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ata [348885] · MS 2010 · 쪽지

2024-06-02 1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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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과의 수상한 가위바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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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가위를 낸 경우 나는 바위를 내면 이기고,


상대방이 바위를 낸 경우 나는 보자기를 내면 이기며


상대방이 보자기를 낸 경우 나는 가위를 내면 이깁니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지 방법이 명확한 게임이죠.


다만 상대방과 내가 동시에 가위, 바위, 보자기 중에서 낸다는 점에서


나의 승패를 알 수 없다는 묘미가 있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가위바위보를 한다고 해봅시다.


다만 이번에는 서로 동시에 가위, 바위, 보자기 중에서 내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진행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먼저 가위, 바위, 보자기 중에서 하나를 내면 


그 다음에 제가 이를 확인 후 가위, 바위, 보자기 중에서 하나를 낼 것입니다.


네?? 이게 뭘까요?


겉모습만 가위바위보이지, 서로 동시에 내는 것이 아니므로


본래의 가위바위보 게임과 의미가 달라집니다.


나중에 내는 사람이 결과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만약 여러분이 가위를 냈다면


저는 바위를 내서 바로 이겨버릴 수도 있죠.


물론 제가 바위를 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좀 봐드리고 싶으면 다른걸 낼 수도 있긴 하니까요.



이러한 모습은 


평가원&수능 출제자(이하 갑이라 합시다.)


vs 


평가원&수능을 응시하는 여러분 및 이를 대비시키는 강사, 컨텐츠(이하 을이라 합시다.)


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갑이 출제하는 시험지에는 여러 영역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단적으로는 수학 시험지의 mbti를 떠올리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각 영역에서 어떤 스타일로 출제할 지 세 가지로 나눠서 


가위, 바위, 보자기 중에서 하나를 내는 것에 대응시켜봅시다.


그리고 이에 맞서서 학생인 을이 공부하는, 


혹은 출시되는 실전모의고사의 스타일 또한


가위, 바위, 보 중에서 하나를 내는 것에 대응시켜봅시다.


이때 갑이 보여준 스타일을 을이 파훼하는 방식이라면 을이 갑을 이기는 것이고,


반대로 갑이 보여준 스타일에 을이 쩔쩔매는 방식이라면 을이 갑에게서 진 것입니다.


을이 갑이 보여준 스타일을 파훼하지도 쩔쩔매지도 않는 애매한 상태라면 서로 비기는 것이구요.



예를 들어 24수능 22번 문항의 난이도라는 한 영역을 기준으로 분류할 때,


22번이 23, 24수능처럼 어려우면 갑이 가위를 낸 것에 대응시켜봅시다.


이때 을은 바위를 내면 갑을 바로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학생인 을은 23, 24수능처럼 어려운 22번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실전모의고사인 을도 그러한 스타일의 22번만 주구장창 출제한다면 열심히 바위만 내는 것이죠.



또다른 예시로, 24수능 22번 문항의 형식을 기준으로 분류해볼 수도 있습니다.


22번이 24수능처럼 짧고 간결한 발문으로 조건들을 잘 집약해낸 것을


갑이 가위를 낸 것에 대응시켜봅시다.


이때 을은 바위를 내면 갑을 바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즉, 학생인 을은 23, 24수능처럼 짧고 간결한 발문으로 조건들을 잘 집약해낸 스타일의 22번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실전모의고사인 을도 그러한 스타일의 22번만 주구장창 출제한다면 열심히 바위만 내는 것이죠.


뭔가 22번이 어렵더라도 조건이 많아보이면 경향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당장 바위를 내면 평가원을 이길 수만 있을 것 같은 욕구가 표출된 것입니다.




문제는 여러분이, 그리고 실전모의고사들이 가위, 바위, 보자기 중에서 어떤 것을 냈는지


평가원&수능에서 참고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차가 존재하므로 평가원&수능이 결과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죠.


평가원에서 여러분들과 실전모의고사들을 한 번 봐주고 싶으면 


여러분과 실전모의고사가 낸 가위에 대응하여 보자기나 가위를 내줄 수도 있지만,


한 번 이겨보고 싶다면 바위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여러분들과 실전모의고사는 도마 위의 생선이죠.


이것은 평가원&수능 출제자들이 전지전능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게임의 룰이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에 구조상 필연적인 것입니다.


물론 그 욕구는 어쩔 수 없습니다.


평가원이 먼저 가위를 내고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바위가 아니라 다른걸 내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게 답답하고 바보같아보일 수 있죠.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이겨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작년 수능에서 평가원이 낸 가위를 보고서


모레 치뤄지는 6월 평가원에서 바위를 내면 되겠다고 생각할 것이고,


어쩌면 실제로도 평가원이 또 가위를 내서 여러분이 이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가원에서 여러분들이 바위를 낼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보자기를 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평가원이 무엇을 냈든, 아무튼 6월 평가원과의 가위바위보에서 이겼다고 해봅시다.


하지만 이는 연습게임일 뿐입니다.


9월 평가원과 수능이 기다리고 있고, 진짜 게임은 수능이죠.


특히 9월 평가원이 가위, 바위, 보자기 중에서 어떤 것을 냈는지 


많은 학생들과 실전모의고사들이 집착할 것입니다.


9월 평가원이 어떤 영역에 대하여 가령 바위를 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많은 학생들과 실전모의고사들은 그 영역에 대하여 보자기를 내보려고 안간힘을 쓸 것입니다.


(특히 작년이 심했는데, 9월 평가원이 무난하게 출제되자 수능도 그렇게 대비하면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이 강했었죠.


하지만 저는 여러차례의 칼럼을 통해 수능이 의외로 어렵게 나올 확률이 있음을 주의시켜드린 바가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9월 평가원에서 가위, 바위, 보자기 중에 어떤 것을 냈더라도


수능은 우리들의 반응을 보면서 또 새로운 것을 낼 것이기에 


어떤 것이 나오더라도 이길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심지어 지금은 6월 평가원의 모습조차 모르고 있죠.


수능까지 남은 5개월 동안 평가원이 가위, 바위, 보자기 중에 내는 것이 수시로 바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평가원을 이겨보겠다고 덤빌 타이밍이 아닙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렇게 가위, 바위, 보자기로 구분할 수 있는 영역들이 아주 다양합니다.


앞서 예시로는 22번 문항의 난이도와 스타일만 생각해보았지만,


다른 주요문항의 난이도와 스타일도 있을 것이며


시험지 전체적인 난이도,


그리고 문항들 사이의 난이도의 격차,


(킬러가 강하고 준킬러&비킬러가 약한 시험인지, 반대로 킬러가 약하고 준킬러*비킬러가 강한 시험인 지)


주요 문항의 해결하는데 필요한 요소,


(케이스를 꼼꼼히 분류하거나 계산량이 많아서 인내심이 필요하는 유형,


반대로 케이스 분류와 계산량은 적은 대신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유형 등)


시험지 한세트에 포함된 신유형의 양이나 문항배치에서의 낯선 정도 등등...


다 쓰기도 어려울 정도로 다양합니다.


즉, 시험지 하나에는 


영역1, 영역2, 영역3, 영역4, 영역5 ...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각각에 대하여 평가원은


영역1에서는 바위, 영역2에서는 가위, 영역3에서는 바위, 영역4에서는 보자기, 영역5에서는 가위, ...


와 같이 내면서 등장하는 것이죠.


이와같이 평가원이 출제한 시험지 하나를 입체적으로 보아야 하며,


각각의 요소들에 대한 결과는 평가원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므로


이걸 하나하나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지엽적인 자세인데다가,


승리를 확신하는 것 또한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항상 떠올려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모레 6월 평가원에서 이런 자세를 갖고서 열린 마음으로 문제들을 음미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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