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지우개 [606672] · MS 2015 · 쪽지

2015-10-27 13:07:18
조회수 3,224

수감일기-입시공화국

게시글 주소: https://spica.orbi.kr/0006701877


위 글은 내가 입시법에 의해 감옥에 수감되고 나서, 매일매일 작성한 일기이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글을 적어본다.


서기 2060년 5월 4일 - 

 어느덧 내가 수감된지 일년이 채 넘었다. 수감된 첫날은 감옥에서 배부해주는 달력을 주머니에 꾸겨 넣은채 하루하루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는 재미로 살았지만, 그런 짓이 참 쓸모 없다는걸 깨닫기 까지는 자그마치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이 곳에 수감된 모든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들어온지 얼마 안되었을때는 자기들도 나 처럼 달력을 한칸한칸 칠하는 재미로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 달력을 동그라미 치던 빨강색 색연필이 점점 닳아 없어짐과 동시에 이 감옥에서 나갈수 있다는 자신의 희망조차 한풀한풀 없어저 버린 것이다(수시가 육광탈에 가까워 본능적으로 아는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미약한 희망은 차츰 절망의 씨앗으로 자리잡았고, 이 절망의 쓴맛 또한 시간이 지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익숙해 졌다고 한다.

  아 참고로 옆 방에 살던 김씨는 나랑 동갑인데..일주일 전에 출소를 했다. 김씨는 3년형을 받았는데..수감된 이유는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말이나 해줬었던가?)

아..오늘 잡초를 많이 뽑았던이 몸이 나른하다..머리도 덩달아 피곤해지는것 같고..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2060년 5월 10일

 오늘은 급식으로 볶음밥이 나왔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볶음밥을 식판에 담으면서 5년전 수험생활을 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같이 먹는 친구놈에게 이런 모습을 들키면 쪽팔릴것 같아서 빠르게 옷자락으로 눈을 훔쳤지만...고개를 들어서 친구를 보니 그 놈은 콧물까지 흘리며 밥을 우걱우걱 쑤셔넣고 있었다.(병신같긴...)

 아... 일기를 쓰다보니 아주 중요한걸 깜빡했는데..그건 아마도 지금 2060년 대한민국의 실상일 것이다..옛날 부터 전통처럼 굳혀져온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설포카~','의치한~' 이라고 불리는 소위 대한민국 입시의 서열화는 2060년 현재에 와서 좀더 치열해졌다.

 전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인상깊었던 일을 하나 말해주자면...2020년쯤엔 물수능이 거의 극에 달할 시기였다. 수능을 30일 남기고도 3등급이 1등급으로 급 부상하는 기적의 사례가 속속히 나오게 됬고, 반대로 항상 1등급을 굳건히 유지하던 학생이 한번의 실수로 3등급, 4등급으로 떨어저 벼려 +1수가 불가피한 상황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런 물난리로 인해 ,수능의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자연히 명문대학교들에 대한 인식조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옛날의 사람들이 명문대생을 '매일매일 잠을 줄여 가며 공부한 사람'이라고 불렀다면, 그 당시엔 단지 '운이 좋았던 사람'으로 부르게 되면서, 소위 말하는 최상위권 대학생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거다.

마저 쓸려고 했는데..친구가 어째서 인지 나를 급한 눈빛으로 부르고 있다. 나중에 이어 써야지..

2060년 5월 11일

 어디까지 썼더라...

 여튼...이런 이유로 분노를 삭힐수 없던 그들은, 의도적으로 수능을 다시 보는 짓을 했는데, 이는 현역들을 피말리는 행위였다. 안그래도 쉬운 수능에 허덕이던 당시 수험생들은 갑자기 대거 투입된 명문대 세력에 밀려서 쪽도 못쓰게 된 꼴이 나버렸고, 특히나 수시전형같이 최저등급을 맞추는게 중요했던 당시 학생들에게..1등급을 석권하고 있던 '서연고 포카'학생들은 증오와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후 이 사태의 위험성을 인지했던 , 당시 정권은 급하게 수능의 변별력을 회복하려는 조취를 취하였고, 그 결과 전국에 만점이 한명에서 두명정도 있게되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능으로 다시 자리잡게되면서 명문대생들의 항쟁또한 잠잠해 졌다.
 
 잡담은..여기 까지 해야 될거 같다. 사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 뒤에 있으니까..이틀 정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차근차근 다시 써봐야 겠다. 오늘 일기는 여기서 끝!

 2060년 5월 14일

 ...다시 연필을 잡기까지 3일이나 걸릴줄은 생각을 못했다. 각설하고 지금까지는 잡담만 늘어놓은것 같아 일기를 지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중요한 얘기는 사실 지금 부터 할 얘기다. 하지만 딱히 재미는 없으니 이해해 주길..
그 이후에 수능이 지속적으로 어려워지고 , 알게 모르게 사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이로인해 학부모들의 경제적 상황 또한 매우 궁핍해 질수 밖에 없었다. 
 '나는 못먹어도 내 자식은 먹인다'라는 학부모들의 헌신적 철학은 나날히 증가해가는 에듀푸어의 원인이 될수 밖에 없었다.(문장이 조금 어색하네..)

 그 이후 2040년 쯔음..제정된 것이 바로 입시법이다.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사교육비는 수험생을 기르는 부모의 가슴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가 훤히 보이면서도 자식의 투명한 미래를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살아오던 학부모들의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는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수준 이하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 수입의 대부분이 사교육에 사용되면서, 사교육을 제외한 경제시장에 자본유통이 더디게 되고 당시 대한민국의 경제는 상당히 침체되어 있었다. 이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모의 속을 가장 많이 썩힌 수험생들을 법의 강제력에 의해 가둬놓아 버리는 정책을 해법으로 꺼내놓았다

 당시 어렴풋이 기억나는 법 조항은 이러했다.

'대한민국의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로 인해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는 장기적으로 수험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성적을 조사할수 있으며, 또한 이 학생에게 투자된 사교육비 등 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일정 수치가 넘길 경우, 입시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해가 힘들 사람들을 위해 간략히 표현하자면, 우리집이 매우 가난한데 내가 삼수 사수를 하면서 계속 학원을 다니게 되면 그건 부모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는 입시법에 위반되는 것이고, 재판을 통해 정확한 형량을 부여받게 된다.

 반면에 삼수 ,사수를 해도 학원을 다니지 않은체 독학으로 공부를 하거나, 내가 돈을 벌어 사교육을 충당할 경우에는 입시법을 위반한게 아닌게 된다.

 흐음..입시법 얘기를 하다 보니 ..내 기분이 암울해진다. 당시 입시법위반을 통보 받고 , 판사앞에 서서 덜덜 떨면서 빌었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짜증이 확나네.. 오늘은 여기서 펜을 접어야 겠다...나중에 마져 써야지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