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데이12 [680910]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2-12-09 20: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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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수에 대한 주저리주저리 (feat 정시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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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컨텐츠 집필진 응시 좀 하려고 옆동네 포xx에 들어갔는데 되게 공감가는 글이 있어서 주저리주저리 써봅니다.


이런 저런 일로 올해 수능에 6번째로 응시하게 되었는데, 수험생활이 길어지면서 수학이라는 학문에 흥미를 느껴 강사로써의 꿈이 생기게 되었고, 또 그만큼 입시에 관심이 많아졌네요. 오늘 성적표가 나오고 이제 원서 영역이 시작될 텐데, 원서 영역에서 정말 원하는 대학을 바라보며 원서지원하는 학생은 전체의 20%도 안 될 겁니다. 


그만큼 반대로 수능 재응시 즉 N수를 고민하시는 학생들도 지금 시기에 많을 거 같은데, 20대 초반 대학입시에서 실패를 껵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토대로 N수에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해서, N수 그리고 수능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남겨봅니다.


1. 현재 수능은 메디컬 입시생과 대학 입시생으로 갈라진 기형적인 시험이다.


아마 제가 현역 때부터였을거에요. 취업판이 답이 없다, 힘들다 등등 20대 중후반들 사이에서 원성이 들려오더라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공대 쪽은 괜찮다는 평이었는데 최근에는 공대마저 흔들리며 누구나 "전문직“에 메달리고 있는 추세죠. 그리고 이러한 영향이 수능입시에도 큰 타격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잘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습니다. 올해 국어가 평이했지만 개인적으로 예전 A, B형 급의 난이도는 아니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등급컷이 올라갔을까 생각을 해보니 당연히 슈퍼 N수생이 늘어서 그런 같아요. 


지금 수능에는 상위권, 최상위권들이 더 많이 유입되고 있는 거 같아요. 한정된 메디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행시, 고시 같은 시험이 되어버린 셈이죠. 그리고 제가 봤을 때는 이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거 같고 시험은 더 기괴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입결도 5년 전부터 서연고 공대가 의치한한테 밀리더니 이제는 약수한테도 밀리기 시작했죠. 메디컬 진학을 원하는 미친 표본이 들어온 현재 수능에서 정말 순수 대학을 진학하시려는 중상위권 학생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더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아요. 


난도 대비 말도 안 되는 등급컷 혹은 22수능과 같은 말도 안되는 난이도의 시험이 앞으로 계속 나타날 거라 예측하는데 살아남으려면 더 빡세게 해야겠죠.


2. 드라마틱한 변화는 거의 없다


SNS, 인터넷 커뮤 등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결과물만 보이기 때문에 그 성공을 위한 과정에 사람들이 둔감해졌죠. 수능도 마찬가지에요. 오르비 같은 사이트에 좋은 성적표가 많이 보이니까 뭔가 N수하면 일단 오르겠지 하는 생각들 많이 하실 겁니다.


하지만 실제, N수로 본인이 정말 원하는 대학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사람들은 전체 N수생 중 20%도 안 될 겁니다. 항상 성공한 성적표와 사례에만 많은 좋아요와 이목이 끌리는데 사실 실패가 더 번번합니다.


그리고 이 성공한 사례조차도, 이미 잘했던 학생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거는 사실 N수가 아니더라도 정시 자체가 이런 경향이 큽니다. N수생이 아니더라도 정시파이터를 맘먹고 있는 고1, 고2 학생들도 아시면 좋은 게 현역 정시황들은 사실상 현역이 아니에요. 


학원에서 만나본 친구들 중 종종 중3인데 미적분 선행하거나 고1인데 물리 II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본 적 있습니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해온 과정을 모르고 "어 정시로 그냥 갈아타자" 이런 생각이라면 실패의 확률이 더 높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3. N수는 상상하는 거 이상으로 멘탈 타격이 크다


이거는 정말 케바케고 개인마다 다 다를텐데요. 저는 성격이 원체 긍정적이고 실패를 빨리 잊어버리는 타입이여서 그나마 수월하게 여러 번의 수험생활을 버틴 거 같지만, N수 자체는 너무 힘듭니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많이 지치는데 과정만큼 힘든 게 실패했을 때의 결과입니다. 


저도 예전에 반수 실패하고 정말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나름 공부 잘하고 스카이에 갈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자존감도 많이 낮아진 거 같아요. 되게 외롭고 힘들거라 마음 굳건하게 먹고 수험생활을 준비하길 추천드립니다.


4. 수능이 재밌어야 성적은 오른다.


정말 뜬금포 같지만 결국 성적이 1등급 혹은 2등급 이상으로 오르려면 재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수학 혹은 국어에 대한 흥미 아니면 적어도 수능 공부에 대한 흥미가 느껴져야 성적은 오릅니다. 


이거는 수능 뿐 아니라 어느 학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상위 10% 안에 들어가려면 단순히 시켜서 하는 공부 혹은 암기하는 공부가 아니라 정말 본인이 원하고 또 어느 정도 재미가 곁들여져야 성적이 올라간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본인이 이 수능공부와 아예 결 자체가 다른 게 아닌지 혹은 상성이 안 맞는지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결론:


N수를 하지마라, 실패할 거다 그런 주장은 아닙니다. 그리고 주관적인 생각이라 맞는 말도 아니고요. 마음이 시키면 하는 게 인생이지만 그 마음의 단단함을 객관적으로 잘 판단해보세요. 


그냥 익숙하니까 다시 들어오는 게 아닌지, 새로운 길이 있는데 이 수능판에 매몰되어 스스로 가둬버린 게 아닌지 잘 고민해보고 자기객관화를 한 번 냉철하게 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수능에서 6타수 2안타 3할 밖에 못 친 장수생인데 너무 훈수를 뒀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ㅎㅎ,, 모든 수험생들 항상 화이팅입니다.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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