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본인만 알고 있습니다.
30평대 아파트를 사려고 합니다. 가용 예산은 대출 포함 16억 내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두 가지 후보가 있다고 해 봅시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에서는 나름 준신축이라고 할 만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입니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1기 신도시 전체의 대장격인 서현 시범삼성한신 아파트입니다.
이 두 아파트 중, 어디를 매수하는 것이 옳을까요? (물론 저는 둘 다 못 삽....)
서울이 최고다. 심지어 마용성의 마포 대장이다. vs 천당 아래 분당 모르냐? 재건축만 되면 대박난다.
만약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혹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해 귀해진 신축~준신축, 1기 신도시 특별법 같은 논리로)
어떠한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고 한다면, 그 답은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최근 오르비에 질문을 받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링크 : https://orbi.kr/00063842606
(이제 답변 안 해 줄 거니까 질문하지 마요..ㅠ)
국어와 관련된 질문, 인생에 대한 질문 등 여러 질문들이 와서 최대한 열심히 답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서 봤더니 새로운 질문들이 많이 올라왔더라구요.
답을 해 줄까 싶어서 천천히 질문을 읽어 보는데, 솔직히 말해서 어떤 식으로 답을 해야 할지 조금 막막하더라구요.
예를 들어 첫 번째 질문을 봅시다.
피램 생각의 전개 2권이 끝난 뒤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답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만약 생각의 전개를 공부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1등급 이상의 실력이 갖춰졌다는 생각이 들면 그동안 실력 향상을 했던 방법대로 더 많은 지문들을 접하시면 됩니다. 독서는 LEET를, 문학은 ebs를 공부 도구로 삼으시는 걸 권합니다.
2. 아직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생각이 안 든다면, 문학의 경우 ebs를 공부하기보다는 기출 공부를 조금 더 하는 걸 권합니다. 기출을 제대로 공부한다면, 수능날 ebs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빠르고 정확하게 문학을 풀어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기출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ebs만 열심히 공부한다면, 분명히 어디서 본 작품인데 문제는 풀리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거예요. 독서의 경우에도 기출을 조금 더 보시되, 선별된 LEET를 조금씩 경험하시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역시 ebs는 +@로 이용하셔야 합니다.
3. 공부를 늦게 시작하셨다고 했는데, 만약 목표가 그리 높지 않다면 (3등급 정도) 독서 공부량을 팍 줄이시는 게 맞습니다. 문학과 선택과목에 집중해서, 40분 안에 62점을 확보할 수 있게끔 하세요. 그러면 3등급은 알아서 나올 겁니다. 특히 올해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독서가 쉽게 나온다면, 의외로 만점 가까운 성적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중에서 무엇이 정답인가요?
또 다른 질문도 보겠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자주 물어보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답변할 수 있겠습니다.
1. 독서에 약점이 있고 그나마 문학, 선택과목이 괜찮은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그리고 동시에 집중력이 후반에 갈수록 떨어지는 학생이라면 독서-문학-선택과목 순서가 좋습니다. 물론 화작에서도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똑같이 낮은 집중력으로 풀었을 때 다 맞힐 확률이 선택과목 쪽이 훨씬 높으니까요.
2. 독서에 약점이 있고 그나마 문학, 선택과목이 괜찮은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그리고 동시에 집중력이 후반에 갈수록 높아지는 학생이라면 선택과목-문학-독서 순서가 좋습니다.
3.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독서에 강점이 있고 오히려 문학을 어려워한다면, 그리고 동시에 집중력이 후반에 갈수록 떨어지는 학생이라면 문학-독서-선택과목 순서가 좋습니다.
4.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독서에 강점이 있고 오히려 문학을 어려워한다면, 그리고 동시에 집중력이 후반에 갈수록 높아지는 학생이라면 .....
이 중에서 무엇이 정답인가요?
정답은 본인만 알고 있습니다. 나의 현재 실력이 냉정하게 어떠한지, 나의 목표는 어느 정도인지, 나의 강점/약점은 어디에 있는지, 나의 시험장에서의 집중력 양상은 어떠한지...
이런 것들은 남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본인만 알고 있는 '정답의 근거들'입니다.
가나다군 죄다 의대를 붙은 오르비언 A가 EBS를 열심히 봐서 수능을 잘 봤다고 합시다. 그럼 EBS를 열심히 보는 게 정답일까요?
국어는 1년 내내 한 문제도 틀려 본 적 없는 오르비언 B가 기출문제를 등한시하고 사설 문제집만 벅벅 풀었다고 합시다. 그럼 사설 문제를 벅벅 푸는 게 정답일까요?
A와 B는 본인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공부법, 즉 '본인만의 정답'을 찾았을 뿐입니다. 이것이 반드시 남에게도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는 마치 이 세상을 다 준다는 매혹적인 원피스를 찾아 나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피램이 N수생이던 2015학년도~2016학년도, 당시에는 영어가 상대평가 과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어를 쉽게 내겠다는 것이 기조 그 자체였던 시기였습니다.
무지막지만 1등급 커트라인이 이러한 기조를 너무나 잘 보여 줍니다. 3컷이 90점 내외니까, 지금으로 치면 1등급 비율이 20% 내외로 찍힐 만큼 말도 안 되게 쉬운 기조가 2015학년도 6평부터 2016학년도 9평까지 5번이나 이어졌습니다.
당시 영어는 어렵게 공부하는 것 자체가 헛짓이라는 생각이 팽배했고, 너도나도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본 거 또 보고 본 거 또 보고 (당시에는 EBS 직접연계가 있던 시절) 하면서 지겨운 공부를 할 떄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정답'으로 받아들여졌죠.
그런데 저는 공부를 늦게 시작해서 특히나 영어가 많이 부족했고, 또 영어가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시험이 저렇게 쉽게 나와도 꾸준히 100점을 받지 못했기에, '나'에게 있어 영어의 정답은 어렵게 공부하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ebs 공부는 물론 평가원, 교육청 기출문제의 '모든 문장'을 해석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했고, 심지어는 헤겔의 변증법 같은 어려운 소재를 영어 원문 그대로 읽는 연습을 하던 이명학 선생님의 강대영어를 수강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글도 올리면서 말이죠 ㅎㅎ
이때부터 피램은 자료 제작 욕심이 꽤나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엌ㅋㅋㅋ 참 열심히 했었네요 수험생 시절부터...
어쨌든 이런 식으로 영어를 어렵게 공부한 결과, 2016학년도 수능, 갑작스럽게 어려워져 수많은 학생들이 무너졌던 그 시험에서 '생존'하는데 성공합니다. (잘 봤다고는 안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수학 N제라는 것이 막 유행을 하면서, N제 강의를 안 들으면 바보라는 인식, 그러니까 또 N제 강의를 듣는 것이 마치 '정답'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수학 A형 응시자(문과)였고, 30번 문제는 개수 세기로 유형이 거의 정해진 상태에서 나머지 29문제는 너무 쉽게 나왔기 때문에 굳이 수학 N제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나'에게 있어 수학 공부의 정답은 N제 학습이 아니라 기출 정복 및 실모를 통한 개수 세기 연습이었던 것이죠. 남들 N제 강의 들을 때 저는 한국사 공부를 했고, 이는 저에게 있어 확실한 '정답'이었습니다.
자 다시,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와 서현 시범 삼성한신 아파트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둘 중 무엇을 사는 게 좋겠냐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답변이 가능할 것입니다.
1. 여의도 증권사나 광화문 로펌에 다니는데 실거주를 할 생각이라면,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가 옳은 선택일 것입니다.
2. 판교 IT밸리나 강남역 인근에 직장이 있는데 실거주를 할 생각이라면, 서현 시범 삼성한신 아파트가 옳은 선택일 것입니다.
3. 강원도에서 펜션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데 투자용으로 사는 것이라면, 동시에 끈기가 없는 편이라면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가 옳은 선택일 것입니다.
4. 중계동에서 학원 강사를 하고 있지만 부모님 집이 근처에 있어 그곳에 살며 투자용으로 사는 것이라면, 동시에 당장 돈 쓸 일이 없어 장기간 묻어 둘 생각이라면 서현 시범 삼성한신 아파트가 옳은 선택일 것입니다. 언젠가는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될 것이니까 말입니다.
이 역시 5, 6, 7... 등등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유추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그 상황마다, 본인에게 맞는 최적의 선택을 한 것이니 '본인만의 정답'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모두의 정답'에 해당하는 답변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정답'보다는 '본인만의 정답'에 해당하는 답변들이 훠얼씬 많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모두의 정답'을 좇으며 남들이 무언가를 정해 주기만을 기다리지 마시고,
'본인만의 정답'을 찾아 보세요. 그 길이 무조건 옳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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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강의나 교재의 내용 등은 '본인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데 있어 하나의 지침서 정도로 활용하셔야 합니다. 피램의 내용만 완벽하게 흡수하면 / 이 강사의 강의 내용만 완벽하게 정리하면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식의 접근은 곤란합니다. (물론 피램은 국어 영역에 있어 가장 훌륭한 지침서라고 생각합니다^^)
현직 수능 국어인데 피램만 하면 100 고정입니다
^^ 입금완
결국 짧은 대답으로는 전부 해결해줄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맞습니다 ㅎㅎ 대부분의 경우 본인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죠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가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손생님 따로 인강을 듣고 있긴한데 병행할 기출문제집으로 피램 7개년 독서 풀어도 될까요? 전개와 발단은 풀어보질 않아서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독서는 제대로 기출문제집을 풀어본적은 없습니다.
네 범용성이 넓은 책이라 괜찮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꾸벅
각기 수험생들마다 공부성격이 다르니 자신만의 성격을 찾아가는 공부를 할 '생각'을 하며 그 길을 찾아가야하는데, 그 생각을 스스로 해보는 학생들이 드물죠. 무조건 그 길을 선생님이 알고있을거란 생각에...
맞아요 ㅎㅎ 그 생각을 해 내면 한 단계 뚫고 올라갈 수 있을텐데...
선생님 근데 제가 공부를 늦게 시작해서 아직 비문학 인강을 듣지 못했는데 등급대를 1등급을 노리는 건 아닙니다 목표는 2,3등급정도인데 문학 독서 둘다 약해서요 독서는 인강 없이 피램기출로 독학을 하고 문학에 시간을 많이 쏟는 것이 나을까요?
넵 올해 수능을 노리신다면 그게 맞습니다!
그렇다면 발단과 전개부터 하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그냥 7개년 기출n회독이 나을까요?
음 발단은 생략하고 전개부터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Day1씩 꾸즌히 하는게 낫나요? 아니면 하루에 day2 분량정도는 해야할까요? 남은 시간이 좀 부족해서요
할 수 있는 만큼 하셔요!
혹시 리트는 집필하실 생각 없으실까요?? 피램식 해설로 보고 싶습니당ㅎㅎ..
저의 질문이 박제가 됐군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마음대로 써서 죄송합니다 ㅎㅎ
“이거 하면 성적 오르나요? 이거 하면 되나요?” 이런 질문들 볼때마다 한숨 푹푹 나옴..
남한테 물어보기전에 자가진단과 직접 고민은 필수!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선생님
고마워요!
확실한건 피램하면 성적오름 ㄹㅇ….
사실 그건 맞지 ㄹㅇ
진짜 쌤들께 여쭤보고 싶어도 여쭤보려고 하면 다 제가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긴 하더라고요
맞습니다 ㅎㅎ 질문하러 와서 깨닫고 돌아가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
요번주 현강 안해서 슬펐ㅠ
ㅠㅠ 죄송해요 담주에 더 기깔나는 수업으로 보답할게요...
선생님 인강구입했습니다 열심히따라갈께요
선생님 생각의 전개 문학에도 문학개념어를 모두 알려주나요??
생각의 발단에 있는 개념어들을 완전히 포함하나요??
선생님 혹시 독서 7개년 기출과 생각의 전개 병행을 해도 괜찮을까요?
선생님 생각의 전개가 보통 day하나당 지문이 두개잖아요 4지문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2지문은 적은거 같은데 하루에 3지문씩 해도 될까요?
커뮤 가끔 들어올 때마다 매번 공부법 갖고 싸우고 있어서 답답했는데,
피램님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시니까 좋네요
이와 별개로 학생 때부터 공부 자료 만드는 사람들은
사교육 분야 아니어도 성공할 성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진짜 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