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파27 [774125]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0-05-26 21:58:22
조회수 13,109

국어 기출분석의 기본 / 시간 단축에 대하여

게시글 주소: https://spica.orbi.kr/00030316979

안녕하세요.


전에 ‘수능 국어 막히는 분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글 썼던 희파라고 합니다. 


전에 썼던 글 링크는 https://orbi.kr/00030199501/%EC%88%98%EB%8A%A5%20%EA%B5%AD%EC%96%B4%20%EB%A7%89%ED%9E%88%EC%8B%9C%EB%8A%94%20%EB%B6%84%EB%93%A4%20%EB%B3%B4%EC%84%B8%EC%9A%94


입니다. 이 글도 도움이 될 테지만, 전에 썼던 글도 도움이 될 겁니다.


여러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우선 전에 썼던 글의 내용의 앞 부분을 잠깐 다시 가져오고자 합니다.


저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유명한 국어 강사분의 실장 업무 등 수능 국어 업계에서 오래 일한 자입니다. 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러분에게 드리는 공부 조언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쓰는 것이지, 특별히 영리적 목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저는 강사도 아니며, 홍보할 수 있는 교재나 강의가 전혀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는 영리적 목적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수년간 수능 공부를 해보고 나온 제 생각’임을 밝힙니다. 공부법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크게 논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글 시작하겠습니다.

저한테 쪽지로 연락을 주신 회사도 여럿 있고, 쪽지로 고민을 털어놓으신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멩세컨대 결코 대충 답변드리거나 생각 없이 짧게 답변드린 적은 없습니다. 본인에게 유료 강의를 하라는 분도 한 분 계셨는데, 아직까지는 무료 특강까지만 생각이 있습니다.

또한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고 저와 이야기 해봅시다. 제가 본 업무가 있기에 답변드리는 데에 시간이 하루나 이틀 가량 걸릴 수 있으나, 꼭 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본인 공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가장 많이 물어본 것에 대해 답하고자 합니다.

기출분석의 방법과 현재 여러분들이 초조해하는 ‘문제 푸는 시간’에 대해 논해보겠습니다.





1.기출도 흐름이 있다. 

11~13 / 14~16 / 17~20으로 나눠서, 기출의 흐름 자체가 다릅니다. 정확하게는 교육과정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보다는 평가원의 기조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거두절미하고 14년도부터 문학이 엄청나게 쉬워졌습니다. 11년도 수능 ‘율리유곡’ 문제나, ‘그 나무’ 문제를 풀어보면 지금과는 급이 다르다는 걸 느낄 겁니다.

또한 2017학년도부터는 독서에 융합지문이 들어서면서 말도 안되게 긴 지문들이 들어서는 게 눈에 보일 겁니다. 그렇지만 그것에 포인트를 맞추기보다는, ‘문장의 길이’가 달라졌다는 거에 주안점을 두셔야 합니다.

백번 이론만 말해봤자 소용 없습니다. 귀찮으셔도 17~20은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예시를 같이 봅시다.

가령 


금융을 통화 정책의 전달 경로로만 보는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금융감독 정책이 개별 금융 회사의 건전성 확보를 통해 금융 안정을 달성하고자 하는 미시 건전성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았다.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작년 6평) 이 문장은 한 문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세 문장이 엮인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를 ~라고 생각하는 ~에서는’ 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하는 문장을 보면, 끊어서 두 번에 나눠서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 문장은 ‘전통적인 경제학이 금융을 통화 정책의 전달 경로로 본다’ ‘ 미시 건전성 정책은 금융 감독 정책이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를 통해 금융 안정을 달성한다’ ‘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미시 건전성 정책에 집중한다’라는 세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겁니다. 이 문장을 한 번에 읽고 이해하는 건 사실 말도 안됩니다. 저도 이 문장 두세번 읽고 이해하고, 그 다음 문장을 봅니다. 수능 국어 백점 여럿 받은 저도 한 번에 이해를 못 해서 여러 번 읽고 밑으로 내려가는데, 본인이 한 번에 내려갈 생각을 했다면 그건 잘못입니다. 저 문장을 보고 느껴야 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1. 문장이 너무 길고, 정의 문장이 들어가있으니 쪼개서 이해한 다음 내려가야겠다. 욕심내지 말자.

2. 전통적인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니까, 무언가 현재로 돌아와서는 변화가 있겠구나. 전통적인 경제학의 문제점이 있어서 바뀌는 패턴일 수 있겠네.


라고 해석을 해야 합니다. 기출을 읽으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체화가 돼서 아예 자연스레 이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이런식으로 한 문장 문장에 반응하는 방식을 기르는 것이 바로 ‘지문’에 대한 기출분석입니다. 선지에 대한 지문분석은 따로 해야 합니다.)

다만 이건 실전에 가서는 ‘행동강령’과 비슷하지만 ‘습관’에 가깝습니다. ‘행동강령’은 메뉴얼처럼 ‘이렇게 됐으니 이렇게 해야지’라는 것이지만, 습관은 이런 생각조차 필요 없습니다. ‘하던 대로’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17~20으로 넘어오면서 독서의 난이도가 미친듯이 올라갔는데, 주의해야 할 점은 이제 ‘전부 다 이해해서 풀려고 하면 안된다’는 방향성이 생겼다는 겁니다.

지문은 미친듯이 어려운데 문제가 엄청 쉬운 경우도 허다하지만, 지문이 전혀 이해가 안되지만 문제와는 일대일 매칭으로 풀려버리는 어이없는 문제들도 나온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아 이 단락 이해가 안 되는데, 어차피 한 문제와 이 단락이 연결 될 것 같으니, 나중에 문제 풀면서 돌아와야겠다’며 흐름만 얼추 파악해서 푸는 것도 하나의 완성된 방법론이 된 것입니다.

이 역시 상당히 쓸모있는 방법론이라고 봅니다. 가령 17학년도 9평의 ‘거짓말쟁이 문장 지문’ 마지막 문단이 바로 그 예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는 어이없을 정도로 어려운 지문에 너무 시간투자하지 말라는 의미로 ‘과몰입’이라는 표현을 쓰시던데, 이 역시 적절하지만 저는 수험생이 ‘매몰되었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된걸까. 미괄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제법 재미있습니다.

내용이 여러분께 유익할지는 모르겠지만 썰 풀어봅니다.

2012년인가. 이명박 정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도 수능이 어려우면 어렵다 쉬우면 쉬웠다 그걸로 뭐라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나 봅니다. 그래서 만점자 1% 정책을 정부가 들고 나옵니다.

만점자를 1%로 맞추면 난이도에 대한 논란이 사라질거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어(당시 언어)는 11수능이 핵불, 12 13수능이 꽤 쉬웠습니다.

그때는 미친듯이 욕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법 그럴싸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그걸 수능장에서 3년인가 4년인가 동안 딱 한 번 한 과목만 맞췄다는 겁니다. 수학 나형 13년도에 만점자 0.98%였던게 기억 납니다. 다시 말해서 본인들도 난이도 조절 못 합니다.

그리고 2011학년도 수능이 전과목 불바다였는데, 그때 점심에 평가원장이 브리핑으로 ‘6,9평과 비슷하게 평이하게 출제하였다’ 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본인들도 문제를 쉽게 냈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결국 그 해 수능이 너무 어려웠다는 반발이 빗발치자 평가원장이 책임지고 사퇴까지 합니다. 이걸로 완벽하게 ‘출제자도 난이도 조절을 아예 못한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영어가 절대평가로 변하면서, 어떻게든 국어에서 변별력을 뽑아내야 하는 시점이 옵니다. 그게 바로 2017학년도입니다.

그때부터 ‘지문형 문법’ ‘독서에 융합지문 도입’ ‘ 독서 문장 길이 변화’ 대신 문학은 쉽게. 이렇게 틀을 짜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성공을 거둡니다.(차라리 진작에 이렇게 하던가..)

드럽게 어렵긴 한데, 가끔 난이도도 괜찮게 맞춰지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수험생들이 엄청 욕하지는 않을 등급컷이 나옵니다.(19수능은 제외)

그게 바로 현재의 수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출분석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을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음 번에 이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문학은 제가 풀어드리는 분석의 정도가 깊습니다. 아예 문학 칼럼을 따로 써야 할 정도입니다. 요청이 이것저것 많아서 .. 오늘은 종합적으로 써내려가겠습니다.


2.시간

일단 화작이든, 문학이든, 독서든 ‘패턴’을 알면 시간이 훅 단축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지금 시간이 오래걸린다고 걱정하는 것은, 지금 할 걱정은 아닌듯 합니다.

기출에 익숙해지지도 않았는데 시간걱정을 하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차라리 다른 방향으로 넘어가서 설명하겠습니다.

저는 술을 정말 좋아합니다. 혹시 이과두주라는 술을 아시나요? 중국집에서만 파는 술인데, 맛이 기가 막힙니다. 유명하니 한 번쯤 중국집에서 보셨을 법 합니다.

소주잔하고 이과두주 잔은 그 용량이 조금 다릅니다. 제가 어느 날은 이과두주를 마시다가 깨달은 바가 있는데, 바로 이과두주는 딱 이과두주 잔만큼만 따랐을 때 맛있고, 소주 역시 딱 소주잔만큼(표면장력 말고) 따랐을 때 가장 맛있다는 점입니다.

수능 국어도 이와 같습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80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만약 70분만에 수능 국어를 다 풀어버렸다면, 어딘가 에너지 소비를 잘못한 겁니다. 어디에서 더 썼어야 할 에너지가 있는데, 그걸 덜 투자한 겁니다. 저의 경우 운문은 EBS 연계를 잔뜩 공부해가서, 지문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보기>문제를 풀 때만 다시 <보기>의 관점으로 다시 훑어내려갔을 뿐입니다. 산문의 경우에도, 워낙에 사설을 많이 풀어봐서 수능장에 들어가면 아는 수록지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EBS 연계 문제 잔뜩 풀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렇듯 저는 문학에서 시간을 벌었고(문법은 애초에 지식이 많아서 시간이 잘 안 걸리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 시간을 거의 독서 킬러에 때려박아서 완전하게 100점을 받아내는 편입니다.

따지고 보면 문학에서 시간을 벌어서 독서 킬러에 쏟는다는 이야기를 길게 한 것 같습니다. 문학은 ‘답 선지의 패턴’ 자체가 굉장히 단순하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하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강점 포인트가 있는데.. 이건 실전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보면서 자신감을 가져야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설명을 하자면, 저는 ‘시험장 내에서’ 답이 1번이면 1번을 픽하고 2,3,4,5번 선지를 아예 안 봅니다. 매우 명확한 답 선지가 보이면 그냥 뒤에 선지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자신의 논리와 습관이 완벽하다고 믿는다면, 이게 시간 단축에 정말 유효하게 작용합니다.

사실 수험생의 공부 목표 중 ‘여기까지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면 여기까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시길 권합니다.

수능장 내에서는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 다시 풀려고 돌아오면 틀리기 십상입니다. 그 자리에서 최대한 해결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 제가 유일하게 답선지가 잘 보여도 뒤에까지 잘 읽어보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작문입니다. 작문은 생각보다 변칙적이어서, 제가 늘 끝까지 읽어보는 편입니다.



3.문학개념어 ..


이건 제가 아싸리 무료특강을 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딱 4시간 특강 열어서, 그 시간대에 오신 분들이 다시는 문학개념어로 고민할 필요 없게끔 해드리고 싶은 생각도 강합니다.

무료 책을 만들어 뿌리는 게 낫나 하는 생각도 있구요.
생각보다 쓰는 거보다 말로 해서 찍어 올리는 게 나은 거 같기도 하고..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오히려 고민이 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글로 영리적 목적을 취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돈 받고 과외할 생각이 있냐는 문의 역시 아쉽게도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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