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열심히하면성공가능?
이 시기가 되면 이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 질문은
“저랑 비슷한 수준의 수험생이 열심히 해서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뤄낸 사례가 있나요?”
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성공사례요? 당연히 있습니다.
흔한 성공 수기들도 많고, 제 제자들도 많이 이뤄냈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수험생이 얼마나 많습니까.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아서 기적으로 밖에 안 보이는 성공한 사례는 반드시 있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엄청난 대박을 터뜨린 기적의 사나이에요.
그런 성공 사례가 있건 없건 당연히 당신이 성공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어요.
저는 지금부터 열심히 해서 성공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라고 질문을 하는 여러분의 심리 상태에 대해 진단을 하려 합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나요?”에는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이라는 조건이 붙지요?
그 말은 지금 이 순간 질문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사실 입시 초기에는 아무도 저 질문을 하지 않아요.
다들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작심삼일이라도 처음에는 열심히 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입시 중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집니다.
질문하는 친구들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결국 저 질문은 질문자들이 엄청난 ‘멘붕’을 겪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수험생이라면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여러분을 야단치려고 하는 말은 아니예요.
질문자의 마음가짐을 살짝 바꾸어 우리 함께 기적을 일궈내 봅시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에는 또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만약 성공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라는건가요?
열심히 안 하겠다는 것인지요?
제 얘기를 간단히 해볼게요.
저는 수능 수험을 4개월 했습니다. 그 4개월 동안조차도 일을 하면서 했기 때문에
오후 6시부터 공부 할 수 있었어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적고, 그렇다고 제가 원래부터 잘 한 것도 아니었어요.
하여튼 그 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 대박을 터뜨렸는데,
학생들은 제게 그렇게 물어봐요.
“선생님은 본인이 성공할 것을 어떻게 알고 열심히 할 수 있었나요?”
제 확신과 자신감에 대해 물어보는데,
저는 그 당시 제가 잘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에요,
물론 서울대를 목표로 삼았지만 실제로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면 학생들은 다시 묻지요.
“성공할 거라는 확신도 없으면서 어떻게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까?”
달리 할 게 없었어요.
여러분, 공부를 안 하고 딴 짓 할 때 뭐 하세요?
카톡이나 인별그램, 웹툰, 유튜브, 인터넷 기사를 클릭하는 정도 아닌가요?
여하튼 여러분이 실패에 대한 확신이 생겨서 공부를 안 하면 뭘 할 겁니까?
끽해봐야 인터넷 기사 클릭하면서 인강사이트 광고 배너를 본다던지
인스타이나 유튜브를 보지 않나요?
소소한 재미야 있지만 대단한 것도 아니잖아요.
공부를 안 한다고 해서 달리 할 게 없고,
그렇다고 작정하고 다른 걸 하기에도 애매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같은 주위 시선 때문에 제대로 즐겁게 놀지도 못합니다.
왜 저는 열심히 할 수 있었는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요.
달리 열심히 할 게 공부밖에 없었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확신 여부와 무관하게 평온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달리 열심히 할 게 없다면 열심히 공부하세요.
내가 공부 외에 열심히 할 게 없다면
그렇다면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피겨를 하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면
내가 지금 열심히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자. 라는 마음가짐을 추천해요.
확신이 있어야 열심히 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확신이 없어도 열심히 할 수 있어요.
확신이 있어도 없어도 내 마음 가짐이 바뀌기 전 까지는
열심히 하는 내 자신을 내가 볼 수 없습니다.
일단 당장 내가 공부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이거라도 열심히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공부하세요.
무언갈 열심히 해본 경험이야 말로, 대학을 가고 안가고를 떠나 남들은 모르는 내 자신에게 떳떳한
소중한 자산으로는 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에 또 내포되어 있는 게 있어요.
질문자는 상황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고 있어요.
이건 잘못된 겁니다.
전쟁이나 스포츠 경기라면 승리 아니면 패배만이 존재하겠지만 입시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여러분 나름의 성공의 기준은 있겠지요.
수학 1등급을 받으면 성공이고, 아니면 실패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수학 2등급을 받으면 성공이고, 아니면 실패인 사람도 있을 거예요.
만약 여러분의 목표가 1등급인데 그 컷이 88점이라고 해봅시다.
당신의 지금 성적이 50점이라고 해봐요.
그래서 피토나오게 열심히 공부해서 37점을 올려서
수능날 87점을 받으면, 그러면 실패한 건가요?
그럼 열심히 해봤자 실패했으니
50점에서 87점까지 올린 것은 무의미한 짓인가요?
즉, 50점 맞고 실패한 것과 87점 맞고 실패하는 것이 똑같은 결과물인가요?
그래서 ‘어차피 실패했을 텐데 노력할 필요가 없었어.’라고 말할 건가요?
아니면 88점도 1등급이고 100점도 1등급이라서 성공이니 똑같은 결과물인가요?
88점 좌극한까지는 똑같은 실패고
88점 우극한부터는 똑같은 성공?
아니오. 점수는 높을수록 좋은 겁니다.
여러분 나름대로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 여러분의 목표(성공)가 있겠지요.
그런데 목표(성공)에 도달 못하더라도 목표 근처에만 가도 괜찮은 거 아닌가요?
상황은 ‘성공’ 아니면 ‘실패’로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게 아니에요.
스포츠 경기에서야 5:0으로 지나 1:0으로 지나 진 거지요.
하지만 입시는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이 87점 받아서 목표를 못 이루는 것과 50점을 받아 목표를 못 이루는 것은 달라요.
입시는 성공과 실패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포기하면 편해’라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수험생은 포기한다고 편해지지도 않습니다.
여러분이 감옥에 갇혀서 하수도로 탈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봅시다.
입구는 똥오줌, 쓰레기, 진흙 같이 엄청 더럽고 출구로 갈수록 깨끗해진다고 해봅시다.
여러분은 엉금엉금 기어서 탈출하려고 하겠지요.
저런 상황에서 포기하면 편할까요?
포기하면 여러분은 하수구 초입 더러운 곳에 머무르게 돼요.
수험생활이 그래서 힘들어요.
‘포기하면 편해’라는 말은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맞아요.
하지만 수험생은 포기한다고 하나도 편해지지 않아요.
공부하는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포기하면 똥물에서 머물게 돼요.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마음도 불편해요.
여러분의 유일한 대책은 죽을 힘을 다해서 단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이에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요.
정말 열심히 해도 그 목표에 다다르지 못할 수 있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열심히 해도 괜찮습니다.
단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면 그만큼 좋아요.
입시는 성공 아니면 실패가 아니에요.
단순히 의지만 강하다고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성공에 대한 확신이나 희망 없이도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은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또 내가 성공할 것 같건 아니 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달리 할 것도 없고,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면 조금이라도 결과가 더 낫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공부 할 수도 있고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위의 그림처럼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파란 불이 깜빡이는 걸로 봐서는
곧 파란 불이 꺼지고 빨간 불이 켜질 것 같습니다.
나는 횡단보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건널까 말까 고민합니다.
괜히 건너려 했다가 보도 한 중간에 있는데 빨간 불이 되어
위험한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애초에 도전하지 말고 가만히 포기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상황은 그게 아닙니다.
당신은 이미 횡단보도 한 중간에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건널까 말까 고민하시겠어요?
횡단보도 한 중간에서 깜빡이는 초록불을 바라보고 있는 그 현실이
여러분이 처한 현실입니다.
나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보세요.
그러면 생각이 명료해집니다.
마음이 번잡할 것도 없습니다.
하루하루 알차게 살면 됩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하세요.
결과는 수능 당일, 아니 대학 합격 발표일에 알게 될 일입니다.
지금은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뿐이에요.
제가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매순간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할 당신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꿈꾸는 자에게 길이 될,
김지석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실제로 이런 일도 가능 하지 않으 ㄹ ㄲ ㅏ?? 진짜 ㄹ ㅜ
-
헤헷... 1
가끔씩 내가 너무 공부못하는 것 같다고 느껴서ㅜ우울해졌을때 오르비들어오면 기분이조아짐ㅋㅋ
-
2010년 초반 0
빌보드 1위 노래들 모아서 듣고 잇는데 좋다 좋아
-
하프모? 제외하고 한권에 2x16=32지문 맞나요? +매일 문/독 1지문씩 고정인가유
-
러셀 대치 원서랑 러셀 기숙학원 원서랑 중복으로 지원 못 하나요? § 중복접수 확인...
-
안녕하세요!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올해의 첫 장이 벌써 끝나고 다음...
-
나도 한번 불러본다
-
문학 사라져야댐 11
리트화해야햄
-
ㅋㅋㅋㅋㅋ
-
?
-
10시간 가보자구!
-
오고곡오고고고곡 0
크리스피 오곡롤~
-
경상도 특) 눈안옴 10
올해 눈 한 번도 못 봤음 ㅁㅌㅊ?
-
중경외시 라인 문과 정시 일반 예비 1번인데 원래는 당연히 붙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
현시점 오르비 갤주 인증왜안함
-
예쁘다...
-
1지망 2지망 이렇게 점공에 작성해놓은 대로 보통 최종등록하나요?
-
과외쌤 목소리로 5
실수해서 아아앙이러는데 너무 좋은데 고백하면 안되나요?
-
미3누 멋있네 2
와
-
경계선 지능은 아닌거지?
-
이건 연의생만 쓸수있는데 주제넘게한번써봄
-
기분진짜이상함 내친구가 엄마아빠가된다라
-
장성문T 0
개념문 노베한테 부족한가요? 김준T는 볼륨이 너무 커서요… (화학 학원 하나 다니고 있습니다)
-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한양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한양대학생, 한양대...
-
누구는 sky 미만잡이라 하고 누구는 메디컬 미만잡이라 하는데 현실에선 ㅁㅌㅊ인가요
-
전에 만나던사람이랑 좀 롱디였는데 너무 바빠서 거의 매번 내가 보러갔었음 그래서...
-
원래 고사장에 시계없냐고해서 개웃겼는데
-
지금 일어낫네 11
내 생활패턴 어떡할거야
-
ㅇㅇ
-
231114 230622 같이 풀다가 울었어
-
걍 설탭이랑. 똑같이 시급2받고 해버려? ㅋㅋ
-
대기시간 엄청남
-
눈이 안온다 단점:눈이 안 온다
-
농어촌 의대 0
농어촌이고 정시로 연세대 의대 지망하는데 아무리 농어촌이어도 과탐+사탐 조합으로는 불가능하겠죠?
-
ㄹㅇ
-
저대신나가실븐
-
눈 내리는 겨울 날 도와주기로 약속했는데 약속 못지켜버렸네 알아서 잘 했겠지?
-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서강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서강대생, 서대...
-
외고애들 수학때 싹 자던거 빼고는 좋았음 감독관님들도 이것저것 안따지고 거의 다...
-
국민대 합격생을 위한 노크선배 꿀팁 [국민대25][기숙사, 자취방, 고시원]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국민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국민대학생, 국민대...
-
격자점 재밌음 4
격자점은 그래도 지수로그 성질 이용해서 내도 거부감은 없는데 삼도극,무등비는 솔직히...
-
딱 돈만 놓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나... 예체능계 최정상들은 제외하고요 그쪽은 차피 못함
-
삼수 예정 현역이랑 재수때는 물1 생1 재수때 성적은 69수능 다 만점 화학은 절대...
-
오르비 3
육르비
-
수학황 분들 질문할게요 11
이거 좀 풀어주실수있나요
-
배송을 바란다. 2
급해요
-
과외끝남요 4
헤헤
-
몇박스 있었는데 분명
-
강의 듣다가 교재에 없는 거 칠판에 띄워지면 2511 2510 2509 2507...
나만 그런게 아니였어
요즘 하루치 공부를 조금씩 덜하고 가끔씩은 많이 부족하게도 한 것같아 심적으로 자책하고 너무 불안했는데 그래도 이 글을 보고 열심히 달리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구과학에 몰빵했는데도 시험만 보면 실수로 10점씩 나가리되어서 이젠 다 끝났다 체념하려던 차에 글을 봤네요
28일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수능날 1등급 아니라도... 지금부터 뭐 5점이라도 더 올린다면 그래도 의미없진 않은거겠죠
노미는 더이상 안하시나요...
지석쌤 내년 고난도 정신은 좀더 양 많게 해주세요 ㅜㅡㅜ
이걸 성균관대 공대로 읽은 내가 너무 밉다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걸 몇년째 보는걸까
선생님 오르비 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고3때 수업 들었던 학생입니다.
선생님 실모 운영 영상으로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요번 글도 잘보고 가요!!
코1지석 진짜 코크다❤️
내용ㅇ이 너무 좋다 비유가 아주 찰떡이네요
쌉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