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램 [476057] · MS 2013 · 쪽지

2015-11-16 01:42:09
조회수 16,484

생생한 2016 삼수 문과 수능 후기(스압주의)

게시글 주소: https://spica.orbi.kr/0006829435

*수x휘에 썼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성적.. 누군가에겐 진짜 개망한 성적이겠지만 제 나름대로는 매우 만족하는 점수라 이런 긴 글 쓴다고 놀리지는 말아주세요ㅠㅠ

수능의 현장감을 그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매우 기니 주의하시길.
예비 고3분들은 참고하세요.. 편의상 반말을 사용하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시험 전날
길고 길었던 삼수생활이 드디어 끝나는구나.. 싶었다. 교육청에서 수능접수를 한 터라 한시까지 수험표 수령이였고, 아침에 14수능과 15수능 수학을 한번 풀어보고 한국사인강 마지막강의를 수강한 뒤 점심을 먹고 수험표를 받으러 갔다.

다행히 시험장은 집에서 지하철역으로 두정거장 떨어진 가까운 곳이였다. 지하철을 타고 역에 내려서 가장 빠른 출구가 공사중이였다는걸 확인하고,대체할 출구를 찾아놓았다.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에서 사촌형집에 세들어 살며 공부를 했기 때문에 평소와 똑같은 나날을 보내기 위해 부모님에게 올라오지 마시라고 하였고, 덕분에 도시락이 없었기 때문에 수능당일 아침과 점심에 먹을 김밥을 살 김밥집도 확인하고, 시험장으로 가는 길을 익힌 뒤 도서관으로 복귀했다.

올해 수능전날의 목표는 '평소 하던대로' 였기때문에, 억지로 휴대폰을 꺼놓는 다거나,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쉰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평소보다 약간 빠른 밤 9시 정도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고, 시험장에서 내 나름의 행동지침까지 설정하고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


시험 당일 아침
김밥을 사고 먹어야하기 때문에 6시 20분에는 일어나려고 알람을 맞춰두었다. 그런데 알람을 못 들은채로 계속 자다가(긴장이 정말 안되었나보다) 갑자기 눈을 떴더니 6시 40분 이었다. 깜짝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머니와 통화를 한 뒤, 씻고 집을 나섰다.

1교시 국어b

국어는 6월 9월 모두 100점을 받은 과목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심지어 이틀전에 풀어본 작년수능을 시간내에 100점을 맞았기때문에(물론 두어번 풀어본 문제들이긴 하지만..) 자신감은 충만했다.

아침에 15수능 국어b형에서 강희자전과 감투를 이용한 화법문제,신채호 비문학,무영탑 문학을 읽고 머리를 깨웠다.

배가 조금 아프길래 화장실에서 무리해서라도 배설물을 쏟기 위해 노력했고, 다행히 성공했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전날 정리해 두었던 행동지침을 읽어본뒤,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시험을 차분히 준비했다.

드디어 시험시작.
시험지를 쓱 훑어보는데 모 사이트에서 그렇게 나올거라고 주장하던 문학작품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건 믿지않고 기출 위주로 공부했던 나는 거기서 쾌재를 부르며 화법부터 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빡빡했다. 하지만 작년수능의 화작은 그야말로 극헬이였기때문에, 무난히 넘어갔다. 7번쯤 푸는데 시간이 10분이 지나가 있었다. 조금 겁이났지만 목표였던 16번까지 20분에 주파하기는 가능해보여서 찬찬히 문제를 풀었다. 화작을 다 풀고, 문법을 푸는데 생각보다 쉬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14번에서 2번과 4번이 아리까리했다. 결국 처음 고른 2번에서 4번으로 답을 고치고,(정답은 2번이었다) 16번까지 풀고나니 정확히 9시01분이었다. 목표치를 달성한것이다.

이제 비문학. 아무리 어려워도 작년 신채호-슈퍼문-칸트의 쓰리콤보는 절대 못이긴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읽어갔다. 첫번째 도덕적 운 지문.. 지문 자체는 신채호의 극랄함에 비하면 매우 쉬웠다. 그런데 17번 문제가 정말 애매했다. 답이 1번이라서 1번이 아니고 2345가 아니라서 1번인 느낌이였다.한참을 고민하다 시간을 더 끌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갔다

다음 사회지문. 기억도 안날 정도로 임팩트가 없던 지문이라 무난히 넘어갔다. 그런데 어휘문제가 조금 아리까리했다. 그걸 고민하다가 시계를 보니 9시17분 즈음이였다. 뒤에 분명히 극헬 과학지문이 기다리고 있을테고, 9시 30분까지는 비문학이 끝나야 안정적으로 시험을 치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워졌다.

다음 또 사회지문. 예술지문이 없어 약간 당황했지만 지문 자체는 평가원의 전형적인 문제해결형이였다.
남들은 어려웠다고 하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또 어휘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부가하다와 경유하다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경유하다를 골랐다.

마지막 과학지문. 예상과는 달리 지구과학 지문이 아니라서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평가원과학지문의 기본틀인 비례증감관계를 이용하는것은 변함이 없었다. 지문을 대충 이해하고, 부력이 변하지않는 값이라는걸 인지한채로 29번을 풀었다. 30번이 정말 어려웠지만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그 당시의 나름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했다. 확신은 못했지만 맞은거 같았다.
시계를 보니 9시 35분. 큰일났다. 제발 문학이 쉬워야한다.

문학은 순서가 잘 기억이 안난다. 현대소설 극 고전소설 고전시가 현대시가 순서였던거 같다.
정말 하늘이 도왔는지 문제가 쉬웠다. 평가원 문학의 기본인 '허용과 내용일치'를 바탕으로 문제를 막힘없이 풀어나갔고,
마지막 44번을 푸는데 5분이 남은걸 확인했다. 잠시 멈추고 마킹과 가채점표 작성을 마친 뒤 샤프가 아닌 컴싸를 들고 44번을 풀었다. 급하게 풀다보니 근거가 잘 안잡혔는데 답을 고르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시험종료. 체감 1컷은 95~6 정도였으나 올해 현역들이 공부를 워낙 잘하기에 97점 정도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어휘문제와 과학지문 문제들이 너무 걱정되었고, 92점 정도의 점수까지 각오했다. 2등급은 나올거 같으면서도 혹시 만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공존했다. 결국 만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고, 1교시를 선방한것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화장실을 가는데 앞에서 한 학생이 정말 서럽게 울고있었다. 주위에는 친구들이 둘러싸고 위로를 하고 있었는데, 듣기로는 밀려쓴것 같았다. 얼마나 허탈할까... 얼마나 서러울까... 안타까움을 흘린 채 자리에 앉아 수학 시험을 준비했다.


2교시 수학a

화장실에서 돌아와 제본한 기출문제와 행동지침을 담은 공책을 가방에서 꺼내 자리에 앉았다.
기출문제들을 살펴보며 '이런 문제는 이런식으로 해결하는거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 뒤 행동지침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시험지를 받았다.

시험지를 넘겨보니 무등비도형과 행렬합답형, 수열빈칸넣기가 모두 출제되었다. 세 유형 모두 굉장히 자신있었고, 전통적으로 변별력을 가지는 유형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30번이 조금 이상하다... '개수'라는 말이 안보인다.. 설마..설마..

수학영역의 목표는 11시까지 20번을 주파하고, 11시 30분까지 2130을 제외한 28문제를 풀고 검토까지 끝내는것이였다.
초반문제들이 작년수능,올해 6,9월과는 달리 조금 빡빡했다. 하지만 총 60여회의 실전 모의고사로 단련된 나의 문제풀이스킬은 힘을 발휘했다. 그림만 현란하고 별거 없었던 무등비, 너무 어이없게 쉬웠던 행렬합답형, 계산실수를 유발하는 듯한 수열 빈칸넣기 등을 지나 우함수와 기함수의 성질을 멋지게 활용해 감탄한 20번을 풀고나니 10시 48분 정도였다. 답개수를 세어보았더니 정확히 44444였다. 실수도 없음을 확신하고 20번을 다시 한번 풀어보려는 찰나... 뭔가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그런데 '기함수*기함수는 기함수' 라는 어이없는 미스가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었고,(기함수*기함수는 우함수다) 결국 문제점을 찾지 못한 채 주관식으로 넘어갔다.

뭐 뻔한 22~25를 지나, 전형적인 조건부확률 문제인 26번을 표를 그려 해결하고, 전형적인 연속성 문제인 27번을 깔끔하게 풀어냈다. 27번에서 -(x+7)을 생각없이 약분하는 아이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28번을 보았다.
역시 이과기출에서 자주 다루던 전형적인 극한과 미분 통합형 문제다. 그런데 (나) 조건을 계속 잘못 해석해서 답이 나오질 않았다. 일단 29번으로 넘어가 쉽게 해결하고, 다시 돌아와 28번을 풀어냈다.

여기까지 했더니 딱 11시였다. 쾌재를 불렀다. 목표보다 20분 정도는 세이브한 것이다. 심호흡을 한번하고 1번부터 29번까지 다시 풀었다. 실수가 없었다, 시간은 11시 15분. 이제 10분 정도 21번을, 30분 정도 30번을 풀고 남은 시간에 20번을 확인하면 된다. 20번은 어차피 답갯수법칙으로 인해 틀릴 수가 없었기때문에 맨 뒤로 순서를 정했다.

그런데 21번이 어이없이 쉬웠다. 혹시나 해서 3,5 외에 4도 넣어보고 난리가 났었다. 10분은 커녕 2분 정도만에 풀어버린것이다. 이제 30번만 맞추면 된다. 30번을 봤다. 일단 상용로그로 시작해서 부등식의 영역을 통한 원의 최대최소 문제같았다.
가수함수인 y=9f(x)를 그리고 이것저것 해봤는데... 전혀 모르겠다. a,b축과 x,y축이 섞여있어 미칠거 같았다.
그렇게 15분 정도 도전하다가.. '이건 내것이 아니다. 96점을 확실하게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나머지 문제들을 미친듯이 검토했다. 특히 답갯수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주관식을 몇번이고 다시 풀었다. 실수는 없었다. 30번은 그냥 p+q니까 13으로 찍었다. 그냥 왠지 400/9이라서 답이 13일거 같았다.

시험종료. 예상 1컷은 92점이였다. 다만 30번을 제외한 문제들이 다 무난했기 때문에(심지어 21번도!) 96이 나올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분위기를 보니 30번을 푼 사람은 거의 없는듯 했다. 국어 100 수학 96을 예상하며 점심시간을 맞이했다.

점심시간에는 아침에 산 김밥을 먹었다. 배고플까봐 두줄을 샀지만 더럽게 맛없어서 한줄만 먹었다.
그리고 eo공감 올인원 책을 펴서 끝까지 이해가 안되던 바이러스지문과 오픈스페이스지문을 읽었고, 그동안 정리한 구문노트도 보다가 행동지침을 읽고 시험을 준비했다.


3교시 영어

목표가 영어교육과고, 쉬울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100점이 절실했다. 여기서 100점을 받지 못하면 정말 힘들어질것 같았다.
듣기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1번이 시작되었다. 듣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도표를 먼저 풀었는데, 숫자를 잘못 보고 답을 잘못 체크했다. 나중에 확인하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 했다. 듣기는 역시 무난하다. 그런데 2번을 제대로 못들었다. 하지만 행동지침 중 하나인 '듣기는 못들어도 답이 손들고 서있다' 라는걸 떠올리며 5번을 고르고, 당연히 맞은줄 알았다. (ㅜㅜ) 듣기가 흘러나오는 동안 도표,내용일치,실용문,목적,심경을 풀었다. 듣기가 예년에 비해 많이 빨라진 느낌이지만 실수한건 없는거 같았고, 행동지침에 있던대로 정확히 듣기를 하며 6문제를 풀었다. 이제 100점을 맞으러 가면 된다. 그런데...

20번 주장부터 만만치 않다. 평가원이 가끔씩 내던 '나머지 4개가 멍멍이라 남은게 답'의 유형인것 같았다. 주제제목요지 모두 정말 까다로웠고, 특히 23번은 정말 어려웠다. 3번을 체크해놓고 나중에 검토하려고 했으나, 그때는 그게 23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어법을 푸는데 3번이 왜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4번이 너무 틀려서 4번을 답으로 골랐다. '이노무 평가원은 무슨 어법 답을 동사자리로 3년연속을 내냐' 라는 생각을 하며 어휘와 지칭추론도 무난히 풀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빈칸-간접쓰기-장문 부분. 사실상의 점수가 결정되는 곳이다. 먼저 빈칸 첫 두문제를 보니 연계지문이다. 혹시 작년처럼 빈칸에 연계를 몰빵한건가? 하고 33번을 봤더니 비연계다. 연계를 빨리풀고, 비연계를 조지면 될것 같았다.
그런데 연계빈칸이 생각보다 빡빡했다. 연계가 아니였더라면 고생했을만한 문제들이였다.
그런데 33번이 너무 어려웠다. 앞에 주제제목요지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쓴 탓에 남은시간이 부족했고, 급하게 읽다보니 글이 잘 들어오지를 않았다. 일단 제끼고 나중에 풀어야겠다 생각하며 연결사문제를 풀러갔다.

그런데 없다..? 빈칸이 하나 더 있다. 아아 망했어요... 진짜 큰일났다고 생각하며 혹시 연계인가 하고 읽어보았다.
난생 처음 보는 지문이다. 길이도 길다. 허허허... 진짜 여기서 아 올해도 끝났구나...싶었다
그런데 그 때 부모님과 친구들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여기서 포기하면 또 최소 3개월간 자존감 바닥인 채로 살아야한다.
이를 악물고 순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간접쓰기는 워낙 자신 있었기에 35,36,37번을 쉽게 풀어냈다. 그런데 38번... 급한데 소재도 어려우니 답이 없었다. 그래도 단서들을 조합해보니 2번이 제일 좋아보였다. 평소같으면 몇번이고 확인했을테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넘어갔다. 40번도 약간 까다로웠지만 답 자체는 쉽게 나와서 다행이었다.

이제 장문빈칸. 분명히 평가원은 선지낚시를 할것이다. 하지만 선지를 먼저 볼 수는 없기에 글을 먼저 읽어나간다.
전체적인 주제는 '기초과학 사람들이 무시하는데, 사실 엄청 중요해' 였다. 몇몇 해석안된 문장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없어 저것만 가지고 문제를 풀어내야했다. 다행히 답은 쉽게 구했다. 빈칸문제에 priceless 가 있어서 저기에 낚이는 놈들 분명히 있을거라 생각하고 두번째 장문도 풀었다. 역시 까다로웠지만 답 구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남은 시간은 10분정도. 마킹과 가채점표 작성을 먼저하고, 이번에도 샤프가 아닌 컴싸를 든 채로 33번을 다시 보았다. 여전히 이해는 잘 안되지만, 날림으로 읽어보니 빈칸에 들어갈 말은 부정적인 말이다. 부정적인걸 찾다보니 1번이 있어 그걸 체크하고 넘어갔다. 남은시간은 3분여. 다시 확인하려고 남겨둔 23번과 어법을 검토할 시간 따위는 없었기에 그 두 문제도 다시 마킹하고 34번을 읽었다. 중간쯤 읽었을 때 시계를 봤더니 분침이 정확히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찍-- 눈물을 머금고 그냥 4번으로 마킹하는 순간 종이쳤다.

시험종료. 패닉상태였다. 평가원 이놈들은 다른과목도 아니고 왜 영어에다가 불을 놓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예상 1컷은 95점 정도.. 다만 나처럼 갑작스런 난이도 변화에 적응못한 수험생들이 등급컷을 떨어뜨려 줄 수도 있을거 같았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니 다들 표정이 평온했다. '나만 어려웠던건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꾹 참고 있던 화장실을 갔다 돌아오니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 학생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장문빈칸 답 priceless야. xx는 impractical 했던데 어떡하냐... 3점 날렸네ㅜㅜ' ㅋㅋㅋㅋ 진짜 있었다. 그런데 혹시 내가 반대로 읽었나? 싶어서 두려움도 공존했다.
생각해보니 아예 찍은 34번, 반은 찍은거나 마찬가지인 33번을 빼면 틀릴만한 문제가 없어 94점을 예상했다. 높은 2등급은 될것 같았다.


4교시 사회탐구-한국사

국수영 예상점수는 (희망점수였지만) 100 96 94. 이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이제 사탐만 잘하면 된다.
응시집단의 괴랄한 수준과 서울대 한국사필수 마지막이라는걸 고려했을 때 반드시 어려울 이 시험을 위해 수학의 1.5배 가량의 시간을 투자했다. 반드시 만점받고 설민석쌤과 힐링캠프를 떠날거라는 생각으로 약점으로 정리해놨던 부분들을 읽었다.

시험시작. 1번이 선사시대도 여러나라의 성장도 아닌 바로 고구려,백제였다. 그리고 저 둘은 끝끝내 나오지않았다.
문제들이 다 빡빡한 느낌이였지만 답이 너무 쉬웠다. 12번에서 남조선 과도 입법 의원이 뭔지 몰랐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20문제 총 199개의 선지에 모두 해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틀려도 하나 정도일거 같아 베트남어 대체가 절실하게 느껴졌다.

시험종료. 예상 1컷은 50.. 제발 틀리지 않기를 기도했다.


4교시 사회탐구-사회문화

사회문화는 나의 세번의 수능을 모두 함께했던 주력과목이었다. 작년 수능에서도 만점이였고, 올해 모평에서도 모두 47점으로 1등급이였다. 시험이 시작되고, 쉽게쉽게 풀어나갔다. 3번에서 약간 당황했지만 근거를 잡았고, 빈곤이 표풀이가 아닌 그냥 개념문제로 등장해 당황스러웠다. 표풀이 한자리는 사회복지제도가 차지하고 있었다.

표풀이인 15번과 20번을 제외한 나머지 문제들을 무리없이 풀어냈다. 19번의 ㄱ이 정말 애매했지만,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정답을 잘 골라냈다. 그리고 15번을 푸는데 정말 헷갈렸다. 특히 (나)가 사회보험인지 공공부조인지 정말 헷갈렸다.
결국 20번으로 넘어가 깔끔하게 풀어내고, 15번을 다시 봤다. (나)를 사회보험으로 놓았더니 문제가 풀렸다. 그런데 여기서도 하늘이 돕는 일이 벌어졌는데, 6.7+5.5를 13.2로 계산하는 기적의 계산실수로 1번을 고르지않는 기적을 이뤄냈다. 최진기쌤이 강조하시던 줄다리기 법칙에 의거해 4번이 맞는 선지임을 골라내고 시험이 종료되었다.

시험종료. 예상 1컷은 48~50... 9평에 비해 평이했기에 등급컷도 높을것이라 생각했다.


5교시 제2외국어&한문-기초베트남어

드디어 마지막이다. 탐구에서 틀리면 큰일난다는것을 직감하고 베트남어 한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발버둥쳤다.
기출에 나온 문법을 정리해둔 노트를 보며 문법문제를 대비했고, 주요명사를 모아둔 단어장을 훑어보며 성조문제를 대비했다.

시험시작. 가장 먼저 성조문제부터 보았다. 그런데 접시따위가 나와 나를 정답으로 인도했다. 한숨돌렸다. 근데 4번부터 막혔다..
해석이 안된건지 어려웠다. 일단 제끼고.. 8번에서도 좌절을 맛본 후 기출에서도 거의 틀린 적이 없던 독해문제들을 슉슉 풀어나갔다. 마지막 문화파트가 까다로웠지만, 나름 답을 잘 고르고 4번과 8번도 나름 골라내니 5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마킹과 가채점표 작성을 하고, 검토 같은 걸 했다. 그러는 도중 날짜문제에서 tuan nay를 '그 주'로 해석해서 오답을 쓴걸 발견했다. 놀라서 수정테이프를 꺼내 고치려고 하는데, 이놈의 수정테이프 주둥이에 붙은 뚜껑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낑낑대는 그 순간 종이 쳐버렸고... 베트남어는 최대 48점인 위기상황이였다. 못 푼 문제들도 한두개 있었기 때문에 아아 망했어요... 를 연발했다.

시험종료. 예상 1컷은 48~50... 베트남어 표본이 괴랄하고 문제도 크게 안어려웠던걸로 느껴져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시험이 다 끝나고, 이것저것 확인한다고 15분간 갇혀있다가 드디어 해방되었다. 교문을 나서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몇년간 고생한 나 자신과 싫은 소리 한마디 안하고 그저 믿어주신 부모님 생각에 그랬던거 같다. 휴대폰을 가져오질 않아 분위기가 어떤지 전혀 알지를 못했다. 빨리 집에가서 채점하고싶어 지하철에서 두근두근 거리기만 했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다행히 사촌형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부모님의 깜짝방문 같은것도 없었다. 옷을 벗고 컴퓨터를 켜 이투스에 접속했다. 체감 등급컷은 국어95 수학 93이였다. 예상과 비슷했다. 다행이였다.

42125... 5개씩 두드리는 숫자들이 1년, 아니 수년간의 나의 노력을 평가한다는 것에 엄청나게 긴장되었다.
국어부터 베트남어까지 모든 문제들의 번호를 적어냈고, 한과목씩 점수를 확인했다.

국어 96점. 정말 다행이었다. 100점일거라고 위안은 했지만 정말 80점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감사했다. 혼자서 히딩크 어퍼컷을 날리며(지금 고3들은 모르려나....) 기뻐했다 그러나 틀린 문제가 문법과 어휘라는게 너무 어이가 없었다.

수학 96점. 실수를 안했다. 정말 다행이다. 30번은 뭐 어쩔수 없고, 나머지 29개를 건진게 너무 감사했다.

영어 92점. 진짜 어퍼컷을 수십개 날렸다. 정말 불안했다. 날림으로 푼 문제가 너무 많았고, 난이도 자체도 어려워서 고생했는데
기레기들은 '올 수능도 영어 쉬워... 1등급컷 100점 예상..' 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사들을 써제끼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2등급은 안정적으로 나올거 같았다. 듣기만 맞았어도 1등급이였겠지만 뭐 이제와서.. 아쉽긴해도 만족했다.

기쁜마음에 휴대폰을 켰더니 여러 사람들에게 연락이 와있었다. 부모님을 필두로 여러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기분좋게 치킨을 시켜 뜯었다. 오르비에서 탐구 답을 맞춰봤더니 내 답이 거의 만점에 근접했다. 됐다! 라는 생각으로 탐구 정답을 기다렸고,
정말로 탐구는 50점 50점을 받았다. 너무 행복했다. 베어 따위는 어케되든 이제 상관없었지만 확인 결과 43점이였다.

드디어 올해는 이 지긋지긋한 입시판에서 떠날 수 있을것 같다.
인간관계, 건강, 성격 등을 파탄내버린 이 뭣같은 수험생 딱지를 떼고 대학에 갈 수 있을것 같다.

아직 논술이 남아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너무 행복하다. 여러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지금도 한시간 반동안 이 글을 작성하면서 얼굴에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네..여기까집니다!
올해 수능을 만족스럽게 본 학생들이든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든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꼭 푹 쉬시길 바랍니다.

이제 수능을 볼 예비 고3분들은 절대 자만하지말고 열심히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꼭이요!

아무튼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봄날만 가득하길.




rare-#NOT FOUND rare-띵작, 마스터피스 rare-2021 신축년 rare-4스널 라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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