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외로움
다시 우울감이 찾아왔다. 외로움을 애써 부정해왔다는 걸 실감했다. 이를 달래고자 토가 나올 때까지 담배를 입에 문다. 다들 오늘날 내가 괜찮은 줄 알겠지만 자주 이렇게 우울감에 빠지곤 한다. 우울감을 넘어서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도 스멀 스멀 올라온다.
나는 경제적 능력도 없고 학업적으로도 뛰어나지 못하다. 당장 다음 학기 적응하는 것도 미지수이고 막상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또 다시 불안감과 우울감이 미친 듯이 몰려와 도피하고픈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걸 또 실행으로 옮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러면 내 20대 초중반은 완전히 꼬이게 되겠지만.
경조증 시기로 의심될 땐 미친 듯이 피아노를 치고, 바깥 생활도 하고, 큰 대회에 나가서 상을 여러 개 따오기도 했다. 자신감에 차 있었다. 허나 지금은 내 피아노 연주에 만족이 안 된다. 치고 싶지도 않고.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 피아노과에 가는 게 좀전의 목표였다. 어느 한 피아니스트가 해준 극찬들 (국내 최상위 피아노과를 노릴 수 있는 실력이다 등) 로부터 나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꿈을 품은 채 마음껏 연주하고, 연습하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폐인 하나가 자취방에 남아 있다.
게임도 자주 안 한다. 그냥 억지로 잠을 자고 억지로 무언가를 먹으면서 퇴근 후 디스코드에 들어오는 친구들을 기다릴 뿐. 노가리를 까는 게 유일한 낙이다. 이것마저 없었으면 나는 어쩔 뻔했나 싶다.
엄마 때문에 이 삶을 억지로 붙들고 있다. 나 하나 때문에 살아가시는 분이라서. 나는 삶의 의미가 없을지언정 엄마의 삶까지 빼앗고 싶진 않아서다. 하지만 가끔 엄마가 밉기도 하다. 엄마만 아니였으면 난 이미 떠났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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