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월 생윤, 윤사 총평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사회탐구 영역 생활과 윤리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사회탐구 영역 윤리와 사상
#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생활과 윤리]
이론 윤리 부분이 꽤 강세를 띠게 된 것 같습니다. 2번, 3번 문항에 각각 동양, 서양 윤리 사상이 연달아 나왔는데요, 2번 문항은 평이한 수준이었지만 3번 문항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칸트의 보편주의 정식이라는 것이 흔히 오해하듯이 특정 행위를 보편화하는 사고 실험을 해 보았을 때 예견되는 해악을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애초에 이건 의무론을 벗어난 것이죠), 특정 준칙을 모두가 따르는 보편 법칙으로 상정해 보았을 때 발생하는 내적 모순을 생각하라는 것이라는 점은 윤사에서도 아직 제대로 다루지 않은 고차원적 영역입니다. 하지만 칸트가 제시한 보편주의 정식의 개념, 그리고 거짓말을 예로 삼아 그 보편주의 정식을 적용해 본 지문을 숙지하고 있었다면 정답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걸 몰라도 소거법에 의해 정답이 찾아지는 수준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다음에 이 소재가 다시 등장하면 꽤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12번 시민 불복종 문항에서 ㄴ은 언어 논리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오답이어야 할 텐데요, 선택지에 'ㄱ, ㄷ'이 없었기 때문에 정답 찾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엄밀히 오답이 되는 이유는, 종교의 자유를 부정하는 법이 모두 시민 불복종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그중 종교의 자유를 부정하는 정도가 현저하고 다른 합법적 정상화 수단이 통하지 않는 법이 시민 불복종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지의 서술어가 '된다.'가 아니라 '될 수 있다.'였어야 논리적으로 정답입니다.
19번 자연과 윤리 문항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범주 집합 사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반례를 찾을 수 있는지를 지난 수능에 이어 묻고 있습니다. 지난 수능에서는 칸트가 도덕적 지위의 요건으로 '이성적 존재자일 것'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출발해 '쾌고 감수 능력이 없는 이성적 존재자가 있을 수 있는가'를 떠올려야 했고,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싱어가 도덕적 지위의 요건으로 '쾌고를 감수할 수 있는 존재일 것'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출발해 '쾌고 감수 능력이 없는 동물이 있을 수 있는가'를 떠올려야 했습니다. '인간 중심주의', '동물 중심주의'라는 거친 집합적 사고만 하면 되었던 수년 전 기출문제에 비하면, 지난 수능을 기점으로 요하는 사고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각 사상가의 사상 체계 안에서 도덕적 고려 대상의 요건을 본질적으로 알고서 선지에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가 체감하기에는 지난 수능보다 난도가 약간 아래입니다. 지난 수능처럼 분배 정의 문항도 어렵게 나왔다면 지난 수능 정도의 전체 난이도가 됐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사회 계약론처럼 윤사와 영역이 겹치는 문항들은 윤사 기출문제들에서 보이던 표현이나 소재들을 차용하고 있는 경우가 적잖이 있어서, 윤사를 같이 공부하거나 윤사 기출문제 중 현 교육과정 생윤과 겹치는 부분들을 같이 풀어 본다면 좋은 대비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리와 사상]
매력적인 오답 선지 구성이 지난 1~2년 간 열심히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도 오답 선지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두는 데 힘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대체로 '이러저러한 점에서',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이러저러하기에' 따위의 문장 구조를 통해 실현하고 있는데요, 앞뒤 연결을 충분히 의심하면서 읽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맞는 말로 생각해 낚시를 당하기 쉽습니다. 2번, 5번 문항이 이번 시험에서 대표적입니다. 17번 문항은 그 역을 찔러서, 맞을 것 같지 않은 말을 정답으로 만들어 매력 없는(?) 정답 선지를 설치해 두어 현재 통계상 정답률 30%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지들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면 개념을 충분히 숙지하고, 선지를 읽을 때 뇌를 각성한 채로 요소요소의 모든 연결을 개념을 바탕으로 충분히 따져 가면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수능에 이어 예화/범주화를 요구하는 선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2번 문항 ㄷ의 '명예욕'을 보고서 그것이 에피쿠로스의 비자연적 욕구 개념의 한 예였던 것을 떠올려야 합니다. 요즘은 그런 한탄이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예전에 윤사 문제에서 지엽적이라고 학생들이 외면했던 소재들은 대체로 이런 것들입니다. 결코 지엽적인 게 아니죠. 오히려 국소적 사례를 보고 큰 그림을 보게 만드는 문제입니다.
로스의 조건부 의무와 실제 의무 개념을 오랜만에 다시 출제했네요. 조건부 의무와 실제 의무의 관계, 그리고 조건부 의무의 충돌에서 실제 의무를 골라 내는 직관(prima facie)의 개념은 로스의 사상 체계에서 핵심입니다. 이 부분은 꼭 연계 교재보다 교과서를 보고 정리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연계 교재에서는 교과서에 비해 이 부분에 대해서 별로 알려 주는 게 없거든요.
11번 문항의 강연자 그림은 2021학년도 9월 모의평가 10번 문항에서 쓴 그림과 똑같아 보이는데... 사상가 얼굴을 몇 명은 알고 있으면 지문을 보고 모르겠어도 그림을 보고 강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귀찮으면 강연자나 가상 대화 문항 풀 때 사상가 얼굴만 보고 풉니다.
사회 계약론 문항에서는 재작년 수능에 이어서 입법 소재를, 작년 수능에 이어서 주권 소재를 쓰고 있습니다. 생윤에서도 사회 계약론 문항이 출제되고 있고 거기서 윤사의 클리셰였던 소재들을 계속 가져다 쓰고 있기 때문에, 윤사에서 새로운 소재를 판 결과가 입법과 주권이라는 소재인 듯합니다. 이 소재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주권(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라는 개념이 홉스에게는 리바이어던의 권력으로, 루소에게는 일반 의지를 지닌 인민에게로 귀속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홉스와 루소가 각각 어떤 통치 형태를 주장했는지를 기억하고 그것을 입법의 문제에 접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번 모의평가는 지난 수능에 비해서는 현저히 쉬운 편인데, 이건 이번 시험이 쉬워서가 아니라 지난 수능이 많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윤사 기출 역사 전반에 비추어 볼 때는 폭탄급은 아니고 다소 어려운 편에 속할 것 같네요. 윤사 응시생이 거의 고인물만 남아서 난이도를 충분히 어렵게 가져가지 않으면 과목 간 표준점수 편차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난 수능에 이어 꾸준히 중상급 이상 난도를 유지할 것 같습니다.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약력]
Ethique Fatale 모의고사 생활과 윤리 (2021년)
Ethique Fatale 모의고사 윤리와 사상 (2021년)
이상 모의고사 오감도 생활과 윤리 (2022년) ['이상 모의고사' 시리즈 중 Season 1]
이상 모의고사 오감도 윤리와 사상 (2022년) ['이상 모의고사' 시리즈 중 Season 1]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실모 필요한 사람? (+혈중고양이농도up) from 이승효 42
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 온라인 수학영역 강사 이승효입니다. 오르비가 제...
-
정시파이터는 각성해라 28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정시러 vs 수시러 편가르기 해서 싸우는건 이제...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7주를 쪼개서 쓰면 정말 많은 시간입니다. 남은...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37일만에 수학성적 올리는 방법...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남은 55일 저의 모든 생각은 한 곳을 향합니다....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제 인생의 특별한 경험을 하나 이야기할까...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슬럼프가 온 학생을 위한 글입니다. 각자 상황이...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오랜만이네요.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9평...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삼계탕 먹고 힘난 이승효) 지난 토요일이...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주의) 이 글은 수학이 진짜 절실한 5등급...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6평 성적이 나왔고 고3은...
-
안녕하세요. 디오르비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서울대 컴공을...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수학칼럼 이승효입니다. 다른과목은 성적이 어느정도 잘나오는데...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수학칼럼 이승효입니다. 죽어버린 공부를 하고 있는 수험생...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폭풍처럼 6평이 지나가고. 시험 끝나고 굳게...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오늘은 각잡고 쓰는 찐 칼럼입니다. 조금 많이...
-
오르비학원에서 처음 커리큘럼을 진행했던 작년.아무도 제가 누군지 몰랐습니다.초반에는...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6평 이후에 어그로도 좀 끌고 그랬는데 불편하신...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6평은 끝났습니다. 다들 너무 고생많았고. 잠깐...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6평까지 이제 10일.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6평까지 남은 기간 10일동안 어떻게 수학...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문이과 통합이라서 쉽지 않을건 알고 있었지만...
-
[기하 선택자(또는 수리논술대비)를 위한 칼럼] 기하, 즉 도형에서 가장 중요한...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오늘은 다소 팩트로 조지는 글이기 때문에 멘탈이...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이 글은 수험생이 아니라 현재 수학을 가르치고...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허수” 하면 나보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허수들이나 교과서를 본다는 오해!실수는...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오다가다 상승효과 칼럼을 보기는 했는데 도대체...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6월 모평이 6주 앞으로 다가왔네요. [16...
-
(매운맛주의) 현역이 예전 수능 문제(기출)를 풀면 쉬운 이유 학교 또는 학원에서...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몇일전에 팔로우가 1000명을 돌파했네요. 이게...
-
수학 진짜 노베만 보길 32
뱃지 달고 나도 노베~~~ㄱㅁ할라고 허겁지겁 들어왔으면 7ㅐ추! ..... 아니야,...
-
안녕하세요.틀을 좋아하다가 틀딱으로 오해받은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참조...
-
저녁 7시 4월학평 가장 쉬운 풀잇법 알려드림!! 11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벌써 여름인가 싶었는데 비오더니 다시 춥네요....
-
안녕하세요. 유튜버 아니 수학강사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유튜버는 농담이긴 한데요....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선택과목 무료특강.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반응!...
-
코로롱 격리 7일차 합리적인 선택 아싸리 쉬자는 마인드로 수업 참여하고, 퀴즈...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지난글이 하루만에 조회수 1만을 돌파하고 많은...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수학 때문에 고민이 많은 수험생이라면 이 글을...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유학충님 사진 가져옵니다. 땡큐! 문제시...
-
3.1절 3차함수 3시간 특강을 2만원에 들을 수 있는 찬스 5
안녕하세요. 거두절미하고, 여러분의 수학 성적을 올리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찬스!...
-
살짝 오랜만이네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군인 시절...
-
[수학칼럼] 증명을 공부하는게 고난도 문제 풀이에 도움되는 이유 5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작년에 올렸던 칼럼인데 최근에 증명에 대한 질문을...
-
지난번 도형 문제 깔끔한 해설 올려드림 + 유튜브 + 수업안내 4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크루의 도쿄예대 효쿤입니다. 지난번 경찰대 2010 도형...
-
안녕하세요. 수학의 쌉고수로 만드는 수학강사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다들 설날은 잘...
-
미적분 28/29번은 일단 맞히고 가자! [실지주 개강] 14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오늘은 미적분 선택자를 위한!! 상승효과 크루의...
-
안녕하세요. 저는 디오르비에서 강의하는 수학강사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2022년을...
-
안녕하세요.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어제 한 크리스마스 공개특강 다시 보기에 대한...
-
메뤼 크뤼스마스~! 상승효과 이승효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수험생 여러분들이 수학...
근데 진짜 팩트인게 윤리가 올해 6모가 쉬웠던것도 맞긴한데 작년 수능이 역대급으로 어려웠어서 상대적으로 엄청 쉬워보이는거일뿐이지 개나소나 풀어도 2~3등급 이정도는 아님 ㅋㅋ
맞습니다 ㅎㅎ 두 과목 모두 기출문제 전체를 두고 봤을 때도 중상급 난도는 되죠
윤사 모의고사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ㅠ 워낙 컨텐츠가 없는 과목인데 잘풀게요 !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윤사 문제에서 노자 vs 장자를 구분하는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요.?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노장 비교 문제는 옛날부터 간간이 있어 왔는데, 한 3년 전쯤부터 꽤 자주 보이는 듯합니다
기출 교재를 푼적은 없고 개념강의와 그 책안에 있는 문제로 이번 생윤 12분? 쯤 걸리고 다 맞았는데 이 시점에서는 뭘 해야할까요.?
고난도 기출문제들 위주로 보시면 작년 수능처럼 어렵게 나왔을 때 대처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출문제는 전체를 다 보지 않더라도 주요 문제들은 꼭 볼 필요가 있습니다. EBSi '단추' 기능 등을 이용해서 학생들이 많이 틀린 문제들을 보고, 학생들이 왜 틀렸을지, 어떤 사고 과정을 밟아서 지문과 선지를 판단하는 것이 정확한 것일지를 스스로 정리하다 보면, 어지간한 수능에는 다 대응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