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나보다 똑똑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지 못하는 것
이번 칼럼은 매우 짧은 칼럼이 될 것 같네요 ^^
전 최근 메타 인지 능력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고,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 말하는 방식과 말투가 얼핏 잘못 받아들이면 상대방을 무시하고 무식하게 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요새 많이 깨닫게 됩니다.
왜냐하면 일종의 직업병처럼, 오르비나 다른 카페나 질문을 받고 답변을 세세하게 하고 설명을 하는 과정 중에서 상대방이 전혀 무안하지 않게, 이해 못하는 것이 없고 제 생각의 속도를 잘 따라오게끔 하기 위해서 일부러 더욱 세세하고, 단계별로 분석하여 설명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보통 공부를 너무 잘하거나 천재성이 짙은 학생들이나 교수님들은 자신의 생각을 너무 빠르게 전개하고 설명해버리니까 듣는 학생들 입장에서 이해를 못하고 못 따라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 천재들은 본인만 그걸 이해하고 본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이 또한 메타 인지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죠.
GAI 한테 물어보니, 소위 전문가들이나 잘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설명을 어려워하고 그들의 재능을 온전히 잘 전달하지 못하는 현상을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명시지와 암묵지 개념은 수능에도 나온 유명하고 좋은 개념입니다
https://blog.naver.com/cognitasapiens/223699581249
제가 과거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름 공부도 많이 하고 자신감이 생기다 보니까 이렇게 좀 오만하게 생각한 듯 합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남들도 모를 것이고, 남들은 나보다 부족하고 배경 지식이 없을 것이다" 물론 당연히 고등학생과 비교하면 제가 인생도 좀 더 오래 살아왔고 공부도 더 많이 풍부하게 했으니까 적용되지만, 같은 급의 학생이나 교수님 이상의 사람들은 저보다도 더 잘 아는 경우가 당연히 많지 않겠어요?
그런데 항상 저보다 어린 사람들을 보고, 항상 친절히 설명을 하는 일을 직업병처럼 습관화가 되다보니까 메타 인지 능력이 떨어진 듯 합니다. 저도 누구한테 설명을 들을 때 제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나중에 메모를 했다가 찾아보면 되지, 꼭 그걸 화자가 일일이 모든 단어를 설명할 필요가 없고, 어느 수준의 단어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지 애매모호 합니다. 말을 하다가 거꾸로 아 이미 다 알고 계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몹시 부끄럽더군요,
그러다보니 글이 너무 장황해지고, 쓸데없이 일일이 다 세세하게 설명하고 비유를 들고 예시를 들다보니 좀 잘 알고 저보다도 공부를 많이 했고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요즘 많이 느낍니다.
사람은 자신의 머리가 한계입니다. 자신의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곧 세상의 전부입니다. 자신이 이해 못하는 것은 남들도 이해 못한다고 함부로 생각을 해버리는데, 전혀 아닙니다 이 세상에 천재는 정말 많습니다. 전 어릴 때 과학고나 카이스트 포스텍에 밥먹듯이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유명한 수학 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보면서 느낀 것이 정말 자폐증이 있는 정도의 천재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때는 겸손하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요새는 타성에 젖고 스스로의 메타 인지 능력이 떨어져서 오히려 안락한 삶을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메타 인지 능력이 높다는 것은 단순히 IQ가 높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데 내가 IQ가 100인데 메타 인지가 높다면, 남들이 IQ가 100을 뛰어넘는 수치, 120 130 150 등의 수치를 가질 수도 있으며, 내가 모르는 것을 남들이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조언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의 한계를 잘 가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과거 연을 끊어버린 어느 일뽕 극우 친구는, 저에게 항상 "어이구 빡대가리 새끼야~" 라던지 "저걸 이해 못하는 니 인생이 망겜이다~" 나 "너는 헛똑똑이야" 라는 식의 말을 정말 많이 했었고, 참다 참다 결국 폭발해서 관계를 칼로 끊어버리고 쌍욕을 부어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 친구도 나름 똑똑하고, 대학도 전문대를 나왔으나 그닥 멍청한 것도 아니었고 인터넷도 자주 접했었기에 저랑 오타쿠적 기질이 공통적이어서 나름 대화가 잘 통하긴 했습니다만, 그 친구는 자신의 지능과 별개로 메타 인지 능력이 너무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전 그 친구를 배려해서 그 친구가 이해하지 못할 만한, 제가 배운 특수한 전공 지식 등을 절대로 언급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를 헛똑똑이라고 부른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는 대학은 부러워 하고 엘리트 지식인 취급은 하면서 말이죠.
메타 인지가 낮은 사람을 어떻게 가르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 에 대해서 이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자신의 한계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머리가 이해하는 세상을 세상의 전부라고 확신하며, 남들이 자신보다 유능하거나 뛰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예 봉쇄해버리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그 알을 깨고 더 큰 세상을 보게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https://writemymind.tistory.com/5
메타 인지가 발달했다면 내가 어디서 계속 실수하고 틀리는지 명확히 알고, 어디서 잘 하는지를 아니까 특히 수능처럼 모든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맞아야 하는 식의 시험에서 얼마나 강력하겠습니까? 약점을 모두 메꿔버릴 수 있는데. 물론 수능을 잘 보았다고 어느 특정 분야의 천재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화학을 제일 잘해서 화학은 상위 0.01%가 나오지만 다른 교과목을 망쳐서 전체 성적이 낮아지는 천재들도 분명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능은 특화보다는 보편성, 넓은 일반성을 더 추구하기에 이런 점에서도 비판을 받습니다
https://www.u2math.co.kr/Content/Index?idx=120
최근에 말했던 것처럼, 전 요새 소프트웨어 공부를 새로 하면서 메타 인지 능력이 부족했던 것을 심하게 느끼며, 그 댓가로 학점이 바로 박살이 나더군요. 그냥 무식하게 편안하게 자료 교안 PPT나 읽으면서 대충대충 복습을 했으니까, 막상 제한시간 안에 코딩을 짜야 하는 시험에서는 너무 취약점이 잘 드러나더군요.
옆에 전과를 한 여학생이랑 같이 공부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학생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면서 효과적인 학습법을 좀 연구를 해봤는데, 그 친구는 PPT를 넘기기 전에 반드시 그 장을 완벽히 이해할 때만 넘어간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그 학생은 중간고사에서는 2점 짜리 사소한 문제 실수를 한 것 말곤, 평균이 겨우 반 정도일 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친구였습니다.
요새 제가 가고 싶은 신경과학 분야에서도 메타 인지 능력이 매우 핫하고 중요해서 관련해서 논문을 읽느라 죽을 맛이군요. 관련해서 더욱 더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하고 더 좋은 컨텐츠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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