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출제 기조 총정리 #1
1. 17~18학년도: 난이도 인플레의 시작, 발췌독의 전성기
흔히 17~18학년도는 수능이라는 제도에 정말 큰 대격변이 일어난 시기로 불립니다: 국어와 수학 A/B형 폐지, 영어 절대평가 전환 등등 다양한 과목에서의 변화가 모두 이 시기 동안 이루어졌죠. 그러나 이 모든 과목 중에서도 단연 가장 크게 변화가 일어난 과목을 꼽는다면, 단언컨대 국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6학년도 수능까지의 국어는, 국어 1컷 80점대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되어버린 현재의 관점으로 보자면 매우 '평화롭게' 출제가 되었습니다. 평균적인 1컷이 94~95점이었기에 1컷이 91점이었던 15수능 B형 문제지가 불국어 소리를 들었으며, 공백 제외 1,400자 안팎으로 출제되었던 신채호 지문은 역대급 고난도/장지문 취급을 받았죠.
당시에는 센세이션을 불러 올 만한 난이도의 시험이었던 15수능 국어 B형의 등급컷
15수능 B형에 출제되어 역대급 길이, 난이도로 평가받았던 신채호 지문
그러나 이 모든 패러다임은, 2017학년도 6평 국어가 등장하면서 꺠져버리고 말았죠. 이 시험은 매우 어려운 문법과 비문학 지문을 앞세워 당시 마의 영역이던 국어 영역 1컷 90점을 찍어버림과 동시에, 당시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단일 지문 공백 제외 1,900자에 6문제가 딸려있는 역대급 주제 복합 지문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았습니다.
1지문 6문항의 시초가 되었던 음악적 아름다움 지문
최초 등장한 비문학 형태의 문법 문제
또한 문법에서도 11학년도 이전 언어 제재 비문학 기출에서나 찾아 볼 수 있었던 비문학 형태의 문법 문제가 재등장해, 12번 문제가 오답률 58%를 기록해 전체 오답률 3등에 기록되는 등 많은 학생들을 당황케 했습니다.
이것 외에도 난이도가 높았던 문법과 기술/철학 지문에 얻어맞았던 학생들은 음악적 아름다움 지문이 주는 비주얼 쇼크를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졌었습니다.
결국 2017학년도 6평 국어는 역대급 불수능이던 2011년 수능 국어 이후 최초로 1등급 컷 90점의 기록을 달성했으며, 이후 미친 듯이 이루어질 국어 영역의 난이도 인플레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7학년도 6평에 등장해 많은 학생들을 당황케 했던 비문학 형태의 문법 문제와 1지문 6문제 주제 융합 비문학 지문은, 2017년 9평에 다시 한 번 그 얼굴을 비췄습니다.
6평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 비문학 형태의 문법 문제
1지문 6문항을 그대로 계승한 콘크리트 지문
그나마 2017학년도 6평의 1지문 6문제 지문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예술 지문이었기에 그나마 학생들에게 가는 부담이 덜했지만, 이 시험의 1지문 6문제 지문은 얄짤없이 1,900자의 '기술'과 예술이 혼합된 제재로 출제되어 많은 학생들의 멘탈을 저 하늘로 날려버렸습니다. 이 지문의 다른 문항들은 그나마 예술 내용에서 출제되어 난이도가 낮았으나, 보기 문항 하나가 어려운 기술 내용을 제대로 물어보아 결국 정답률 32%의 킬러 문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지문의 킬러 보기문항, 의외로 3점이 아니다,,
이 시기의 국어는 지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정보량과, 추론을 크게 요구하지 않기에 그 정보들을 정리만 잘 하면 풀 수 있는 문항이 결합된 출제 기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흔히 말하는 '눈알 굴리기' 를 통한 문제풀이 전략이 잘 먹히는 시험이었죠.
당장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적용' 의 형태로 출제된 위 문제도, 다른 문단의 내용은 전혀 필요 없이 지문에서 3문단의 내용만 가지고도 해결이 가능하게 출제되었습니다.
22수능 전까지 1티어 비문학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법인격 부인론 지문
17학년도 9평 전체 오답률 1위 문항
위 문항은 그 어려웠던 2017학년도 9평 국어에서도 28%의 정답률로 오답률 1위의 자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문항입니다. 그러나 오답률 1위라는 포지션이 무색하게, 이 문항은 '단 한 줄' 만 제대로 읽으면 풀 수 있는 굉장히 허무한 문항이기도 했죠.
지문에서 '또한 대표 이사는 이사 중 한 명으로, 이사회에서 선출되는 기관이다.' 의 내용을 통해서 바로 대표 이사는 주식회사를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1번 선지를 정답으로 골라낼 수 있었으나, `사람이 기관이 될 수 있나?' 라는 상식과의 충돌과 1번이었던 정답 탓에 이 문항은 오답률 1위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험의 종반부이던 40~45번에는 자그마치 공백 제외 2,600자의 텍스트를 가진 문학 지문이 출제되어, 비록 난이도는 높지 않았음에도 체력이 빠진 학생들의 점수를 빼앗아 가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습니다.
이렇게 2017학년도 9평 국어는 수많은 고난도 문항을 뒤로 한 채 직전 시험과 같은 1컷 90을 기록하게 되었으나, 문항 정답률의 분포로 보았을 땐 실질적으로 직전 시험보다도 훨씬 높은 난이도로 출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7학년도 6평 국어 오답률 분포
2017년 9평 국어 오답률 분포
위 두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실질적인 고난도 문항의 오답률은 2017학년도 6평보다 9평이 훨씬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컷이 같았던 것은 단지 상위권 학생들이 난이도에 적응한 결과였지, 절대로 난이도가 같아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위 두 차례의 모의평가에서 나타났던 출제 기조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2017학년도 수능에서도 그대로 계승되었습니다. 비문학 형태의 문법 문제와 2,500자를 넘어가는 문학 세트가 재등장했음은 당연하고, 비문학에서도 당해 6/9평의 출제 기조는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19수능 가능세계 이전까지 철학 지문 원탑으로 꼽혔던 포퍼콰인 지문
에서 최고 오답률을 기록한 문제
위 문제는 당시 레전드로 꼽혔던 포퍼콰인 지문에서 가장 높은 오답률을 기록한 문제이나, 지문에서 '경험과 직접 충돌하여~다른 종류라고 하지 않는다.' 의 내용을 읽으면 적절한 비판으로 5번을 바로 골라낼 수 있었습니다. 철학 지문이기에 약간의 추론이 필요하긴 했지만, 결국 '발췌독' 을 통한 문제 해결은 여전히 유효했던 셈이죠.
오히려 높은 사고력과 독해력을 필요로 하는 철학 지문의 킬러 문제도 이 정도의 추론만 있으면 발췌독으로 해결이 가능했던 시점에서, 당시 발췌독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독해법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말 역대급의 길이를 자랑했던,,보험 지문
보험에 관해 다루고 있는 이 지문은 '법'+'경제' 라는 정말 악랄한 두 재제의 융합에 더해 공백 제외 2천자에 달하는 정말 어마어마한 길이를 가지고 있는 지문입니다. 그러나 이 지문도 다른 지문들과 마찬가지로 보기 문제를 제외한 문제들은 말 그대로 '눈알 굴리기' 를 통해 모두 해결할 수 있었죠.
그리고 보기 문제 또한 상황은 비슷했는데, 직전 9평의 콘크리트 보기 문제와 같이 지문에서 특정 부분만 읽고도 그 부분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 수 있게 출제가 되었습니다. 물론 난이도는 얄짤없어서 자그마치 78%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오답을 골라, 이 문항은 17수능 국어의 오답률 1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두 지문 외에 출제된 반추위 지문도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 시험의 전체적인 난이도는 17학년도 9평과 비슷하거나 근소하게 앞섰으나, 어려워진 국어의 난이도에 맞춰 열심히 공부를 했던 학생들의 덕택으로 1컷은 92점에서 형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 시험이 16학년도 이전 표본에 그대로 투하되었다면 1컷은 80점대가 나왔으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경향은, 이후 18학년도의 시험에서도 그대로 계승되었죠.
이 지문은 18학년도 6평에 출제되었던 통화 정택 지문으로, 딱 봐도 크고 아름다운 보기 문제를 하나 달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문제는, 찍는 것만 못한 20%의 정답률을 기록하게 되었죠.
이 문제를 실제로 풀어보게 된다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지문의 내용을 '1도' 고려하지 않고 보기만 참고해도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지문에서 언급되었던 '정책 외부 시차' 라는 개념 하나만 가지고 보기 문항을 출제한 것이나, 실질적으로 그 개념을 참고하지 않아도 풀 수 있는 문항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시험의 또 다른 킬러였던 DNS 스푸핑 지문의 최고 오답률(69%) 문제였던 위 32번도 결국에는 발췌독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끔 출제되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인 '인터넷에 직접 접속은 안 되고 내부 네트워크에서만 서로를 '식별' 할 수 있는 사설 IP 주소도 있다.' 만 제대로 읽었으면 2번을 바로 정답으로 골라낼 수 있었죠.
'식별' 을 한다는 것은 서로를 구분한다는 것이므로, 당연히 서로 다른 주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체감하는 이 시험의 난이도는 매우 높았기에, 이 시험은 결국 평가원 국어 시험에서 마의 기준으로 통하던 1컷 80점대의 벽을 1컷 89점을 기록해 버리면서 부수고 말았습니다. 국어 영역의 난이도 인플레는 현재 진행중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시험이었죠.
마지막 문단의 이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LP 지문
하지만 애초에 마지막 문단은 이해를 할 필요가 없었던,,
위 지문은 그나마 쉽게 출제되었던(1컷 93) 18학년도 9평에서 최고 킬러 지문의 역할을 했던 LP 지문입니다. 이 지문은 다른 문단의 이해도 물론 힘들었지만, 마지막 문단의 이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 하게 서술이 되어 있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그러나 문제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위 문제들 중 마지막 문단의 '이해' 를 요구하고 있는 문제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예 그 문단에서 다룬 내용을 건드리지 않거나, 그 문단에서 언급한 내용을 그대로 '재진술' 하고 있는 문제들밖에 출제되지 않았죠.
17~18학년도를 관통했던 '어려운 지문, 발췌독의 유용성' 을 정말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지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8수능의 대표 킬러 지문인 오버슈팅 지문
이 지문은 18수능에서 부호화 지문과 함께 킬러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버슈팅 지문입니다. 역시 3점 보기 문제가 출제되는 범위를 [가] 로 한정지어 발췌독을 통한 해결을 용이하게 해 주나 싶었는데,,,대신 3점이 아닌 2점 보기 문제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 사항이 나왔죠.
발췌독이 아닌 이해를 통한 추론을 요구하는 기조의 시발점이 된 문제
위 29번 문제가 바로 그 문제인데, 이 문제는 지문에서 출제되는 범위를 한정짓지도 않았고,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발췌독으로도 해결이 가능하지 않게끔 출제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 문제는 27%의 정답률을 기록하며 3점 문제를 제치고 이 시험의 최고난도 킬러로 당당히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3점 문제는 여전히 발췌독을 통해 해결이 가능했다.
그에 반해, 발췌독을 통한 해결이 용이했던 이 3점 문제는 45%의 나름 준수한 정답률을 기록하며 1등급을 가르는 킬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는 못했죠. 이 문제에 3점이 걸려 있던 것은 평가원은 이 문제가 지문의 최고 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이야기이나,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전부터 계속 이어져오던 국어 난이도의 인플레, 그러면서도 정형화된 출제 패턴에 학생들이 점점 적응해 나가면서 이 시험은 난이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등급컷(1컷 94, 95점 이상 얻은 학생이 10명 이상 존재했다면 1컷 95)을 기록하게 되었고, 평가원은 새로운 방식의 변별 방안에 대해 고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타난 결과가,,,
2. 19~21학년도: 발췌독에서 이해를 통한 추론으로, 어려워지는 문학
지금까지도 역대급 지문으로 회자되는 LFIA 키트 지문
2019학년도 6평 국어는 국어 출제의 트렌드가 발췌독에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추론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발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위 지문은 국어의 난이도 인플레가 극한으로 치달은 현재에도 1.5티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LFIA 키트 지문입니다.
지금까지의 과학 지문과 달리, 이 지문은 단순히 많은 정보량 때문에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제시된 정보의 양도 굉장히 많았지만, 이 지문은 딸려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전까지와 차원이 다른 정도의 추론을 요구했습니다.
35~38번 문항을 살펴보면, 이전 같았으면 발췌독으로 바로 해결이 되었어야 할 유형인 35, 36번 문제도 어느 정도의 추론을 요구하게 출제되었습니다. 그 결과, 35번은 43%의 정답률을, 36번은 34%의 정답률을 기록하며 두 문제 모두 단숨에 킬러로 급부상했습니다.
그리고 37, 38번은 말 그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으면 풀 수 없도록' 출제가 되었습니다. 37번은 위음성과 위양성, 진음성과 진양성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으면 원천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했고, 38번은 살모넬라균이 항원에 해당한다는 것, 사용하게 될 키트가 직접 방식이라는 것 모두를 캐치하지 못했으면 2번 선지를 정답으로 골라낼 수 없었죠. 다른 선지 또한 이와 비슷한 해결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음은 덤입니다.
37번은 36%의 정답률을, 28번은 고작 28%의 정답률을 거두어 이 지문은 평균 정답률이 35%를 겨우 상회하는 역대급 초고난도 지문이 되었으며, 단순히 정보량을 많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서 추론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 학생 입장에서 얼마나 체감 난이도를 높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좋은 사례가 되었습니다.
그 유명한 '우포늪 왁새' 보기 문제, 정답률이 겨우 30%이다.
윗 문제만큼 고난도는 아니었지만, 이 문제도 정답률이 47%이다.
또한 박봉우의 [휴전선], 배한봉의 [우포늪 왁새], 김기림의 [주을온천행] 을 다루었던 27~31번 세트도 역대 문학 기출 중 역대급 난이도로 출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위 두 문항이 주요 킬러 문항이었는데, 30번 문항은 '대비' 라는 한 글자를 이용해 70%의 오답률을 이끌어 냈으며, 31번 문항은 해석이 어려운 부분을 제대로 찌르는 선지를 정답으로 제시함으로서 50%가 넘는 오답률을 이끌어 냈습니다.
단지 이 두 지문으로 인해, 이 시험은 다른 문학과 비문학 지문들이 매우 쉽게 출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등급 컷 91이라는, 결코 높지 않은 등급컷을 기록하게 됩니다.
오답률 분포를 보면, 13번과 20번 문항을 제외한 모든 오답률 50% 이상 문항이 위의 두 문학/비문학 지문에 몰빵되어 있으며, 그나마 20번 문항은 50%에 겨우 걸치는 오답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2019학년도 6평 국어는, 추론형 문항이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또 문학 세트도 어렵게 내면 얼마든지 어렵게 낼 수 있음을 증명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출제된 2019학년도 9평 국어, 그러나 이 시험은 결론적으로 평가원에게 있어 더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2019학년도 9평 국어의 오답률 분포
위의 오답률 분포를 보았을 때, 이 시험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또 그렇다고 쉽지만은 않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인 분포가 1컷이 90이었던 위의 2017학년도 6평 국어와 비슷하거나 약간 쉽기에, 수험생들의 실력이 올라간 것을 감안하더라도 1컷은 94점 안팎에서 형성이 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시험의 1컷은 97점에서 형성이 되었습니다. 시험이 쉬웠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이는 이전에 비해 학생들의 실력이 크게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문항 하나하나의 난이도도 이전 기준에서 보았을 땐 저 정도의 오답률에서 그칠 것이 전혀 아니었기에, 학생들을 성공적으로 변별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던 평가원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시험의 결과로 평가원은 학생들의 실력을 매우 고평가하게 되었고, 결국 평가원은 2019학년도 수능 국어라는 정신 나간 괴물을 낳아버리고야 말았습니다.
학생들의 시간을 정신없이 털어버렸던 '화작' K군
오전 8시 40분, 긴장된 마음으로 시험지를 열고 처음 마주하는 1번부터 10번까지의 화법과 작문 문제, 지금 화법과 작문의 포지션이 으레 그러듯, 이때도 화법과 작문은 10분 남짓에 모두 풀고 넘어가야만 하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19수능의 화법과 작문은, 언제나처럼 만만한 모습으로 학생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딱 봐도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담고 있는 위의 K군 지문과, 바로 뒤에 이어진 역시 매우 까다롭게 출제된 로봇세 지문, 순식간에 화작에 15, 20분 이상을 쏟아붓게 된 학생들은 그대로 멘탈이 터져나갔고, 그런 그들이 다음으로 마주한 문법 문제는,,
아직도 레전드 문법 문제로 회자되는 '바투'
난이도 자체는 쉬웠지만 최소대립쌍 하나하나를 판단하게 해 시간을 정신없이 뺏어먹었던 11번, 지문의 미친 정보량을 하나하나 처리해야만 풀 수 있었던 13번(오답률 62%), 결정적으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요구했던 위의 15번 문제(오답률 69%, 전체 3위)의 연쇄를 마주한 학생들은 속절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다음 등장한 첫 비문학의 첫 문제, 지문 자체의 난이도도 쉽지 않았던 것은 둘째 치고, 이 문제는 단순히 '발췌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의 수준을 넘어 정답 선지 판단을 위해서는 2문단과 6문단의 내용을 모두 가져와야하게끔 출제가 되었습니다. 2문단에서 '이처럼 의사 표시를~법률 행위라 한다.' 라는 내용과 6문단에서 '채무 불이행은 갑이나~법률 효과가 발생한다.' 의 내용을 모두 캐치해야 3번 선지를 정답으로 고를 수 있었죠.
18학년도까지의 발췌독 기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모습, 이 출제 기조는 다른 문제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 학생들은 첫 비문학 지문에서부터 고배를 마시고 가야만 했습니다.
2019학년도 6평 국어에서 보았던 문학 고난도 문제의 가능성 또한 2019 수능은 충분히 구현해 냈습니다. 길이에서부터 학생들을 압도했던 이 문제는 상당히 많은 단계의 판별 과정을 거치도록 해 결국 58%의 오답률을 당당하게 따냈습니다.
그러나 이 시험의 최종 보스는 이제서야 모습을 등장했으니,,
아마도 수능 국어 역사상 가장 유명한
두 페이지로 남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우주론', '그 31번', 비주얼로부터 학생들을 압도했던 천체우주론 지문은, 실제로 그 난이도로 다시 한 번 학생들의 국어 성적에 카운터를 먹였습니다. 그러나 재밌는 것은, 지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과학 지문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A] 부분을 제외하면 이 지문은 철학 지문의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과 중국이 각각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관한 여러 관점을 서술하고 있죠.
31번 단 한 문제가 너무 유명한 바람에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실이지만, 이 지문의 28, 29, 30번 문제 또한 이전의 철학 지문(포퍼콰인, LP) 2점 문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추론을 요구했습니다. [A]를 제외한 부분은 내용의 단순한 나열이기에 이해 자체는 어렵지 않았음에도 그 부분에서 출제된 문제들까지 아래의 오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매우 중요한 이유이죠.
1위를 차지한 31번 이외에도 28, 29, 30번 또한 상당히 높은 오답률을 자랑한다.
계속된 고난도 행렬, 심지어 이 뒤에 이어지는 가능세계의 피니시 무브까지 더해져 학생들은 말 그래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어려운 화작문, 많은 정보량에 추론까지 강화된 비문학, 2019학년도 6평이 연상되는 난이도로 출제된 문학의 3중고는 결국 이 시험의 1컷을 종전에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었던 84점까지 끌어내리는 일등 공신이 되었죠.
계속되던 국어의 난이도 인플레가 정점을 찍었던 이 시험 이후로 국어 시험의 난이도 기준은 재정의가 내려졌으며, 더 이상 1컷이 80점대가 아닌 국어 시험은 '어렵다' 의 축에도 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출제된 2020학년도 6평 국어, 물론 19수능만큼은 아니었지만 추론 강화를 통한 고난도 기조는 여전히 이어졌습니다.
위 지문은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학생들의 숨통을 조여 왔습니다: 각 내용 하나하나 중에 '난해한' 것은 없기에 학생들은 모든 내용을 이해했다고 '착각한' 채로 지문을 읽어 나갔으나, 곧 그들은 문제를 풀며 스스로가 이 지문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지문에서 출제된 문제들은 지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어 글을 읽어나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다른 말로는, 글에서 제시되는 `흐름' 을 파악해야 하도록 출제되었다는 뜻으로, 발췌독을 통해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음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EBS 연계로 출제되었던 안서우의 [유원십이곡]
오답률 57%, TOP 8
오답률 52%, TOP 9
또한, 2019학년도 6평과 수능 국어에서 문학의 난이도기 높아진 기조를 그대로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 시험서는 EBS 연계 교재에 실려 있었던 안서우의 [유원십이곡]서 정답률 50% 미만의 킬러 문항을 두 개나 뽑아냈습니다.
이 두 문제는 해당 고전 시가의 상당히 디테일한 의미 해석까지 요구했는데, 사실 이는 해당 시가가 EBS 연계였기에 가능했던 출제 방식으로 EBS 연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학생들은 그대로 5점을 날린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문학 EBS 연계 공부의 중요성이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평가원은 EBS에 제시가 되어 있던 내용이면, 해석에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더라도 그냥 출제한다는 점을 이 문제들을 통해 알 수 있으니까요.
과학 지문의 탈을 쓴 인문 지문으로 평가받는 미토콘드리아 지문
실제로 문제들은 과학 지문의 그것이 아닌 철학 지문에 훨씬 더 가까운 형태로 출제되었다.
이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킬러 지문으로 출제된 미토콘드리아 지문은 겉보기에는 생물을 주제로 한 과학 지문이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개체성' 에 관한 철학적 내용을 다루는 지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 지문을 철학 지문으로 판단해 지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어 글을 읽어나갔던 학생들은 유연하게 문제를 풀 수 있었으나, 과학 지문으로 판단해 정보의 정리에만 집중했던 학생들은 그대로 모든 문제에서 썰러나갔죠.
종합해 보았을 때, 2020학년도 6평 국어는 2019학년도의 추론 강화 문항의 기조에 더해 지문을 읽을 때에도 '글이 말하고자 하는 흐름을 파악하는 것' 까지 요구하는 시험이었습니다. 결국 이 시험은 1컷 87을 기록해 2019학년도 수능의 바로 뒤를 잇는 고난도 시험에 당당히 자리를 올렸습니다.
여담으로, 위의 41번 문제는 12%의 정답률을 기록해 당시 평가원 국어 역대 최저 정답률을 갱신했습니다.
2020학년도 6평 국어가 흐름을 파악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기조를 도입했다면, 2020학년도 9평 국어는 정보량보다 난해함으로 밀어 붙이는 기조를 도입했습니다.
출제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점유소유 지문
반 페이지에 쏙 들어가는 지문에 딸려있는 다섯 문제, 비상식적으로 짧은 길이에 거저 주는 세트이겠거니 자신만만하게 접근한 학생들은 곧 지문을 읽으며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보량 자체는 많더라도 글을 읽으면서 이해 자체는 되게 출제했던 이전까지와는 달리, 이 지문은 이후 내용을 예측해 글의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게끔 하는 '그리고', '그에 따라' 등등의 담화 표지를 최소화함으로써, 뒤에 이어질 내용에 대한 힌트를 원천 봉쇄해 지문의 내용 자체를 매우 난해하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문제는 추론형으로 나왔지만 '정보 정리' 능력만 있으면 순수 독해력이 낮아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던 이전까지와는 달리, 이제는 정보 정리를 위해서는 높은 순수 독해력까지 필요해지게 된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전까지의 지문은 정보량이 너무 많아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가 다시 빠져나가는 게 문제였다면, 이제는 머릿속에 정보가 아예 들어오지조차 않게 된 것입니다.
점유소유에 묻혔지만, 역시 같은 기조로 난이도를 높였던 비콘 지문
이어지는 비콘 지문도 동일한 기조를 띄고 출제되어, 기술 지문이기에 정보를 정리해야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했던 학생들의 점수를 얄짤없이 뺏어갔습니다. 특히나 이 지문은 이전까지 많은 정보량으로 학생들을 압도하는 경향이 돋보이던 과학/기술 재제의 지문이었기에 특히 그 정도는 심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기조로 출제된 비문학이 난이도를 높여 놓은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문법까지 난이도가 높게 출제되었고,(14번 정답률 25%(오답률 1위), 12번 정답률 31%(오답률 3위) 6평 때와 마찬가지로 EBS 연계 고전 시가가 출제된 세트에서 19번이 41%의 정답률로 오답률 6위에 올라 이 시험의 1등급 컷은 90에 형성이 되었습니다.
이후 출제된 대망의 20수능 국어, 역시 20학년도 6평과 9평에서 등장했던 기조를 모두 반영한 형태로 수험생들 앞에 등장했습니다.
우선 레트로바이러스 지문은 20학년도 6평의 기조를 충실히 반영해서 등장했습니다. 서술 자체가 난해하지는 않았으나 출제된 ‘모든’ 문제가 지문의 두 부분 이상에서 근거를 끌어 와야 해결할 수 있게끔 출제되었으며, 지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흐름(이식에 관한 여러 문제점과 해결 방안의 탐색)을 제대로 따라가야 선지들을 수월하게 판단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지문은 학생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극히 차이가 났던 지문입니다. 지문의 흐름을 잘 잡는 학생들은 이 지문이 킬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 자체를 못 했으나, 흐름 잡기에 서투른 학생에게 이 지문은 어마어마한 킬러로 작용했죠.
BIS 지문은 2020학년도 9평의 기조를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장지문이다 보니 2020학년도 9평의 그것보단 덜 난해하게 서술하기는 했으나, 그 특유의 지문 길이로 인해 체감 난이도는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절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문제 또한 너무나도 당연히 추론을 요구하는 형태로만 출제가 되었는데, 적어도 어휘 문제는 그냥 주던 이전까지와 달리 어휘 문제마저 지문 이해를 못 하면 맞출 수 없게 출제를 했다는 점에서 평가원이 내세우는 출제 기조를 확실하게 볼 수 있는 지문이었습니다.
이해를 못 해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못 맞출 문제. 어휘 문제임에도 불과하고 정답률은 고작 47%이다.
발췌독의 시대의 종말에 쐐기를 박아버렸던 20수능의 1등급 커트라인은 91점, 절대로 높지 않은 점수였으나 아쉽게도(?) 직전 수능 국어의 그림자에 가려 그런저런 난이도를 가진 수능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91점이라는 1등급 컷이 ’보통‘ 인 난이도로 인식될 정도로 국어의 난이도 인플레가 심해졌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죠.
2021학년도 6평 국어는 기본적으로는 이전 20학년도 시험들의 경향을 충실히 따랐으나, 한 가지 새로운 변화 또한 있었습니다: 22수능 예비문항에서 등장한 가/나형 비문학 지문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최초의 기출 가/나형 지문. 다행히 난이도는 낮았다.
과거제에 대한 서로 상반된 관점에서 서술된 두 글은 그 자체로는 난이도가 낮아 당시 학생들에게 크게 어렵게 다가가지는 않았지만, 이후 전혀 새로운 방식의 고난도 비문학 지문을 출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정말 난이도가 높은 형태로는, LEET 지문들에서 물어보는 것처럼 두 지문 간 의견과 논리 전개를 비교하고, 상호 간 비판 내용을 물어보는 문제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지문 이외로는 2020학년도 9평 국어의 난해한 서술을 그대로 담습한 OIS 렌즈 지문과 2020학년도 6평 국어의 지문의 흐름에 대한 강조를 그대로 담습한 법인세 지문이 출제되었으며, 두 지문 모두 중상 정도의 난이도로 충실하게 학생들을 뱐별하는 역할을 완료했습니다.
이 시험은 또한 예전보다도 더 문학에서의 변별을 강화하는 기조를 보였는데, 운문과 산문을 가리지 않고 오답률 50% 이상의 고난도 문항이 출제되었습니다.
오답률 54%, TOP 8
오답률 57%, TOP 7
오답률 64%, TOP 2
운문 지문은 2020학년도 시험들과 같은 형태로 EBS 연계 지문의 해석 난이도가 상당히 높게 출제되었으며, 산문 지문은 제시된 내용의 객관적인 파악을 어렵게 물어봄으로써 난이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41~45번의 전우치 지문은 앞으로 평가원이 산문 지문에서 킬러를 어떻게 출제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해당 기조가 두드러지게 출제했습니다.
이 문항들에 더해 오답률 50% 후반대를 기록한 두 개의 문법 문제들까지 더해져, 이 시험의 1컷은 92에 안착했습니다. 전체적으로 2017학년도 9평 국어와 그 수준이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시험입니다.
2021학년도 9평 국어는 전년도 9평 국어의 쌍둥이 버전이라 봐도 될 정도로 유사한 기조를 가지고 출제되었습니다.
상당한 배경 지식을 요구했던 15번 문제
이 문제는 방점이 강약이 아닌 ‘소리의 고저’ 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암기하고 있지 않았으면 3번을 골라 장렬하게 전사할 수 밖에 없게끔 출제된 문제입니다. 내신 학습하는 식으로 달달 외워 공부했던 학생은 너무나도 당연히 3번을 지울 수 있었지만, 이해를 위주로 공부했던 학생들은 오히려 채점할 때 뒤통수를 가격당한 문제였죠.
그러나 다행히, 이 문제 이후로 문법에서 상당한 수준의 배경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는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평가원이 의거해 출제하는 지침과 맞지 않는 방향이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는 바입니다.
작년 9평에 출제되었던 점유소유와 완전히 동일한 특성을 가진 행정입법 지문이 이 시험의 최대 킬러로 등장했습니다. 짧은 길이, 그러나 엄청나게 난해하고 불친절하고 압축적인 서술, 그러나 점유소유 지문을 통해 학생들이 많이 연습을 했기 때문인지, 이 지문에 딸린 문제들의 오답률은 점유소유의 그것에 비하면 다소 낮았습니다(26번 47%, 27번 60%, 28번 44%, 29번 60%, 30번 50%).
이 지문 또한 작년 9평의 비콘 지문과 유사한 형태로 쓰여졌으나, 난이도는 다소 낮아져 가장 많은 학생들이 틀렸던 37번 보기 문제도 오답률이 58%에 머물렀습니다. 물론 행정입법 지문과 같이 학생들이 이 형태에 익숙해진 까닭도 있죠.
여기까지 본다면 작년 9평보다는 쉬운 시험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변수는 문학에 있었습니다.
윤선도의 [만흥]. EBS 연계 지문이었는지 여부는 제쳐두고, 일단 문학사적으로 너무나도 의미있고 또 유명한 작품입니다. 입시판을 뜬지 3년이 넘어가는 저도 지문을 보면 바로 해석이 떠오를 정도로 말이죠.
그 지문의 ‘표현상 특징’ 을 다룬 ‘세트의 첫 문항’ 38번 문항은,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2~30%의 오답률을 거둔 채 그렇게 중요한 문항으로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항은 70%를 상회하는 오답률을 기록하면서, 이 시험의 오답률 1위 문항으로 당당하게 발돋움했습니다. 이는 정답 선지의 ‘관념적 성격’ 의 의미를 많은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이 문항이 있던 세트의 39, 40번 문항이 모두 오답률 50%를 상회하면서 이 ’문학‘ 세트는 순식간에 웬만한 비문학 못지 않은 킬러로 발돋움했습니다.
거기에 미학을 제재로 다뤘던 첫 가/나형 비문학 지문은 지문의 내용은 쉬웠으나 그 지문에서 뽑아낸 것이 놀라울 정도로 수준 높은 문제를 출제하면서 20번, 22번 문항이 각각 58, 56%의 오답률을 기록해, 결론적으로 이 시험은 작년 9평과 유사한 난이도로 평가받으며 1컷 90점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문학의 난이도가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하면서 시험의 파괴력 자체도 증대되는 기조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온 본수능, 하지만 본수능에서는 문학에서만 난이도가 높아진 것이 아니었으니,,
21수능은 한 마디로 ‘문법의 반란’ 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시험이었습니다. 위의 두 문항이 연속으로 20%의 정답률을 기록한 데 이어 13번이 40%, 15번이 50%를 기록하면서 21수능 문법 세트는 역대 문법 중 가장 어려운 세트로 남게 되었죠.
그러나 다행히도, 다음 해부터 국어 선택과목 체제가 시행되면서 선택과목 간 밸런스를 맞출 필요성이 증가해 높은 난이도의 문법은 하나의 기조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발췌독을 정말 대놓고 저격한 18번 문제
가장 처음 등장한 북학론 지문은 출제된 세 가지의 비문학 지문 중 가장 쉬운 지문이었지만, 비문학 오답률 1등은 이 지문에서 등장했으니, 그 문제가 위의 18번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정답은 5번 선지였으나, ‘평등견’ 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평등’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정말 매력적인 3번 오답 선지를 만들었고, 실제로 정답 선지를 고른 학생(31%)의 1.5배에 달하는 학생(46%)들이 3번 선지를 골라 2점을 날려보냈습니다.
더 이상 지문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없이 문제를 풀 수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원의 경고와도 같은 문제였죠.
2020학년도 9평과 2021학년도 9평에 등장한 난해하고 불친절한 서술을 특징으로 하는 법 지문 또한 다시 등장했습니다. 특히 27번이 해결을 위해서는 상당한 추론을 하게 만들어, 28번과 함께 나란히 보기 문제보다 높은 오답률인 68%를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이 지문에서 다루고 있는 ‘예약’ 이라는 개념 또한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었기에, 학생들 입장에서 체감 난이도는 더욱 높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등장한 렌더링 지문, 당시 화제가 되었던 것은 문제 오류 시비가 있었던 37번 문제였지만, 실제로 훨씬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했던 것은 36번 문제입니다. 오답 선지들을 골라내기는 쉬웠기에 정답률은 37번보다는 높았지만, 정답 선지인 4번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매우 난해한 사고 과정을 따라가야 했습니다.
이 지문 역시도 난해한 서술의 기조를 그대로 따라가,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를 더더욱 높였죠. 전반적으로 21수능의 비문학 지문들에서는 난해한 서술의 기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당해 6/9평과 같이 21수능에서도 EBS 연계에 등장했던 운문의 해석을 물어보는 고난도 문항은 다시 등장했는데, 특히 위의 세트가 어렵게 나와 39번 문제가 53%, 40번 문제가 58%의 오답률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산문 문학 파트에서 내용의 올바른 파악을 요구하는 문제인 32번도 54%의 오답률을 기록해, 문학에서 운문의 지얍적 해석/산문의 올바른 내용 파악을 이용해 고난도의 문항을 출제하는 기조는 21수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전반적으로 21수능은, 현장에서 느꼈던 체감 난이도에 비해 실제 난이도가 훨씬 어려웠다던 특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수능 종료 후 채점을 매겨보다가 상상도 못 한 점수를 받아들었으며, 이 수능을 현장에서 쳤던 저 역시도 시험이 끝난 당시는 1컷 92~3을 예상했으나 실제 예상 1컷이 87~8으로 나온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죠.
이는 학생들을 함정에 빠지게 하는 문항이 많았다는 이야기로(실제로 오답률 1, 2, 3위: 각각 11, 14, 18번이 모두 함정 문항이었습니다.), 함정 문항이 많았다는 것은 지문이 난해해졌을 뿐만 아니라 문제에서 선지를 판단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사고 과정 또한 더더욱 복잡해졌음을 의미하죠.
그렇기에 겉보기에는 전혀 어렵지 않은 시험지였음에도 1컷 88, 결시자의 영향이 아니었으면 1컷 87이라는 난이도 높은 시험지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향은 1년 뒤 수능에서, 19수능과 버금가는 극악의 시험지를 탄생시키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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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이렇게 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재밌네요
또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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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21때 현역이라 글쓰면서 추억(+PTSD)에 젖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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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리 잘하셨네요 ㅋㅋㅋㅋ 잘보고 갑니다
저는 작수 여린히읗 문제도 210915 급으로 충격이었는데.. 왜 평가원은 저런 문제를 내는 껄까요
감사합니다 ㅎ 진짜 평가원이란 집단은 점점 선이 없어지는 거 같아요,,
2편은 언제올라오나요 숨참슴니다.
라고 적혀있는데요 교수님?
아직도 1706에서 받은 충격이 안 가시네 지문 길이,문학+비문학 통합, 문법 장지문ㅋㅋㅋㅋ 진짜 상상도 못했던게 한번에 나왔는데
조금 벗어날 수 있는 질문일 수 있으나 그럼 국어 기출공부를 17학년도정도 부터 학습하면 될까요?
17학년도가 진짜 수능 역사에서 특이점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