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샘] 올비에게 들려주는 문법이야기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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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비야,
요소성은 정말 바쁜 곳이었지?
여기저기 쳐다본다고 수다를 부릴 겨를도 없었지.
나도 미처 생각지 못한 사실이야.
문법 세계 안에서 이렇게 많은 정보가 오갈 줄은...
올비야,
와, 그거? 나도 놀랐어.
난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깐 어마어마하던걸.
'바늘귀의 성'...
이름도 멋지지 않니?
요소성 공중에 둥둥 떠 있었지.
벌집 같은 곳을 수많은 바늘귀가 들락날락했잖아.
올비야,
바늘귀들은 소리만 듣고 옮기는 게 아니란다.
때론 소리만 듣고도 이미지까지 재생하곤 해.
사실, 난 좀 무섭기도 했어.
올비가 연습하던 많은 모습도 생생히 담겨 있었잖아.
'닭이'는 발음이 [달기]인가, [다기]인가?
모시형일 때는 [달기]라고 알려주던 음규 장군의 윙크도 나왔고,
'밥그릇'을 사이에 두고 싸우던 경음 장군과 음규 장군...
올비가 화해를 시켰지. '[밥끄륻]'엔 둘다 있다고...
올비야,
그 장면은 아직도 가슴이 떨려.
'듣기 싫게 읊는 계명'을 발음해 보라.
내가 중간에서 잘 끊었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우리는 과거의 추억에 잠겨 있었을 거야.
올비야,
무얼 골똘히 생각하니?
과거의 추억에 아직까지 빠져 있는 건 아닐테지?
그게 아니라고.
그럼 뭐?
아아, 저게 뭐냐고?
길가에 가득 피어 있는 것들.
올비야,
저것들은 '발화꽃'이라고 불리는 생명체야.
우리가 요소성으로 갈 때도, 지금 기능성을 향해 갈 때도,
저들이 함께 하고 있지.
저들은 담화 나라의 얼굴이기도 해.
발화꽃은 담화 나라의 길 위를 뒤덮고 있어.
어쩌면 바늘귀보다 그 수가 더 많을걸.
근데, 올비야,
발화꽃은 건드리면 안 돼.
왜냐고? 정말 피곤해 지거든.
건드리는 순간, 서로 얼굴을 들이밀고 무슨 얘길...
숨넘어 가듯 쉴 새 없이 조잘거릴걸.
올비야,
어, 왜 그래?
설마 발화꽃을 건드리는 건 아니겠지?
제발, 우린 동쪽 끝에 있는 기능성까지 가야 돼.
저들은 찰거머리야.
엉, 올비야,
지금 뭘 한 거지?
왜 발화꽃을 꺾은 거야?
뭐야? 그게 정말이야?
맥락 요정이 시킨 일 중의 하나라고.
발화꽃을 잘 지니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그런데 그거 확실한 거니?
올비야,
길가의 모든 발화꽃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어.
나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맥락 요정이 다른 말은 없었어?
이를 어째, 저들이 노려보고 있어.
* 올비는 돛대가 오르비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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