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길 [1151931]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3-08-13 23:22:24
조회수 2,779

프로들의 모습6. 진짜로 ‘문제’가 맞기는 한 건지 따져본다

게시글 주소: https://spica.orbi.kr/00064070583


하루하루 남기다 보면 늘어가는 국어

#197 멘토링



프로들의 모습6. 진짜로 ‘문제’가 맞기는 한 건지 따져본다



 몇 년 전에 알레르기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엄청 심하다고 나오더라구요.

 

 하지만 

 20년이 넘는 지난 세월동안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온 덕분에,

 예전에도 그렇고 알레르기가 심하단 걸 안 지금까지도 

 고양이들이랑 잘만 놀고 있습니다. 


 고양이 세 마리 키우는 친구 집에 놀러가서

 하루 종일 꼭 붙어서 힐링하고 

 소파에서 한숨 같이 자기도 하구요.


 물론

 고양이한테 긁힌 자국이 잘 안 사라지고

 목이 살짝 막혀오는 것 같다는 느낌은 있는데요.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게 됐을 뿐,

 그렇다고 고양이가 무서워 피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알레르기가 있으니 직접 키우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여태 괜찮았으니,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살아 왔으니,

 큰 문제 아니라는 마인드로,

 충분히 조절하면서 커버할 수 있다는 마인드로,

 의연하게 대응하니까, 

 별거 아닌 게 됐습니다. 


 반면에요.

 여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이고,

 지금까지 그게 문제인지조차 몰랐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불안해지면, 

 정말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머리카락이 목까지 올 정도로 

 머리를 길게 길렀던 적이 한번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머리카락이 길다 보니,

 샤워하면서 빠진 머리카락이 엄청 많아 보이고,

 배수구도 자주 막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설마 탈모 온 거 아냐?’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한방병원에 피부과에 탈모전문병원에

 다 돌아다니면서 진단받고 했는데요.

 

 다 탈모 시작됐다고 하시더라구요?

 로게인 폼인지 뭔지 매일 뿌리고 

 앞으로 매일 약 먹어야 되고

 레이저 시술까지 받고 해야 된대요.

 사진 보여주면서 지금 이 단계고

 앞으로 몇 년 뒤에 이렇게 심각해질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짜증나서 머리 짧게 자르니까...

 전이랑 별 차이 없어지던데요......

 그때 진짜 여태 뭔 헛짓거리를 하고 다녔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가 선생님들의 소견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그분들이 정말 맞아서 제가 진짜 탈모였었고 

 그때 고분고분 말 잘 듣고 약 먹었어야 됐다고

 후회하고 오열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치만요.

 짧은 인생의 미천한 경험이지만,

 이런 일들을 겪으며 제가 느꼈던 건


 크게 문제가 아닌 것조차도 엄청 문제라고 하면서 

 사람들의 불안함을 자극하고

 이것저것 조치해보라고, 아니 조치해야만 한다고, 

 문제를 만들고 키우는 일들이 너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심각한 문제인데도, 

 전문가 분들 앞세우고, 안전장치 많이 해뒀다고 광고해서, 

 별로 안 위험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안심하게 만들고 안일해지게 만드는 일들도 너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주변에서 문제다 문제다 하는 일들이 정말 문제가 맞는지 스스로 더 알아보셔야 합니다.

 주변에서 괜찮다 괜찮다 하는 일들이 정말 문제가 없는지 스스로 더 알아보셔야 합니다.


 이거 그냥 내가 요새 실모 세 번 연속으로 망쳐서 멘탈 깨져서 그런 건 아닌지...

 내가 실모를 세 번 연속으로 잘 봤다면 문제라고 생각 안했을 일은 아닌지... 

 쇼펜하우어 말처럼 ‘삶이 괴로우면 그냥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자라’ 메타로 사라질 일은 아닌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꾀병으로 학교 쨀려고 진단서나 뽑으려고 병원 간 건데, 

 엄청 아파 보인다면서 11종 수액 중에 하나 맞으라고 하시던,

 대치동 모내과 원장님 수액인지, 반대로 원효대사 해골물인지,

 따져 볼 줄 아셔야 합니다.


 문제가 아닌 것도 심각한 문제로 키워서 공부 안하는 자신을 합리화하지 마시고,

 진짜 심각한 문제인데도 대충 넘어가다 결국 사고 나서 공부 못하게 되지 맙시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기 할 일을 하는 쪽으로 잘 컨트롤해서 

 해냈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이 프로니까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삼길 · 1151931 · 23/08/13 23:26 · MS 2022

    자료 관련 질문, 제 얘기도 들어보고 싶은 지문이나 문제,
    수험생활 관련 고민 등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댓글, 쪽지, 메일 어떤 형태로든 편히 연락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