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계사,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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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사회주의국가와 맞닿은 국경, 작은 국토와 인구수, 높은 경제력. 마치 대한민국을 말하는듯한 이 특징들을 가지고 있던 곳이 한곳 더 있습니다. 열강의 침탈을 온몸으로 맞으며, 수백년 중국 역사의 변방에서 동아시아 제국주의의 심장부로 변화해 온 ‘홍콩’ 이 바로 그 곳입니다. 동아시아 식민지배 역사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보이는 세계사, 여섯번째 이야기는 홍콩 입니다.
홍콩은 한적한 어촌이었습니다. 중국 북부를 중심으로 전개된 왕조전쟁에도 크게 영향받지 않았고, 명청대에 실시된 해금정책에 의해 주민들이 내륙으로 이주당하여 황폐화 되기도 했었습니다. 조용하던 홍콩에도 시간은 흘렀고, 19c가 되자 서양세력들과의 접촉이 늘어나게 됩니다. 산업생산력과 제국주의를 바탕으로 세계로 팽창해 나가던 열강들이 세계 최대의 식민지인 중국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입니다.
당시 중국대륙을 지배하고 있던 청나라는 서서히 쇠퇴해 가는 중이었습니다. 청왕조는 대내적으로 전통적인 팔기군이 무기력해져 국방력이 약화되고, 백련교도의 난과 부패한 관료제로 인해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할 수 없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쇄국정책으로 인해 국제정서를 파악하지 못하였고 열강에 맞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청조는 통상, 포교, 외교 세가지의 현안문제를 맞닥들이게 됩니다.
서구열강과 중국 사이의 통상문제로 인한 갈등은 점차 심해졌고, 1차 아편전쟁(1840~1842)으로 발전됩니다. 차와 도자기 등을 은과 맞바꾸어 가던 영국의 대청 무역 적자가 심해지게 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아편무역을 하게 됩니다. 청나라 입장에서는 기존의 ‘수출초과-은 유입-중화사상’에 입각한 편무역이 ‘수입초과-은 유출-제국주의’에 바탕을 둔 삼각무역으로 변화되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 것이지요. 왕족들까지 스며들어온 아편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중화질서 회복이라는 자존심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청은 강경한 대응을 펼칩니다. 임칙서는 아편 밀무역을 강하게 단속하고 영국상인들의 아편 2만여 상자를 압수해 불태웁니다.
홍콩 역사박물관에 있던 임칙서. 최근에도 임칙서의 후손이 마약단속 캠페인을 벌이기도 할 정도로 상징적인 인물 입니다.
영국의 보수당은 이에 반발하여 청과 전투를 벌입니다.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던 청은 결국 패배하고, 난징조약(1842)을 체결하게 됩니다. 남부의 5개항을 개항하고, 공행을 폐지하며, 배상금을 지불하고 홍콩을 할양할 것을 서약합니다. 이것도 모자랐던지, 다음 해인 1843년에 호문추가조약을 맺어 영사재판권과 최혜국 대우를 서약하게 됩니다. 이는 중국이 서양과 맺은 최초의 불평등 조약으로써 수천년 이어져 내려오던 중화질서가 붕괴되는 시작점이 됩니다.
열강의 침탈은 계속되었습니다. 영국은 공행 폐지에 만족하지 않고 무역확대를 요구합니다. 이에 더하여 자유로운 포교에 대한 요구와 외교문제도 심해집니다. 모두 기존의 중화질서와 심하게 대립하는 것들 이죠.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은 애로호 사건으로 폭발하게 됩니다. 청의 관리가 영국 국기를 게양한 애로호에 들어가 중국인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영국은 이를 빌미로 제 2차 아편전쟁(1856~1860)을 일으킵니다. 프랑스 선교사가 처형당한 것을 구실로 나폴레옹3세의 함대도 전쟁에 참여합니다.
나폴레옹 3세. 여기저기 전쟁을 많이 하고 동상도 많이 세우고 다녔습니다.
2차 아편전쟁 시기는 본토의 태평천국운동과 겹쳤고,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청은 또다시 영프 연합군에 패배하여 베이징 조약(1860)을 체결하게 됩니다. 베이징조약에 의해 중국 북부가 포함된 10개의 항구를 추가적으로 개항하고, 크리스트교 선교의 자유를 보장하며, 내지 여행을 허가하여 서구세력의 내륙진출을 허가합니다. 또한 외교관이 베이징에 주재하는 것을 허용하고, 홍콩의 배후지인 주룽반도를 영국에 할양하며, 조약 체결을 중재한 러시아에게는 연해주를 할양하게 됩니다.
중화질서는 철저하게 패배했고 중국은 열강의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하게 됩니다.
홍콩은 동아시아 식민경영의 중심부가 되었고, 이후 수십년간 주변 식민지와의 무역을 통해 발전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동아시아 내 영국의 핵심지역이었기에 2차대전에 휩쓸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기도 했습니다. 중국대륙이 공산화되어 무역이 급감하자 산업발전으로 방향을 틀어 경제성장을 지속하였고, 금융허브로 발돋움해 80년대에는 영국 본토보다 홍콩의 1인당소득이 더 높아진 적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홍콩의 2층버스. 관광지에 인위적으로 도입한 것인지, 영국의 영향을 받아서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2층버스가 많았습니다.
중국이 자본주의 무역체제의 큰 축으로 성장하기 시작하고 냉전이 종식되자 홍콩 반환이 논의되기 시작합니다. 1980년대부터 영국과 중국은 홍콩반환을 논의하였고, 덩샤오핑은 한세기 넘게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온 홍콩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중국과 다른 홍콩의 자본주의를 인정한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론을 펼쳐 결국 1997년 홍콩이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반환됩니다.
영화 무간도2는 홍콩반환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관공서의 영국국기와 휘장을 내리고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구 깃발과 휘장을 거는 모습으로 끝나죠.
제도적으로 홍콩은 반환된 상태이지만 아직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세기 넘게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집단이 완벽히 섞이는 것이 쉽지는 않겠죠. 1997년 반환 당시 홍콩 자본의 10% 정도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홍콩의 자치와 정치적 자유에 대한 이견으로 지속적으로 갈등이 발생하고 있고, 2014년에는 우산혁명(Umbrella Revolution)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여행 중 호스텔에서 만났던 홍콩분은 자기 소개를 “I’m from HongKong”이라고 하더군요. ‘from China’가 아니구요. 우산혁명 이야기를 하다가 중국인들에 대해 ‘disgusting’이라고 말하기 까지 했습니다. 사실 갈등이 좀 있을거라고 추측은 해 봤지만 저 정도로 골이 깊을줄은 몰랐습니다.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도 있고 소수민족의 독립요구도 거세지는 상황에서 홍콩의 정치적 자유화를 용인할 수도 없기에 앞으로도 문제 해결이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서로 다른 문명끼지 접촉하고 대립하는 지역이나 시기의 역사는 특히 흥미진진하죠. 하지만 그것도 다 지나가고 난 뒤에 타자의 입장에서 돌이켜 볼 때에나 그런 것이지, 직접 그 당사자들은 일생이 고통스러웠을 겁니다. 홍콩 문제가 원만한 해결을 통해 다시 홍콩섬이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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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 영국에게 내주기로 한걸 영국이 당연히 반대했지만
이홍장이 99년은 중국인에게 영원을 뜻한다로 설득해 99년 대여가 되어버렸죠. 물론 이 조항이 홍콩반환의 명분이 됩니다.
아무리 국력이 회복되어 힘으로 되돌려 받으려 해도 명분이 없으면 쉽지 않았을텐데 역시 정치인은 감이 있나봅니다. 근대적 외교가 익숙치 않은 초창기일텐데도, 두루뭉실한 외교전쟁은 실 한오라기라도 살짝 걸쳐놓는게 이득이란걸 감각적으로 알고있었나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