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체 전문가들이 아는 것이 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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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전문가들이 아는 것이 있기는 한가?
by Justin Fox
저스틴 폭스는 경영 분야 전문 칼럼니스트이다. 블룸버그 뷰에 합류하기 전,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이었다. 책 "합리적인 시장에 관한 그릇된 믿음"의 저자이다. 폭스는 타임, 포츈, 어메리칸 뱅커, 버밍햄 뉴스, 어드밴스 레지스터에서도 일했었다. 이름을 클릭하면 기사 목록을 볼 수 있다.
이 날은 전문가들에게 끔찍한 시간이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거의 대부분 EU 탈퇴가 영국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여론 전문가들은 영국 유권자들이 결국 EU에 잔류하는 쪽을 택하리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마치 예측 시장(역주: 다수의 참여, 즉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짐작, 예측해 보는 가상 시장)에 시험값을 넣어 시연해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브렉시트 세력이 승리했으니 말이다. 맛이 어떠셔, 전문가님들!?
전문가들, 즉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갖지 않은 지식을 보유한 사람들을 수세에 몰아넣은 주제는 브렉시트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된 것이 한 예로, 아무리 봐도 전문성이란 것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 표출되었다고 여겨도 좋을 법하다. 그리고 트럼프 사태 훨씬 전에도 미국 내 비평가들은 기후 변화에서 백신 접종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의 의견 일치라는 개념을 신나게 공격해 댔다.
전문가들이 왜 이렇게 수난을 당하고 있을까? 잡식성 지식의 소유자이자 비즈니스 및 경제 담당 언론인으로 이번 주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여 블룸버그 뉴스 보도부 책상에 앉아 있는 필자의 현재 관점에서 보자면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겠다.
1. 전문가들은 크게 잘못 알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특히 선거 결과에서 그런 것 같다. 브렉시트와 미국 공화당 예비 선거가 아주 좋은 예다. 그러나 최근의 예는 이것만이 아니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몸에 아주 나쁘다는 과학 전문가들의 의견 일치도 붕괴되었다. 대부분의 거시경제학자들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에 이런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전문가들의 대실패로 꼽아 마땅하다.
이는 전문 지식이란 것의 본질 때문이기도 하다. 받아들일 수 있는 증거를 토대로 기껏 가설을 세워 놓으면,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 그 가설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그런 과정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지식이란 바로 이런 식으로 진보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집단 순응 사고(역주: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생기는 개인의 창의성이나 책임감의 결여 )나 인지 편향에 굴복하는 경우가 꽤 많다. 전문가 의견 일치가 순전히 터무니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정치학자 필립 테틀록(역주: 전문가들의 예측을 분석한 연구로 유명)이 입증했지만, 전문가가 틀린 예측을 반복하더라도 이후의 경력에 반드시 손상을 입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확실성이 죽으면 TV 시청률은 올라가니까.
게다가 정치와 경제는 빠르게 변화하고, 덕분에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따라서 전문가들은 상황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러니 우리 눈에는 전문가들이 오류라는 유행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2. 전문가들은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일이다. 전문가가 되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균열의 시대로, 미국, 영국,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몇 십 년 전보다 훨씬 심해졌으며 소득과 세계관에 따라 끼리끼리 모여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니 "최고”의 사람들은 나머지 사람들과 점점 더 동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전문가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전문가를 믿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전문가가 옳을 때에도 말이다. 게다가 이런 거리감은 전문가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경제학자들이 중국과의 교역이 증가한 것에 미국 어딘가의 제조업체 근로자들만큼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면, 그런 교역 증가가 미치는 효과를 조금 더 빨리 검토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3.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터무니없는 소리에 휘말릴 수 있다. 물론 전문가의 의견에도 결함은 있다. 하지만 복합적인 주제에 대해서라면 대체로 전문가의 의견이 비전문가의 의견보다 결함이 적다.
과 를 필두로 한 몇몇 영국 신문은 몇 년 전 EU에 대해 과장되었거나 심지어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독자들 사이에 나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가 이 현상에 대해 근사한 차트를 작성했고, <런던 타임스> 브뤼셀 특파원이었던 마틴 플레처는 <뉴욕 타임스> 논평 페이지에 실린 글에서 이 모든 것이 보리스 존슨(역주: 전 런던 시장으로 이번 브렉시트 사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언론인이었다.)이 브뤼셀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 EU 탈퇴에 찬성표를 던진 영국인들 다수는 사실이 아닌 정보를 토대로 그런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날조된 정보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것이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다. 전문가도 편견이 있고 실수를 하지만, 전문성을 얻는 행위를 거치면서 잘못된 정보에 휘둘릴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정보에 입각한 회의적인 태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선포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어놓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먼저 자신들의 결함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블룸버그 LP의 소유주와 편집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음.
출처 : Bloomberg View
원제 : Do the Experts Know Anything?
원문 기사 URL : http://www.bloomberg.com/view/articles/2016-06-24/brexit-results-are-yet-another-blow-to-expe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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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나라 교육은.. "이게 왜 이렇죠? 아닐 수도 있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면 눈치주며 그냥 외우라고 하는 분위기를 어려서부터 학생들에게 철저히 각인시키기 때문에..(다큐멘터리 보니까 대학 가서도 별 차이는 없는 것 같고..)
자신이 배운 과거의 지식에만 사로잡혀 격동하는 현대 사회에 전혀 맞지 않는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는 것 같음..
상당히 좋은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의 엘리트주의와 비전문가들이 왜 전문가들의 '가설'들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는지
항상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합리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풀어냈네요
2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엘리트의식이 없는 똑똑한 전문가들을 사회곳곳에 심어둘 수 있을까.. 똑똑하면 많이벌고 많이벌면 생활이 바뀌고 더 이상 본래 속했던 조직을 민감하게 대변하지 못할텐데 .. 이건 사회구조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예전부터 생각해봤는데 대책이 쉽게 마련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리고 칼럼 정말 인상깊게 읽었고 앞으로도 아래 딸린 다른 칼럼들도 다 읽어보고싶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