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강의
이OO : 교과과정에 없는 문제를 내는 것이 옳습니까? 안 내는 것이 정상이지요. 정상화시키라는 건데 그걸 가지고 왜 시간을, 아니 잘못된 걸 고치는데 이게 무슨 혼란이 옵니까? 혼란 올 것 없습니다. 이거는 소수의 특권층이 그런 99% 대다수의 학생들이 배우지 못하는 영역에서 나오는 문제를 출제하지 않는다 해서 누가 피해를 봅니까? 다수는 이득을 보고요. 아주 극소수의 특권층들이 남이 모르는 문제를 알고 그들만이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이걸 바로잡자는 건데 이걸 시간 두자고요?
--
안녕하세요.
독해와 논리를 가르치는 이해황입니다.
국회의원 이 모(어머니의 여자 형제 아님) 씨의 발언을 보며,
실제 수능문제를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분들의 뇌피셜에 의해
수능의 방향성이 영향 받고 있다는 데 좌절감을 느낍니다.
일개 수능 국어강사로서의 좌절감이 아닙니다.
다른 사회 현안도 죄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결정됐을 것이라는
킹리적 갓심으로부터 비롯된 시민으로서의 좌절감입니다.
수능을 응시한 적 없는 분들이 비문학 지문을 '언뜻' 보면,
"이런 걸 어떻게 알고/이해하고 풀어?!"라며 경악할 수 있습니다.
근데 자세히 살펴보면,
진짜 별거(부부가 따로 떨어져 사는 것 아님) 없습니다.
제가 사소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다음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갑과 달리 을은 범인이 아니다."
① 갑은 범인이다.
② 을은 범인이 아니다.
③ 갑과 을은 모두 범인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분들 중
위 문제를 못 푸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제발..)
정답은 ③이죠.
'달리'(화가 아님)로부터 ①이 참임을 추론할 수 있고,
이로부터 ③이 거짓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혀 어렵지 않죠?
그렇다면 표현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요?
ㄱ. 제도와 달리 지리적 조건은 소득 수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2010학년도 9월 모의평가)
ㄴ. 영화 화면의 테두리인 프레임과 달리, 만화의 칸은 그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2013학년도 수능)
ㄷ. 물체가 유체 내에 정지해 있을 때와는 달리, 유체 속에서 운동하는 경우에는 물체의 운동에 저항하는 힘인 항력이 발생한다. (2016학년도 수능)
'달리'에 주목하면 각각 다음과 같은 정보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ㄱ1. 지리적 조건은 소득 수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ㄱ2. 제도는 소득 수준의 영향을 받는다.
ㄴ1. 만화의 칸은 그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ㄴ2. 영화 화면의 테두리인 프레임은 그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지 않다.
ㄷ1. 물체가 유체 속에서 운동하는 경우에는 물체의 운동에 저항하는 힘인 항력이 발생한다.
ㄷ2. 물체가 유체 내에 정지해 있을 때에는 물체의 운동에 저항하는 힘인 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나도 어렵지 않죠? (제발...)
그렇다면 수준을 조금 높여 보겠습니다.
다음 선지는 언제 참일까요?
⑤ 마이어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모든 자연물의 본성에 대한 물리·화학적 환원을 인정하겠군.
(2018학년도 수능 19번)
'마이어', '아리스토텔레스', '자연물의 본성', '물리·화학적 환원' 같은 표현을 보며
"아니, 이런 건 소수의 특권층만 배우는 내용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절대다수의(제발...) 건전한 상식을 갖춘 분들이라면,
"마이어는 모든 자연물의 본성에 대한 물리·화학적 환원을 인정한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자연물의 본성에 대한 물리·화학적 환원을 인정하지 않는다"가
지문에 주어졌을 때 ⑤가 참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그뿐입니다.
끝으로 작년에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에서 정답률이 가장 낮았던
킬러(진짜 살인자는 아님) 문항 일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문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3점]
순서쌍을 점으로 나타냈을 때, 가로축과 세로축 두 변수의 증가율이 서로 다를 경우, 그 둘의 증가율이 같을 때와 달리, ‘일반적인 그래프’에서 이 점들은 직선이 아닌 어떤 곡선의 주변에 분포한다.
⑤ 가로축 변수의 증가율과 세로축 변수의 증가율이 같고 ‘일반적인 그래프’에서 순서쌍을 점으로 표시한다면, 점들은 직선이 아닌 어떤 곡선의 주변에 분포하겠군.
소수의 특권층이 아니더라도,
지문의 '달리'를 통해
가로축과 세로축 두 변수의 증가율이 서로 같을 때,
‘일반적인 그래프’에서 이 점들은
곡선이 아닌 어떤 직선의 주변에 분포한다는 정보를
쉽게(제발..제발...)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거꾸로 말한 ⑤가 틀렸습니다.
살펴봤듯, 위 문항은
배경지식이 없으면 못 풀지 못한다거나,
공교육을 통해 대비하지 못할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달리' 사례를 포함하여 수능 비문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시민으로서 건전한 판단력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아주 상식적인 내용의 집합일 뿐입니다.
이런 이유로 '수학(math 아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국어 시험에 '낯선 지문'이 나오는 것은 필연적이며,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독해 능력을
소수의 특권층만 갖추게 된다면
그것이 진짜 큰 문제일 겁니다.
- 이해황
● '국어의 기술', '논리개념 매뉴얼' 등 저자
● 국민의힘 PPAT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 강의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아까 메이즈러너 트랜스포머 부산행을 보고싶어했다고 답변한 사람은 초등학교때 그 영화 보고싶어했니?
-
중국 문화대혁명 1966~1976 톈안먼 1989 남순강화 1992 가오슝사건...
-
오랜만에 공부하고 왔는데 전 과목이 슬럼프 온듯요 지금은 귀에서 삐소리 들리고 정신...
-
지구 대기파트 남북 헷갈려서 틀린문제가 수두룩빽빽인디 진짜 ㅈ댄건가
-
초반에 서양, 동양윤리 뭔말인지 모르겠는데 원래 어려운 파트인가요?
-
뭔가 감이 왔음 두 달 안에 1 만들 수 있을 것 같음 일단 해볼게
-
이사람 구독자 왜이럼? 10
https://youtu.be/_n-jeXhzbw8?si=0vPMz0yVz8bMR9w...
-
오렌지
-
현 고2들이 현역일때요..영향 있을까요? 있다면 영향 가작 적게받을 과탐 과목이 물지 맞나요?
-
얼마나 푸셨나요?? 시중에있는건 거의 다푸셨나요?? 사설모고 무조건 많이풀어야할까요…
-
레어 갖고 싶은거 생김
-
라라랜드 재밌니 8
학교에서 영화 라라랜드 틀어줘서 본 사람 있니?
-
확통 질문 5
아래 00×0에서 0카드는 이웃 안되게끔 세모 나열하는 경우의 수 구하는 방법이뭔가요?
-
왜 아직도 못사는거냐
-
미친 존나 어렵네 다시 보니깐 이거 작년에 어떻게 맨정신으로 풀었지
-
시험장 분위기용이라서 공부안함 작년에 한문 찍어서 6등급 나옴 성적표에 뭐 들어가는...
-
지구 퀴즈 13
어떤 별 A의 광도가 태양 광도의 361배일 때, 별 A의 겉보기 등급이 -5.2가...
-
난이도 투가 압도적으로 어려운가요? 글고 원이랑 아예 딴 과목인가요?
-
번장 안써봤는데 잘 팔리나요....
-
필수본들을때도 문제보면 어렵다고 느꼈는데 삼순환 들어가도 똑같네요 이럴땐 머리깨면서...
-
차 살 생각중 2
중고 모닝 마구마구 긁어도 괜찮을만한거 첫차로 ㅇㅇ,,... 어떨까요
-
식센모만 풀어서 잘 모르겠음.. 아무도 안 풀길래..
-
덕코 줍줍
-
시대 서바 모의반에서 50점에서 60점 진동하다가 70점 초반대로 올렷는데...
-
너무 꼬아 생각하는지 자꾸 딱 봐도 답인 선지를 놔두고 두번째로 답같은거 찍었다...
-
조정호쌤 첨 듣는데 .. 듣기파일이 없어요
-
이투스 247 독학 기숙학원 혹시 몇인실인가요...?
-
담배 피고싶다 5
못참겎네
-
선택과목 원점수를 0점으로 하고 6모 표점 계산기 돌려봤는데도 선택과목간 표점차이가...
-
현재 수1,2 기출은 8개년 한번 돌리고 대성 이창무t 심특 수강 중입니다....
-
좆같은게 40분간격으로 ㅈㄴ크게남
-
여주가 예쁘거나 귀여워야한다 남주는 고자가 아니여야한다 양산물이 아니여야한다
-
국어 노베에서 6모까지 방향 잘못잡아서 4등급 턱걸이 걸치고 그 이후 조언이랑 칼럼...
-
반수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기출풀다보니 9모가 코앞인데, 늦었지만 지금부터 n제를...
-
잇올에서 갑자기 너무 힘들어서 울어버림 주위 사람한테 피해줄까봐 화장실 들어가서 즙...
-
그럼 9모를 좀 잘쳐야할텐데 불안하다 ㅅㅂ ㅜㅜ
-
둘 다 붙으면 어디 가나요?
-
그냥 물리, 화학 한 사람보다 물리2나 화학2한 사람이 받는 가산점이...
-
생명황님들 9
생명 준킬러~킬러 맞았어도 오래 걸린 문제들은 다시 해설지 보면서 순서 정립하고...
-
텔그 많이들 씀?
-
ㅇㅇㅇ???
-
살아남지 못하게 되
-
개 짖는 소리 내기 가끔 각잡고 진짜로 월월거리면 가족들이 진짜 개인줄 알고 깜짝 놀람
-
6월 20일부터 오늘까지 약 두달동안 운동 빡세게 해서 11키로 감량 국어 독서문학...
-
05년생인데 초등학생때 어린이 애니메이션 영화말고 얼라이드, 블레이드 러너...
-
이제는 제시문 던져주고 판단해라 하는 문제가 ㅈㄴ 쫄림... 사설문제들은 평가원...
-
국어 일클 11주차 강의 (바탕2회 해설) 수학 기출생각집 2/3점 수1 2단원...
-
글 내용이 불멸을 바라지 말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라 라는 내용 아닌가요ㅜ 글...
-
모두 자리에 앉아주세요 21
미카공주님 정기애호 시간입니다..
-
지극히 주관적이므로 거르실 부분은 맘껏 거르셔두댐 독서는 국일만이 심멘 보다 좀 더...
요즘 진짜 머리 아파요.. 그냥 전부 미친 것 같아요....
요새 뉴스만 보면
숨이 턱턱 막힙니다
정작 이걸 읽어야 하는 사람들은 이 글 끝까지 못 읽을 듯
선생님 속 터지실듯....
진짜 꼬투리 잡힐 만한 어휘는 다 원천 봉쇄하셨네요 ㅋㅋㅋ
'표현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요?'에서 솔직히 움찔했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지록위마하는 정치인들도 문제지만 정론지를 자처하던 언론들이 나팔수를 자처하며 이를 거드는 모양새도 개탄스럽습니다
정말로 본인들이 거짓을 진실로 바꿀 자신이 있어서 저러는 걸까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이런 식으로 왜곡되어 왔을지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이제 당분간 내용일치 2005수능- 2007수능 언어영역 독서수준내고
1컷 93-98 정도로
맞춤법 문법 내신암기스탈내고
고전시가 고어로내고 내용일치 이정도로 갈듯
2005년 7차 처음 수능 언어! 비문학수준
2006년 1컷 98점 언어 비문학 제제가 딱 와닿더라구요
이정도면
수능특강 한권정도랑 기출 문제만 잘봐도 누구나 행뷱한 시험이되요
그럼 올해 머리야터질필요도 없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