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학번이되고싶은20학번 [931057] · MS 2019 · 쪽지

2020-10-24 23: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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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20학번의 개인사와 탈간호를 결심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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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학번이되고싶은20학번 님의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

구분 표점
한국사 - - 2
국어 129 94 2
수학 나 129 91 2
영어 - - 1
경제 60 80 3
사회 문화 61 85 3

안녕하세요. 이번에 간호학과 20학번으로 입학한 미개봉 중고내기입니다. 수능을 다시 치려고 합니다.

다만 저는 21학년도 수험생은 아니고, 계획대로라면 23학년도 수험생이 될 것 같습니다. 혼자 하는 다짐에 가까운 글을 여러분들께 전해드리는 것은, 우선 이 글로 몇 년이 걸릴 장기전에 대한 시작을 하고, 제 초라한 성적표를 여러분이 보시도록 하여 제 자신을 조금 더 바로잡고자 함입니다. 부디 제 감시자가 되셔서 제가 만약 공부를 제대로 못하거나 나태해지면 많은 쓴소리 부탁드립니다.

 아래의 글부터는 제목에 썼던 내용이 시작됩니다. 2000자가 넘어가는 글이기에 중간에 지루하실 수도 있습니다. 혹 그러시다면 아래의 성적표를 보시고 잠깐 피식 웃으신 후에, 제게 쓴소리를 날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인증이라던지 수험생활 관련 다짐글을 많이 쓸 예정이라, 그때에도 제가 잘못하는 기색이 보이신다면 부담없이 그래주세요 ^^;


  


 교육학계열의 쓴 현실을 알지 못한 채 경제선생님이 되겠다며 문과로 전과하고 치른 첫 수능은 22233이라는, 제 기준 영 좋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공부를 제대로 안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죠.


  그쯤 해서 "임용고시가 현재 얼마나 헬이 되어버렸는지 알게 됨 + 성적이라는 팩트로 두들겨맞음" 2연타를 당한 저는 당시 멘탈이 반쯤 나가버린 나머지 진짜 모든 것을 놓아버렸습니다.(진짜 오늘만 사는 것처럼 다른 일 신경 하나도 안쓰고, 심지어 밥도 안 먹고 놀기만 했죠. 그때 하루도 피시방을 안 빠지고 탑 타릭이니 탑 룰루니 이런 괴상한 것들을 연구했고, 집에 와선 의미없는 폰질만 했었네요) 안쓰러운 마음에 저에게 재수를 권유하시려던 부모님께선 제 막장스런 태도에 화가 잔뜩 나셔서 그냥 아무 곳이나 가라며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하시고 말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제 성적표는 그래도 지거국은 갈 수 있을 정도였고 선택지 중에는 교차지원으로 갈 수 있는 간호학과도 있었습니다. 상위권 지거국 경제학과를 가느냐, 하위권 지거국 간호학과를 가느냐 그렇게 갈렸던 것 같네요. 인문계열 학과에 매우 부정적이셨던 부모님께서는 가서 어떤 일을 할지 계획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면 앞으로 상경계도 매우 어렵다면서 차라리 못해도 중간은 가는 간호학과를 추천하셨습니다. 맞는 말이라 저도 솔깃했고, 그래서 간호학과를 오게 되었지요.


  그건 실수였습니다. 훌륭한 한 명의 간호사가 되기 위해 길러야 하는 역량이나 성격들은 제 성격과 거의 정반대에 있었습니다. 공감 능력, 대인 친화력, 옵티미즘 같은 것들 말이죠. 굳이 mbti를 쓰자면...전 intj입니다. 저걸 받아들인다는 건 제 영혼을 갈아끼우는 수준으로, 진.짜.겁.나.어


  간호사회에도 매우 실망했습니다. 이게 가장 큰 이유인데요...간호사 처우가 거지같은 건 다들 아실겁니다. 이걸 바꾸려면 모두가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이 분들 단합이 하나도 안됩니다. 이론상 한 사람이 4번씩 동의 가능한 청와대 국민청원 말이죠, 간호사 관련 청원 동의수가 처참해요. 저번에 의료계 파업 때 이슈가 되었던 간호사 처우 개선 및 간호대 증원 반대 요구가 10만 개도 못 넘겼고, 이번 국가고시 응시료 청원이 2만 개 남짓입니다. 전국의 간호사 수가 20만이 넘는데 말입니다. 구성원들끼리도 싸워요. 간호사 대숲에서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흑화해버린 선생님들이 신규 선생님들 부당하게 까시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신규~2,3년차 선생님들은 실습나가는 3,4학년 선배들 보고 또 뭐라 하십니다ㅋㅋㅋ 헛웃음만 나오네요). 그 와중에 하는 일 없는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대 증원 찬성^^ 공공간호사 제도 도입하자~"이런 헛소리나 하면서 월 6만원씩 전국의 20만 간호사들한테 꼬박꼬박 챙겨갑니다. 개판이지요. 


  그나마 동기와 선배, 교수님들이 다들 좋은 분들이라 진성 아싸인 저한테도 살갑게 대해주셨기에 인간관계 걱정은 없었고, 그거 하나로 지금까지 여기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는 제 평생직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자력으로 이곳을 나와보렵니다. 차라리 간호사보다도 더 힘들고 책임이 크지만, 개개인이 더 전문화되고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니면 배는 고파도 값진 일을 하는 학계로도 진출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만 허락한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요.(제게 sky 물리학과를 간 친구가 있는데, "탈물리는 능지순", "물리학자<페퍼로니 피자"라면서 자학개그 할 때마다 웃기기도 하지만 솔직히 부러워요.)


  이 학교에 오고난 후, 글을 쓰기 직전까지도 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어영부영 시간만 허비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 거기에 대한 답을 찾은 것도 아니고, 의료계나 학계도 답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앉아 무의미하고 평범한 삶을 살게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발이라도 떼 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았습니다. 최소한 간호사가 그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요! 

앞으로 많이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제 인생의 답을 찾을 기회를 줄 2023 수능에, 제 인생을 한 번 걸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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