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윤리] 10월 학력평가 ‘조금 알찬’ 총평
두 분께서 총평을 올려 달라고 하셔서, 문제를 풀어 보았습니다.
다 푸는 데 9분 23초가 걸렸고, 아무런 긴장감 없이 스피디하게 풀다가 4번 문제 하나 틀렸습니다. ① 선지에서 ‘다수의’를 보지 못했고 ⑤ 선지에서 ‘병’을 순간 현실주의로 잘못 인식했네요. 부끄럽...
전체적인 총평을 남기고 주목할 만한 포인트들 짚어 보겠습니다.
전체적인 총평.
아까 초저녁에 여기저기서 어렵다는 소리를 들어서 난도가 꽤 높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쉬웠습니다. 헷갈릴 만한 포인트들이 거의 없었고, 약간 헷갈릴 만한 포인트를 심어둔 문항도 소거법으로 쉽게 풀 수 있었어야 합니다. 이 정도 시험은 쉽게 50점이 나와줘야 합니다. 그래야 수능에서 1등급을 쟁취할 수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들.
1. 5번 문항
ㄷ 선지부터 보겠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의식적으로 목표와 목적을 추구하는가?”
이건 원전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상식만 있으면 풀 수 있는 선지였는데, 많이들 틀리신 것 같습니다. [의식 = 유정성(有情性) = 쾌고 감수 능력]이라고 그냥 외우시면 됩니다. 따라서 식물은 의식이 없습니다. 이건 과학적 Fact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체가 의식적으로 목표와 목적을 추구한다는 진술에 동의할 사상가는 없습니다.
‘선생님, 의식이 없는데 목적을 어떻게 추구하나요?’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잠시 테일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해바라기는 의식이 없습니다. 그런데 해를 향하고자 합니다. 식물은 의식이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보고서 테일러는 이것이 식물이 일정한 목적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잠시 미출제 포인트를 짚어 볼까요? 싱어는 식물이 의식이 없이 항상성 유지를 위한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을 식물이 무언가를 ‘추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때 식물이 어떤 목적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것은, 식물의 활동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일 뿐인데, 생명 중심주의자들은 이러한 은유적 표현을 마치 사실적 묘사인 것처럼 여기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싱어의 비판입니다. 싱어는 도덕적 고려 대상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의식’을 제시하면서 생명 중심주의자들의 입장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ㄹ 선지도 볼까요? “동물의 고통과 인간의 동일한 고통을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는가?”
‘고려’는 맞고 ‘대우’는 틀린 줄 알고 있었는데, ‘취급’이 나와서 당황하셨다고요? EBS의 자료 플러스를 꼼꼼히 보셨어야 합니다. 대놓고 나와 있습니다. ‘동일한 고통에 대한 동등한 취급’은 그냥 ‘이익 평등 고려’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능 연계교재를 꼼꼼히 봅시다. 더 이상의 코멘트를 하지 않겠습니다. 2022학년도 수능특강 123p입니다.
2. 9번 문항
② 선지를 한번 볼까요? “천지 만물 어디에나 있는 도와 일치하는 살아야 하는가?”
도가 사상에 따르면 도(道)는 천지 만물 어디에나 있죠. 이를 도의 편재성(遍在性)이라고 합니다.
편재(偏在)와 편재(遍在)는 다릅니다. 어떤 면에서 둘은 정반대의 의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단어가 헷갈릴 수가 있어요. 전자는 한곳에 치우쳐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원의 편재성’이라는 말 들어 보셨죠? 석유 같은 자원은 한곳에 치우쳐 있습니다. 반면 ‘도의 편재성’이라고 말할 때 ‘편재’는 후자이며, 두루 퍼져 있다는 말을 뜻합니다. 알아두시길.
3. 16번 문항
⑤ 선지를 한번 볼까요? 다수결의 원칙 어쩌고 하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롤스부터 볼게요. 롤스는 시민 불복종이 다수결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는 ‘다수의 정의관’이 시민 불복종의 정당화 근거라고 말하지만, 이건 다수결과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다음은 롤스의 글입니다. [ ] 안은 제가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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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하게 정의로운 민주주의적 입헌 체제의 시민들은 그들의 정치적 사안을 처리하고 헌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는 공공적 정의관을 공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의관의 기본 원칙[정의의 원칙]이 의도적 · 지속적으로 침해될 경우 정당한 시민 불복종이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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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렇게 정리가 가능하죠.
정의의 원칙 = 공공적 정의관(다수의 정의관)의 기본 원칙
공공적 정의관(다수의 정의관) = 정치적 사안을 처리하고 헌법을 해석하는 기준
정의의 원칙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 공공적 정의관(다수의 정의관)은 다수결과는 관계없이 이미 원초적 입장에서 합의된 이념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소수자의 시민 불복종도, 그것이 정의의 원칙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 공공적 정의관에 부합한다면 정당화된다는 것이 롤스의 생각입니다. 자, 기억합시다. 다수결 원칙에의 부합은 롤스의 시민 불복종 이론에서 시민 불복종을 정당화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아닙니다.
싱어의 입장에서도 한번 볼까요? 싱어는 다수결 원칙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상가입니다.
물론 싱어는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법에 대한 시민 불복종이 비교적 쉽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고, 대의제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현실에는 다수의 의견을 진실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률이 자주 제정됩니다. 이때 시민 불복종은 다수결에 반하는 항거가 아니라 오히려 다수결에 부합하는 항거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수결에 반하는 시민 불복종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일까요?
싱어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다수결 원칙에 내재한 한계 때문에 그렇습니다.
소수가 틀릴 수 있듯이, 다수도 틀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수가 심각하게 그릇된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경우, 싱어는 다수의 의견을 거스르는 소수자의 시민 불복종이 정당화된다고 말합니다. 아래는 2021학년도 수능특강에 실려 있던 싱어 제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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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복종은 정부의 정책이나 법이 진실로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 않거나, 다수의 입장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완전히 그릇된 것일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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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8번 문항
⑤ 선지 볼게요. 쉬우셨죠?
롤스에 따르면 원조 주체는 질서 정연한 사회입니다.
그런데 질서 정연한 사회가 반드시 부유한 건 아니죠?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5번 문항의 ㄷ 선지에서 언급된 개념이잖아요!
“롤스: 적정 수준의 제도 확립에 막대한 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O)”
생윤은 유삼환!
오르비 생윤 1타 유저가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질문 환영합니다.
해설강의는 스카이에듀의 문서연 강사님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해설강의 꼭 올려주시길..!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문서연 강사님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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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이거 이감하다보니까 문학에서 눈 썩는 느낌인데 2
내가 못해진 건지 이감 문학이 X같은건지 모르겠네
9분 컷
9분컷 47점...
프사 기만 존잘
감사합니다...
이번 10모치고 제 개념정리가 얄팍했음을 새삼 깨닫고갑니다..ㅜ
총평감사합니다 !!
생윤 질문은 오르비에 제 이름을 언급한 후 질문글을 쓰신 다음에 저에게 쪽지로 알려 주시면 제가 댓글로 상세하게 답변해 드립니다. 수능까지 빈 구멍 완벽히 채워 놓으시길 응원합니다.
15번서 왈처도 사회적약자를 위한 재분배에 동의하나요?
네, 왈처도 복지 정책 찬성하죠.
안전과 복지는 필요에 따라 분배하라고 하니까요.
그 내용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음... 대부분의 인강 강사들이 가르치는 내용이긴 합니다. 왈처가 복지 정책에 찬성한다는 것은 다수의 기출문제에서 확인되는 사실이기도 헙니다. (물론 과거 윤리와 사상 기출문제를 보셔야 합니다.)
아하 감사합니다ㅎㅎ
만점맞았어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수능까지 만점 맞으시길 응원합니다 ;)
칸트에게 미적가치는 예술의 형식,내용 둘다로부터 도출되나요?
칸트의 따르면 예술의 '미적' 가치는 예술의 자율적 형식에서 나옵니다.
생윤 1타 제가 할거에요
선의의 경쟁 on
거의 고정 50이었는데 이번에 5번이었나 하나 틀렸더라구요. 세세한 부분에서도 많이 배워갑니다. 정성이 느껴지네요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질문드릴 게 있습니다 !
1번 문제 4번 선지에서 기술 윤리학은 도덕규범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술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틀린 게 맞나요 ?
처음 봤을 때 “가치중립적으로”라는 단어 때문에 착각할 뻔해서 질문 드립니다 !
네, 기술 윤리학은 도덕규범의 타당성 검증에는 관심이 없죠.
아 추가로 롤스의 입장에서 원조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질서 정연한 국가로 한정되나요?
이걸 직접적으로 출제할까 싶긴 하지만 혹시나 해서 여쭤봅니다.
원칙적으로 롤스는 원조의 주체를 질서 정연한 만민으로 규정합니다. (질서 정연한 사회, 질서 정연한 국가라고 이해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롤스도 개인적 원조를 금지할 이유는 없을 것 같고, 2021학년도 수능완성에는 롤스도 원조 의무가 개인에게 부과된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긴 합니다... 솔직히 저도 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심스럽게 과거 EBS의 서술이 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는 있습니다.)
찜찜했는데 감사합니다 !
삼환님 저 박싸리에용 저 생명 1 맞음 ㅎㅎㅎ !!!!!! 셤잘치세욥
크 박살 님 반갑습니다. 축하드려요. 서울로 대학 오시면 한번 뵈어요! :)
조아요 ~~~ (*^◯^*)
12번에 4번선지 '살인범에 대한 사형은 유용하지도 않고' 라는 내용이 오류나 반박의 여지가 있지는 않은가요? 베카리아는 사형에 대한 범죄 억제력을 어느정도 인정하는데(220619) 이에 따르면 '유용하지 않다' 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교과서 서술에 따르면 베카리아는 사형이 범죄 억제력이 없다고 봅니다. 이는 베카리아가 범죄 억제력이 전혀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평가원의 입장과 일관적일 수 있습니다.
"A가 없다."라는 진술이 일상어의 맥락에서 반드시 "A가 전혀 없다."라는 의미를 함축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그 방법은 효과가 없어."라고 말할 때 의도하는 바가 항상 그 방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죠. 우리는 이런 말을 할 때 단지 그 방법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분한 효과가 있지는 않다는 의미를 의도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생활과 윤리 시험이 항상 형식 논리적으로 엄밀한 언어로만 구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상어의 맥락에서 선지를 이해해야 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미는 도덕성의 상징이다 그 칸트 문제 하나 틀렸어요 ㅠㅇ 이건 개념 문제보다 지문 해석 문제에 가깝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선지들이 헷갈려요 ㅠㅠ
아뇨, 개념으로 풀리는 문제입니다. 2022학년도 수능ㄱ강 140p에 나와 있는 칸트의 예술론 개념 설명과 2022학년도 수능완성 90p 8번 문항을 확인해 보세요 :)
감사합니다!!
의식 = 유정성 = 쾌고 감수능력이면 싱어와 레건은 일부 동물이 의식을 있다고 보는 것 맞지용?
'의식' 이라는 말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말로 이때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요 ㅜㅡㅜ
네, 그렇게 보셔도 무리 없습니다.
5번의 ㄴ.유정성이 없는 생명체들은 도덕적인 지위를 지니는가? 에서 도덕적인 지위라는 의미가 가치라는 의미인건가요? 도덕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인 줄 알고 틀리다고 했는데 뜻을 제대로 모르겠네요 ㅜㅜ
도덕적 지위를 지닌다 =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다 = 직접적 의무의 대상이다
위와 같이 이해하셔야 합니다.
개념책 같은거 추천해주실수 있나요 9모 50이여서 맘놓고 있었다가 생윤 선지 엄청 꼬아서 봐서 41점 나왔는데ㅠㅠ 그냥 수완 개념만이라도 볼까요? 따로 인강 강사님들 개념책 잘 저ㅇ리된거 볼까요?
9평 50이시라면 개념서보다는 현자의 돌 6평 분석서라는 교재를 추천합니다. 거기 개념 설명도 풍성하게 되어 있어요.
감사합니다!!
아 현돌 커리만 타도 50점 13분컷 가능하다공
공감합니다.
이번 10모에서 킬러?라고 할 수 있는 오답률 높은 문제들은 다 맞았는데, 제시문 독해형 문제에서 틀렸네요.
사설모의고사 풀때도 자꾸 이런부분에서 실수하는데,
따로 연습이 필요할까요...?
아님 집중력의 문제일까요ㅜㅅㅜ
국어가 3등급 이상이시라면, 그냥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마인드만 세팅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컷 50일까요?
아뇨, 현역들끼리만 친 시험이라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그러면 의식을 쾌고 감수 능력이랑 같다고 보면 싱어는 의식이 존재하는 생명체는 도덕적 지위가 있다 라는 선지가 나오면 맞는 말인가요?
사실 쾌고 감수 능력 = 의식이라고 보기는 좀 걸리긴 합니다. 정확히는 쾌락, 고통 따위의 것들이 의식의 일종이에요. 말씀하신 선지는 O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칸트에서 '다수의 국제 연맹을 창설해야 항구적인 평화가 보장된다'는 선지에서 어떤 부분이 틀린건가요? 국제연맹 창설= 항구적 평화 보장 아닌가요?ㅠㅠ
국제 연맹은 하나입니다.
2번에 볼노브 '인간은 삶의 체험과는 분리된 점유물인 집에서 거주한다'가 틀린 이유가 무엇인가요?
싱어가 쾌고감수능력이 필요충분조건이랬는데 유정성에 의식이 있다는거면 이거 선지처리를 어케해야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