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황T(국어의기술) [27444] · MS 2003 · 쪽지

2021-01-30 16: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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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영어] 출제자가 허수 걸러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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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클래스 국어 강사 이해황입니다. 출제자가 허수를 걸러내는 방법(=매력적인 오답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수능 국어뿐만 아니라 수능 영어, 토익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으니, 정독해두면 시험장에서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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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든 영어든 간에, 독해문제에 담긴 출제자의 의도는 동일합니다. 지문의 이해도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를 저는 “문제는 지문의 이해도를 평가하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나타냅니다.


_출처: 『국어의 기술1, 2』(이해황 저)



이러한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하면, 지문을 잘 이해한 학생도 틀리는 문제(=너무 어려운 문제)도 나쁜 문제고,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도 맞히는 문제(=너무 쉬운 문제)도 나쁜 문제입니다. 두 경우 모두 변별력이 없는 문제니까요.


변별력이 있는 문항은 성적에 따른 정답률이 다음과 같이 그려져야 합니다.



시험성적이 능력을 표상한다고 할 때, 능력이 높을수록 정답을 맞힐 확률이 높고, 능력이 낮을수록 정답을 맞힐 확률이 낮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러한 그래프를 문항특성곡선(Item Characteristic Curve)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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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없는 학생(전문용어로 ‘허수’)이 문제를 맞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즉, 문항특성곡선이 一자가 아니라 S가 모양이 되도록 하기 위해, 출제자는 두 가지 작업을 합니다. 첫째, 정답을 덜 뻔하게 만들기. 둘째, 오답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이는 수능 출제매뉴얼에 아래와 같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 정답임을 알려주는 지나치게 뚜렷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가?

● 단서가 너무 많이 제시되어 내용을 모르는 수험생도 정답을 맞힐 가능성이 있는가?

● 묻는 내용을 잘 모르는 학생들도 금방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너무 뻔한 답지가 아닌가?


● 오답지의 매력도가 너무 부족하지 않은가?

● 오답시비가 없으면서도, 오답도 그럴 듯해 보이도록 유인가를 높인다.

● 오답의 매력도는 적절한가? (오답이라는 단서를 주는 선택지의 경우 매력도가 거의 없다.)


이를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실천적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상위권]

지문을 이해하지 못한 허수가 정답이라고 생각할 만한 선지는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


[하위권]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정답이 쉽게 보인다면, 그 선지는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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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국어/영어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3.1. 2021학년도 수능 영어 33번 (오답률 5위)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허수라면 ②를 찍을 가능성이 높겠죠? 지문에서 structure가 보이니까요. 반면 허수가 ①을 찍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①의 ‘sculpt’, ‘history’, ‘experiences’는 지문에 언급된 적 없으니까요.




3.2.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영어 31번 (오답률 1위)



정답 선지의 ‘vary’, ‘little’은 지문에 언급된 적 없습니다. 출제자가 정답을 덜 뻔하게 만든 것이죠. 반면 매력적인 오답이었던 ④와 ⑤는 지문에 언급된 gradually, hard(ness)를 활용했습니다. 허수라면 ④나 ⑤를 찍을 확률이 높겠죠?




3.3.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영어 32번 (오답률 2위)




더 설명 안 해도 되겠죠? ㅎㅎ




이제 국어 기출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3.4. 2021학년도 9월 모의평가 국어 21번



②가 매력적인 오답인데, 출제자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바로 알겠죠?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면 아래 전기추2 영상(1분 54초)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놀랍게도(혹은 당연하게도!) 수능에 동일한 매력적인 오답 제작 방식이 나왔습니다.




3.5. 2021학년도 수능 국어 18번 (오답률 3위)


9평을 잘 분석한 학생이라면, 매력적인 오답을 쉽게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시험장에서 출제자의 의도까지 투명하게 보여서 미소 지었을 수도 있죠. 만약 지문 이해가 부족했더라도,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하면 최소한 ③은 피해서 찍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이걸 가장 많이 선택했다는 게 저로서는 좀 충격적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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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00개 넘어가면, 국어&영어 빈칸/순서 특강을 무료강의로 올려보겠습니다. 30쪽짜리 자료도 다 만들어놨는데... 힘이 없어서 못 찍고 있습니다.

(좋아요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덧1: '문항특성곡선'은 『문항제작 및 분석의 이론과 실제』(성태제, 2004)를 참고했습니다.


덧2: 이 칼럼에서 소개한 '출제자가 허수 걸러내는 방법'은 다양한 출제패턴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절대 법칙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무엇보다 이런 파훼법이 발달하고 널리 알려질수록, 출제기법도 공진화하므로 시험장에서는 늘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덧3: 시험장에서 2021학년도 수능 국어 18번을 ③으로 찍었다면, (어떤 교재/강의로 공부하든 간에) 전기추1, 2를 꼭 들어보길 권합니다. 그러면 시험장에서 다시는 저런 문제 안 틀리게 될 거예요. 빡세게 들으면 17,000원짜리 일주일 패스로 완강할 수 있으니 부담도 크지 않을 거고요. :)

rare-머리야 터져라! rare-하트라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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