌직구로 물어볼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9평 11번을 보시면 <보기>를 통해서 국어에 반모음으로 'w'와 'j'가 있고, 단모음이 반모음으로 교체되는 음운 변동이 있다고 예시까지 들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고 있거든요.
아 파란국어님 말씀대로 생각하면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을것 같아요! 공부할 때는 반모음이 하나의 모음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하겠지만,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둘게요 답변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저도 유명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나니, 반모음에 대한 디폴트 값으로는 '음운'임을 강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반모음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사실 교과서나 교육과정에 근거했다기보다는 ebs와 입장을 같이한다고 보아야 할 거 같은데 말씀하신 내용과 같은 방향의 내용이 수능완성 141쪽에 이렇게 나옵니다!
본문처럼 두 입장 모두의 근거를 알고 준비하시는 게 가장 좋을 거예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네~ 딱 저 부분 정도의 유연한 인식이 타협선이 될 것 같습니다^^
단, 반모음은 하나의 음운이다 - 이건 고정하고 가되
축약으로 보는 입장 : 음절이 줄어든 모습에 집중
교체로 보는 입장 : 반모음도 하나의 음운이라는 것에 집중
각각의 근거를 요러케 알아두는 게 좋을 거 같슴미다
선배님이 대단하신 건 한 눈에 알 수 있네요ㅎㅎ
아이고 ㅋ 고맙습니다 선생님~^^~
마지막예시는 반모음을 한 음운으로 인정한다면 축약, 한 음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교체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보아야하나요?
마지막 예시라면 5번 선지 '키우-어라 -> [키워라]'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이 경우라면 반모음을 음운으로 본다면 단모음'ㅜ'가 반모음 w로 교체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반모음을 모음이나 자음과 대등한 음운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 형태적으로 두 개의 단모음이 하나의 이중모음으로 줄어드는 축약으로 이해할 것입니다^^
오오 만약에 가나 지문구성을 문법으로 가져간다면 재밌는현상이벌어지겠네요 ㅋㅋ
하... 그런 가능세계가 없는 것은 아니겠네요 ㄷㄷㄷ
반모음을 하나의 음운으로 보는 견해가 모음축약이고, 반모음이 하나의 음운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이번 9모 11번의 견해인건가요? 그리고 9모에서 말한 반모음으로 교체되는 현상이 반모음화를 말하는건가요? 하도 이름이 많아서 이중모음화 모음축약 반모음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ㅠㅠ
그리고 반모음 첨가는 반모음화냐, 모음축약이냐 논쟁과는 별개의 현상이 아닌가요? 되어를 [되어]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인데 [되여]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하는게 반모음 첨가라고 들었는데 개정 교육과정에서 삭제된게 반모음 첨가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작성자님처럼 모음축약이라고 하는 분도 있어서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하나씩 답변하는 게 좋겠군용~
1.반모음을 하나의 음운으로 보는 견해가 모음축약이고, 반모음이 하나의 음운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이번 9모 11번의 견해인건가요?
>> 반모음을 하나의 음운으로 보는 견해는 과거에 모음축약으로 설명하던 것을 교체(단모음의 반모음화)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9모 11번의 견해입니다.
2. 그리고 9모에서 말한 반모음으로 교체되는 현상이 반모음화를 말하는건가요? 하도 이름이 많아서 이중모음화 모음축약 반모음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ㅠㅠ
>> 단모음이 반모음으로 교체되는 현상은 그 명칭이 전공문법서에서도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핵심은 교체라는 것이니 그것만 알아두셔요. 이를 지칭하는 용어는 핵심이 아닙니다^^~ 반모음화(반모음이 아닌 단모음이 반모음으로 교체되었다는 뜻) 정도로 정리해두시는 걸 추천합니다.
3. 그리고 반모음 첨가는 반모음화냐, 모음축약이냐 논쟁과는 별개의 현상이 아닌가요? 되어를 [되어]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인데 [되여]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하는게 반모음 첨가라고 들었는데 개정 교육과정에서 삭제된게 반모음 첨가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작성자님처럼 모음축약이라고 하는 분도 있어서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반모음 첨가는 반모음화 현상과는 별개인 것이 맞습니다. 다만 제가 글에서 이를 함께 다루었던 것은 반모음을 보는 음운론적 관점에 따라 같은 현상(되어[되여])을 두고 반모음 첨가(+j)로 보거나 교체(ㅓ->ㅕ)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었어요. 이때 첨가로 보는 입장은 반모음을 음운으로 보는 입장이고, 교체로 보는 입장은 반모음을 음운으로 다루지 않는 입장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반모음을 하나의 음운으로 보는 견해는 과거에 모음축약으로 설명하던 것을 교체(단모음의 반모음화)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9모 11번의 견해입니다.
이때 첨가로 보는 입장은 반모음을 음운으로 보는 입장이고, 교체로 보는 입장은 반모음을 음운으로 다루지 않는 입장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 설명하신 부분에서 반모음을 하나의 음운으로 보는 견해가 과거에 축약으로 설명하다가 이제는 교체로 설명한다고 하셨는데, 밑에는 첨가로 보는 입장이 반모음을 음운으로 보는 입장이라고 하셔서..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인가요?
도표로 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음운변동에 대한 체계가 잘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글만 봐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우실 거예요~
아! 교체가 명칭이 통일된게 아니라는게 이 뜻이군요. 반모음이 음운이라고 보는 관점은 각 음운변동에서 반모음에 의한 변동으로 보는 것이고 반모음이 음운이 아니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아예 단모음끼리의, 단모음과 이중모음 간의 변동으로 보는거군요.
확실히 이해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그런데 저렇게 반모음을 음운으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도 모음축약 또는 이중모음화?가 됐을 때의 이중모음 안에는 반모음이 있다고 보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내용이죠?
그렇습니다 ㅎㅎ 교과서에서도 반모음은 설명이 되어 있고, 이중모음을 설명할 때에는 단모음과 반모음이 결합한 것으로 설명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며칠 전에 이런 문제가 임용시험에 나왔네요. :)
으어 ㅋㅋㅋㅋ 두 음운 중 하나가 탈락한 것도 아니고, 두 음운이 한 음운으로 축약된 것도 아니니 교체라는 것이군요 ㅋㅋㅋ 이제 평가원에서도 본격적으로 반모음을 음운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실하군용. 물론 '탈락과 축약의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이라는 조건이 남아 있긴 합니다만...
아, 그리고 선생님, 제가 쪽지를 하나 보냈습니다... 혹시 시간 나시면 읽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