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지방재수충 [644647] · MS 2016 · 쪽지

2016-02-19 05:12:45
조회수 10,037

어느 한 지방충의 현실적?인 현역,재수 수기(문과)

게시글 주소: https://spica.orbi.kr/0008010134

흠 안녕하세요 이제 대학발표도 끝이나고 야밤에 감성터져서 엄청 긴 수기를 써봅니다ㅎㅎ 처음 글을 써서 혹시 읽는데 불편함(문단나눔,띄어쓰기)같은게 있다면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ㅜ

저는 일단 지방의 한 일반고등학교를 다녔던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였습니다. 성적은 고3기준으로 내신2등급후반 모의고사 2등급이였구 어릴때부터 왠지모를 서울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제 대학의 마지노선을 중경외시로 잡았었습니다. 고2 막바지부터 내신은 마음을 접고 정시에 올인했습니다.(저 2점대 내신도 다른 내신좋은 친구들에 대한 동경,질투?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투자했던것)
글이 좀 길어질꺼 같아서 일단 현역때와 재수때로 나눠서 하겠습니다.

현역
고3때는 시간을 아끼려고 기숙사생활을 했습니다.
근데 막상 들어가보니 집에서보다 더 공부를 안하게 되더라고요(웹툰,월드컵도 다 챙겨보고 PC방도 자주감) 그땐 그저 즐거웠으니 아무런 반성조차 하지 않았죠
학교선생님들은 EBS연계교재 위주로 수업하셨고 전 듣는시늉만하고 몰래 뒤에서 혼자 별도로 공부했습니다.(선생님들이 너무 지루해서..) 주말은 집에서 쉬었구요
이렇게 공부하면서 6평을 치뤄보니 올2등급이 나오더군요 대충 건동홍라인으로 가늠되더라구요 그래서 좀만 더 열심히하면 중경외시를 갈수있겠단 생각에 그때부터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서 자습을 했습니다.
 9평을 보니 성적이 32322가 나오더라구요 뒤늦게 생각해보니 공부자세부터가 잘못되있더라구요 의자에 앉아만 있으면 공부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박힌채로 공부시늉만 했으니 성적이 오를리가..ㅜㅜ 이제 좀 수능이 슬슬 두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남은 2달을 전보단 좀 노력했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심적 불안은 도저히 떨쳐지지가 않더라구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수능 바로 하루전날 수험표를 받고 후배들의 박수(전통이라는데 되게 부담스러워서 제발 없어졌으면..ㅜㅜ)를 받으며 집으로 갔죠 그날은 EBS영어랑 탐구에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이어폰으로 고3후기랑거위의꿈을 들으면서
마지막 잠을 잤습니다.(갑자기 감성터져서 눈물이 나와서 이불에 몰래 닦음ㅜㅜ)
드디어 대망의 2015수능! 저는 가방에 도시락과공부할것을 챙기고 모교로 향했습니다(참고로 저희지역은 국립고등학교가 너무 좁아서 운이 좋으면 뺑뺑이로 모교에서 수능을 볼수있습니다) 제 고사장에 입실하니 5분의1이 제 친구들이더라구요ㅋㅋ덕분에 심적 긴장감이 조금은 가라앉았습니다.
1교시 국어시간이 종이 울리고 시험지를 펼치고 문법까지 침착하게 풀고 비문학을 펼친순간 생에 그렇게 당황한적은 유치원때 바지에 오줌지린 이후로 처음이였습니다. 당황하니 긴장이 다시되고 온갖 생각이 들더군요(재수,링딩동,자살) 맘속으로 침착하자고 다짐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페이지넘기는소리만 들리더라구요 결국 비문학을 다 찍었습니다. 그리고 문학으로 넘어가니 시간이 15분남더라구요 망가진 멘탈로 울며겨자먹기로 허겁지겁 풀었습니다. 문학까지 풀고 2분이 남은 상태에서 자포자기심정으로 가채점표에 옮겨적었습니다. 종이 울리고 전 화장실로 가서 세수하면서 마인드컨트롤을 했죠 나머지과목 다맞으면 되고 국어도 찍은게 많이 맞았을거라고
2교시 수학시간 너무 쉬웠습니다. 19번,21번,30번빼고 다푸니 60분이 남았더라구요 그래서 1문제당 20분씩 투자해야겠단 마인드로 19번을 푸는데 그 문제 하나에 55분을 써버렸습니다. 게다가 풀지도 못한채로 말이죠 패닉이 오더라고요 그때 야매가 떠올랐습니다. 객관식답숫자법칙을 이용해 답을 짜맞춰서 넣었습니다. (30번은 가볍게 걸렀습니다.)
점심시간이 되고, 밥맛이 도저히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3입먹고 과일이랑 같이 친구들한테 다 줘버렸습니다. 교실로 돌아와서 걍 멍한상태로 앉아있었죠
3교시 영어영역 100점이 1컷이라 풀면서 확신할정도로 너무 쉬웠고 아무 문제없이 깔끔했습니다.
(쉬는시간패스)
4교시 탐구영역 저는 생윤과 사문을 했는데 생윤이 너무 어려워서 3개정도 찍었고 사문은 너무 쉬워서 아무문제없이 풀었습니다.
그렇게 수능이 끝이나고 집으로 돌아와 가채점을 하니  60 96 95 47 48이 나오더라구요.
예상외로 수학,생윤이 잘나오고 영어,사문에서 실수를 했더라구요. 그리고 애써 외면했던 국어는 반에서 최하위수준의 점수를 받았구요
나중에 성적표를 받고보니 41212더라구요 처음엔 좀 기뻣습니다. 국어가 5인줄알았는데 4턱걸이였습니다.(약간 실성했나봄) 뒤늦게 표점총합을 보니 497이였습니다. 제가 생각한 마지노선과는 턱없이 거리가 먼 점수였습니다. 그 괴리감이 너무 싫어서 3상향으로 질러버렸습니다. 치킨값만 날렸죠
이제 진짜로 재수가 체감이 나더군요 2월초에 서울의 한 재종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 근처에 고시원에 계약을 했고요 올라가기 하루전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술을 왕창 마셨습니다. 새벽까지 너무 많이 마셔서 토를 2번정도 하고 서울행버스타기직전에도 토를 했습니다. 제가 수험생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바로 이 2월달이였습니다. 패배자라는 낙인과 다른친구들의 합격소식,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두려움 이런것들이 끊임없이 절 괴롭혔습니다.
그렇게 전 1년 더 수험생활을 연장했습니다.

재수
일단, 들어가기전에 결과론적일수도 있지만 전 재수가 즐겁고 재밌었습니다. 재종학원을 다니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만남으로써 인격이 더 성숙해진것 같습니다.(이건 개인적이고 대학에서도 가능하니 재수를 추천하는건 절대 아님) 혹시 재수생중 재수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러한 반감속에서 1년을 공부하기엔 상당히 힘들거에요. 제가 초반에 그랬습니다. 하하.. 그러니 이왕 하는거 긍정적인 마인드를 꼭 가졌으면 합니다.

개강 하루전 1.5평짜리 고시원에서의 첫밤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재수생활과 낯선 타지에 대한 두려움?때문이였을까요 새벽4시가 되서야 눈이 감기더군요
2월~3월은 저희반 아이들은 오직 공부만 했습니다. 물론 저도 그중 하나였구요. 이때가 학구열이 가장 높은 시기중 하나였던것 같아요. 특히 초반에 는 개념강의 위주이다보니 다들 수업에 초집중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저를 포함한 우리반 대다수가 목표를 서연고로 잡고있더라구요.
4월~5월 슬슬 어느정도 친해지니 분위기가 좋게말하면 화기애애해졌고 나쁘게 말하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저도 초반에 친목만은 하지말자라는 마인드가  희미해지고 어느샌가 반친구들과 가벼운 수다를 쉬는시간마다 하고있더라구요(물론 공부도 열심히 함) 그러다 모의고사를 보는날엔 다같이 모여서 술을 마시기도 했구요(with 건전)
그렇게 6평(너무 쉬웠음)을 치루고 가채점을 해보니 21222정도 나와서 나름 만족했습니다. 나름 공부좀 하는 친구들이랑 비슷한 성적대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성적표를 받아보니 가채점보다 훨씬 낮게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제 마킹실수였습니다. 한번도 실수한적 없는데 막상 실수하니 되게 찜찜하더라구요. 결국 정신승리로 가채점표가 제 진짜성적이라고 합리화했죠
6월~9월 초반부터 많은 학원선생님들이 이때가 제일 중요하다말씀하셨는데 직접 겪어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더군요 공부준비도 어느정도 끝냈고 딱히 더하기엔 뭔가 시간이 애매할꺼같고 전 이때 상당히 헤이해졌습니다. 학원도 자주 지각하고 주말자습에도 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라 저희반 대다수가 그러더군요(여기서 성적이 갈린듯)
그렇게 9평을 보니 32121이 나오더군요 조금 긴장이 다시 시작되더라구요 그러나 이때조차도 국어실력이 정말 하나도 나아지지않았다는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때 깨달았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받지않았을까라는 후회도 요즘 가끔 들더라구요
9월~11월 다들 걱정이 되는지 다시 공부에 초집중을 시작하더라구요. 저도 이때 뒤늦게 애들따라서 공부했던것같습니다. 하지만 바보같이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대충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수능 7일전 고향으로 돌아와 도서관에서 최종준비를 했죠
수능 하루전 모교로 가서 두번째 수험표를 받아왔습니다. 작년에 박수쳐준 후배들이 박수받는 모습을 보니 되게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이날은 국,영,탐에 투자했고 또다시 고3후기,거위의꿈,불을켜를 들으며 잤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2016수능 모든 준비를 끝나고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이번엔 모교에서 보지 못함ㅜ) 고사장에 들어오자마자 주위를 둘러보고 안심했습니다. 작년에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본 친구3명이 그대로 있더군요ㅎㅎ(작년 고사장에 액운이 꼇었나봅니다.) 덕분에 작년처럼 어느정도 긴장이 풀렸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멘붕이 와서 다른친구들 시험지넘기는소리가 들릴까봐 귀마개를 꼈습니다.(도움 많이됨 이거 안꼈으면 진짜 큰일날뻔ㅜㅜ)
1교시 국어영역 역시나..작년처럼 너무 어려웠습니다. 화작문에서부터 막히더라구요. 겨우풀며  비문학을 들어가고 풀다가 소송과 비열지문은 보자마자 당황해서 넘기고 문학을 풀었습니다.(이번에도 삼수,자살,오빠차가 생각남) 문학은 그래도 신중하게 풀었습니다. 그러고나니 5분이 남아 소송과 비열을 시도했습니다. 역시나 너무 어려워 소송은 감으로 풀고 비열은 찍었습니다. 종이 울리니 결국 작년처럼 어김없이 망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쉬는시간동안 실소만 하고 있었습니다.
2교시 수학영역 작년처럼 너무 쉬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충분했으나 30번은 건들지 못했습니다.ㅜ
점심시간 작년과 똑같은 도시락을 싸왔으나, 입맛이 없어 조금 먹고 친구들(작년에 줬던 친구들이랑 동일인물)에게 줬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영어공부를 했죠
3교시 영어영역 듣기 하날 놓쳐서 멘붕이 왔습니다. 게다가 연계인듯 연계아닌 연계같은 문제들이  관우의 오관돌파처럼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침착하게 하나씩 풀어나가고 마지막 2개가 걸리더군요. 두문제 다 선지2개가 너무 햇갈려서 둘다 찍었습니다.
쉬는시간엔 불교신자임을 깜빡하고 두손모아 기도했습니다.(이때 탐구나 더 공부할껄 후회)
4교시 사탐영역 생윤은 작년보다 훨씬 쉽더군요. 그래도 햇갈리는게 있어서 2문제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사문은 작년보다 변별력있게 나왔더라구요. 근데 제가 거기에 변별을 당해버렸습니다...
그렇게 두번째 수능이 끝나고 가채점을 하니
84 96 100 50 44 영어,생윤이 기대이상으로 잘나왔지만 국어가 또 발목을 잡더군요. 대충 어림잡으니 중경외시 중위학과정도더군요.. 현역때 다른친구들이 중경외시를 갔던걸 생각하니 재수생활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남들이 1년전 갈수있던곳을 왜 난 이제서야 가는거지? 내가 부족했던걸 좀 더 열심히 할걸.. 좀 더 관리를 잘할걸..
그런 아쉬움을 뒤로한채 성적표를 받아보니 21112 표점522가 나오더군요. 국어점수가 생각보다 잘나와서 놀랐습니다. 가채점을 잘못한거였습니다. 덕분에 갈수있는대학이 한단계 더 높아졌습니다. 부모님도 되게 만족하시더라구요. 저도 제 노력에 비하면 너무나 버거운 성적을 받았구요. 그렇게 인서울쪽으로 3개를 썻고 작년과 정반대로 3승을 하게 되었고 제 입시도 막을 내렸습니다.

첨언?
수능에서  작용하는 여러가지 변수중 전 운이랑 멘탈이 가장 컷던 case였던것 같습니다.
지금 이시기에 많은 분들이 작년의 저처럼 강제재수를 하고 계실겁니다. 전 그분들에게 당신은 패배자가 아니라 멋있고 용감한 도전자라고 꼭 말해주고싶네요. 이왕하는 재수 저보단 더 알차게 공부하시고 수능 초대박나서 원하는대학에 꼭 가시길 바랍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