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2 몇가지 하고싶은말
칼럼은 아니고, 이번에 화2 수능을 보는 분들을 위한 내 생각이다.
내 생각이 정말 틀린 것 같으면 그냥 자기 생각을 따랐으면 좋겠다. 원래 남의 말 듣고 잘 안 되면 더 억울한 법이다. 나는 정보를 줄 뿐이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져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과목 선택이든, 공부법이든 본인 소신대로 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1. PV=nRT에서 파생되는 변수 간 관계는 일단 전부 외우자. 안 외워도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바로바로 튀어나오는 고능아면 상관없다. 그치만 압력, 부피, 온도는 보일-샤를 법칙으로 익숙하더라도, 몰수, 분자량, 밀도는 좀 생소하고 비직관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온도가 1/4배고 압력이 2배가 되었으면 부피는 몇 배일까? 이런 질문에는 답이 1/8배인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고 빨리 답을 구할 수 있지만, 밀도가 1/4배고 압력이 2배가 되었으면 분자량은 몇 배일까? 여기서 1/8배인 게 직관적으로 나오는 사람은 솔직히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서 변수들 간의 관계를 연결시켜 볼 수는 있겠지만, 내 머리로는 수능 때까지 그걸 해내지 못했다. 그래도 문제는 빨리 풀어야 했기에, 밀도는 분자량과 비례. 압력은 분자량과 반비례. 이런 걸 그냥 다 머릿속에 박아넣고 반복 학습을 통해 숙달시켰다. 자다가 누가 깨워서 “밀도 1/4배 압력 2배면 분자량은?” 하고 물어보면 “1/8배죠” 하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했었다.
그냥 시험지에 PV=nRT PM=dRT 써놓고 보면 되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수능 화학2는 타임어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험이고, 1초라도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면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엔탈피 계산에서 일의 자릿수만 빼서 계산하는 기술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요즘은 수치 대신 그냥 abc로 주고 식 쓰라고 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서너 자리 사칙연산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대학전쟁 출연자급이 아닌 이상 그걸 시험장에서 실수 없이 해내기는 힘들고, 시험장에서 힘들게 엔탈피 계산했는데 보기에 답이 없으면 멘탈 제대로 나간다.
뒷 자리만 모아서 빠르게 계산하는 건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에, 충분히 연습해둔 다음 시험에서 써먹어 보도록 하자.
3. 제발 문제에서 제시하는 조건 똑바로 확인하자. 반응식에 등장하는 게 g인지 l인지 s인지(간혹 액체나 고체 나오는 문제에서는 정답률 나락간다), 용기 부피 몇 리터인지, 액체/고체 부피 무시하는지(고체 부피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도 출제된 적이 있다).. 등등 확인하는 절차를 꼭 거치자. 물론 시간 단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시간을 단축해 봤자 문제 틀리면 다 의미 없다.
특히 내가 평소에 실수하지 않던 부분도, 시험장에서는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필자는 몰 농도 조건이 주어졌는데 몰수로 계산하는, 생전 해본 적 없던 실수를 수능 당일날 하는 바람에 수능 만점을 놓쳤다. 단순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내가 조건을 똑바로 보는 버릇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수능 시험장에서의 압박감은 사람의 머리를 이상하게 만든다. 열심히 공부해 놓고 아깝게 틀리는 일이 없도록, 실수할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미리 생각해 두고 이걸 방지하기 위해 일일이 확인하면서 풀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시간 단축을 더 신경쓸지 전략을 정해 두자. 이건 비단 화학2뿐만 아니라 수능 전 과목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4. 꼭 모든 걸 완벽하게 풀려고 하지 말자. 한계 반응물 안 보이면 그냥 귀류 때려 보고, 1/3몰 반응하면 평형 될 것 같은데? 싶으면 빠르게 계산해 보고, 반감기도 대충 이거 1분, 이거 2분이면 되려나? 하고 계산해 보자. 어려워 보이는 문제는 선지 대입해서 푸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완벽하게 논리적으로 풀어서 맞힌 사람과 대충 찍어맞힌 사람이 받는 점수는 어차피 동일하다. 빠르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조건 그 방법을 써야 하고, 평소 공부하면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시험장에서 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나는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자.
5. 화학2 20번은 믿찍1이다. 21수능부터 25수능까지, 수능 20번의 답은 늘 1번이었다. 만일 내가 20번을 도저히 풀 수 없는 상황이고, 다른 번호로 찍을 만한 근거(ex: 19번까지 답 5번이 1개야!)가 없다면, 그냥 1번으로 찍고 기도하자. 미적 28번 답이 수 년째 2번인 것도 그렇고, 아마 이건 출제진들도 알고는 있는데 정답률 높여 주려고 일부러 유지하는 건가 싶다. 맞히면 좋은 거고, 틀려도 딱히 손해 볼 건 없으니까 못 풀 것 같으면 1번으로 찍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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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레게노네요
바로 스크랩 좋아요함
전 시험지에 1번 체크해놓고 풀기 시작했음
0. 웬만하면 하지 마라
이건팩트입니다
화2를 선택할 만한 전략적 이유가 없다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좋은글이네요. 개추
진짜 노력 많이 하셨단 게 느껴지는 글이네요
남들보다 부족한 재능을 노력으로 메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5번이 20번 푼 사람들한테 통수친거라고 생각함
풀어서 맞힌 사람한텐 억울하긴 하겠지만.. 의외로 정답률은 상당히 낮더라고요. 실제로 1번으로 찍맞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미적 28 개정이후 계속 답 2번인가요 ?
22 23 24 25수능 계속 답 2번이었을 거예요
3번 4번은 화1에도 통용되는 이야기 같네요
모든 과목에 다 해당될 만한 이야기 같아요
그렇긴 한데 특히 상태는 안보고 문제 못푸는 애들 꼭 있더라고요 ㅋㅋㅋㅋ
PV=nRT 무적의 최강공식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화2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고2 여름쯤에 시작했어요
개추박고갑니당
6. 값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자 단순비율로 처리한 후 나중에 보정시키면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