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는 왜 4.05L 통에 담아서 팔까
목이 말라 정수기 물을 마시러 세탁기 옆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평소와 같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액상세제의 용량.
왜 세제의 용량이 4L 도, 4.5L 도 아닌 4.05L 일까?
이 질문이 내가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 수 없는 이유가 될 줄 어젯밤에는 몰랐다.
일단 4.05는 2로 예쁘게 나눠 떨어질 숫자는 아니니 2, 4, 8, 16 등과는 관련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12로도, 60으로도 잘 나눠지지 않는 숫자다.
더 생각하긴 귀찮고 일단 구글링을 해보았다.
그런데 우리 집에 있는 세제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제들이 4.05L 단위로 팔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세제 뿐만 아니라 쓰댕 그릇도,
식용유도
와인도
디스펜서도
4.05L 단위로 팔고 있었다.
세상에는 많은 공산품들이 있으니, 만들다 보니 4.05L가 되었을 뿐, 거기에 특별한 의미는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4.05가 아닌 다른 용량을 한 번 검색해 보자
결국 4.05에는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구글에 물어보자.
이세상에는 구글로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도 있구나?
혹시 쿼라에도 누군가 궁금해서 질문을 남기지 않았었을까?
혹시 네이버?
주변에 혹시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상식적으로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위의 대화처럼
갤런이나 액량온스처럼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유체 부피 단위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였으나
당장 이 안에는 4.05와 예쁘게 나눠 떨어질만한 숫자가 없었다.
사실 액량온스는 1/2^7 갤런이니 갤런과 지저분하게 나눠떨어지면 쿼트, 파인트 등 그 계열 도량형은 굳이 비교해 볼 필요도 없긴 하다.
그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원료를 드럼통 같은 원형의 대형 보관함에 넣어 효율적으로 이동시키고 보관하기 위해 그럼 보관용 통의 길이나 지름을 정수로 하다 보니 저런 숫자가 나온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일단 4.05 를 파이로 나눠보면
뭔가 정수 r * r * h 형태로 분해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쁜 숫자가 나오지를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국제 규약이나 무역 상 세제 혜택으로 인해 4L 를 넘을 때 혜택이 있어서 4L 를 살짝 넘겨서 포장을 하지 않았을까?
마치 우리가 2000cc 로 알고 있는 엔진의 실제 용량은 1996cc 거나 1999cc 이듯이... (2000cc 를 넘으면 뭔가 세금을 더 내게 됨)
그러면 훨씬 더 문과스러운 검색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건 싫고... 혹시 4.05L 이 아닌 다른 비슷한 용량으로 이런 사례가 있지 않을까?
4.05L 그러니까 4050ml 이 아니라, 한 번 405ml 를 검색해 보자.
커피, 알로에 음료, 굴소스... 심지어 통조림도 405ml 로 포장을 해서 판다고?
연유도, 마요네즈도, 개사료도 405 여야만 한다고 ??
우연일꺼야, 404g, 406g, 411g도 검색해 보자
그렇다면 405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 나에게 "405 문제"는 밀레니엄 문제와 등가가 되었으므로...
서울대 교수 하던 친구도 참전시켰다.
소주는 이름을 뭐라고 붙였든한 병에 360ml 다.
그렇게 된 연유는 옛날에 부피를 세던 단위 1홉이 180ml 였기 때문이다.
술은 두 홉 혹은 네 홉 단위로 팔아서, 두 홉이 360ml 가 된 것이고, 그게 지금 우리나라 술들이 360ml 로 포장되어 팔리는 이유다.
30년 전을 떠올려 보면...
재래시장이나 방앗간을 지나갈 때 저렇게 골판지 위에 '1홉 50원' 같은 식으로 곡식 같은 걸 파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오신...
홉은 죽었지만 소주병 용량표시 위에 살아남아 오늘도 전국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페트병에 담아 파는 소주는 왜 하필 1.8L 일까?
홉이 10개가 모이면 1되가 되고, 1 되 = 10홉 = 10 x 180 = 1800 mL = 1.8L 이기 때문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의 그 "되"다
유체나 파우더 종류의 상품을 4.05L, 4.05kg, 405ml, 405g 로 많이 파는 것으로 보아 앵글로색슨의 "홉"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강한 심증이 들었다.
약방상인...연금술사...재래시장의 그 냄새가 난다....
405와 뭔가 합이 잘 맞을 것 같은 숫자를 찾아보자
트로이 / 아포테카리(중세시대 제약사 정도 역할) 파운드
온스
페니웨이트
암호용 공개키-개인키 조합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은 더러운 숫자들이 계속되는 와중에
그레인
일단 길게 질질질 늘어지지 않고 딱 떨어지는 것부터 뭔가 있어 보이지만
2진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바로 알 수 있는 숫자 625
1
0.5
0.25
0.125
0.0625 <== 요놈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무언가의 1/2^4 곧 1/16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인더스 문명에서는 5천년 전부터 십진법을 사용했기에 인도, 아랍계열은 10, 100, 1000 으로 1을 나누는 것에 익숙하고 소수도 당연히 0.1, 0.01, 0.001로 센다.
하지만 미국 더 멀리가 유럽인들은 소수를 2진법으로 세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어떤 물건이나 단위가 있으면 1/2, 1/4, 1/8, 1/16, 1/32, ... 같은 식으로 세분한다.
그래서 배스킨라빈스에 가보면 한국에서 장사를 할 때도
갤런을 반으로 나눠서 하프갤런을 팔고
하프갤런을 반으로 나눠서 쿼트를 팔고
쿼트를 반으로 나눠서 파인트로 판다.
틴케이스는 200년 전 영국인이 퍼트리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프랑스인의 특허/아이디어였으나 영국인에게 팔았다고 함).
무언가가 틴케이스에 들어있다면 당연히 갤런, 쿼터, 파인트 단위로 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져도 좋다.
그것이 사실이니까..
여담이지만 (여담이라기엔 이 글 자체가 여담이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국채를 거래할 때도 반으로 다섯 번 나눈 1/32 단위로 거래를 한다.
소수에 2진법을 갈긴후 십진법으로 변환을 하면 다잉메시지처럼 625, 3125 같은 숫자들이 자꾸 나오게 되어 있다.
과연?
대머리 채권 트레이더가 엄지손가락을 들면
이런 뜻이 아니라....
4/16 혹은 4/8 이라는 뜻이다. 엄지손가락이 4고 나머지 손가락 네 개가 1씩임...
채권시장에서는 여전히 저런 손가락 표시를 거래를 한다.
아무튼 돌아와서,
405ml 는 405 / .0648 = 6250 grain 이므로, 이것은 아마도
100,000 grain 혹은 당시에는 그런 단위가 없었겠지만 SI 식으로 표현하자면 100 kilo-grain 의 무언가를
반땡하고 또 반땡하고 또 반땡하고 또 반땡한 결과 나온 물건일 것이다.
그레인은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유일하게 화약이나 탄환, 화살의 무게를 잴 때만 사용되는데,
625그레인.... 405....
왔구나?
6250 그레인 곧 405ml 라는 단위가 소주 360ml 한 병처럼 여기저기 남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면,
소주 1되 1.8L 에 해당하는 단위로도 무언가를 팔고 있지 않을까?
6250 에 계속 2 를 곱하다 보면 12500, 25000, 50000, 100000 그레인의 무언가도 있어야 할 것 같다.
810 ml = 12500 grain (마찬가지로 구글링해보면 808, 809, 811, 812ml 에는 아무 것도 없다!)
1620ml = 25000 grain
3240g = 50000 grain
6.48kg = 100000 grain
0 XDK (+10,350)
-
10,000
-
100
-
100
-
10
-
10
-
100
-
10
-
10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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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끄리님 페페짤도 쓰시네
그래서 읽으면서 동명이인인가?내가 닉넴을 잘못봤나?이럼ㅋㅋㅋ
ㅋㅋㅋㅋ 재밌네요
와.......진짜 미친사람같은데 멋져요
이거 모르면 못 자는데 ㅋㅋㅋ
광기…
너무 재밌어요
진심임
갤주 ㄷㄷ
Chat GPT 나올 줄 알았는데 예측실패
정독했는데 좋은 글이네요.
이게 이과다
와.
혹시나 했는데;;; 얘 진짜 뭐에요?
근데 라끄리님 글 정독하다보니까 ㄹㅇ 신기햇네요
그리고 미터법 만드신 분들 다시 한번 존경 들어갑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셨어
이거 보고 AI사업 시작한다
연원을 모르는 사람이 잘 둘러대는 정도의 답변이네요.
대충 구글링 한 3분 하고 만든느낌?
?? 본문의 의문을 해결하는 답변이 아니지 않나요?
그쵸
저거 본문읽기전에 그냥 chatGPT가 답을 달아줄까? 어 답을 달아줬네? 이런 사고회로 거치고 쓴 댓이라서
이정도면 유튜브영상으로 만드셔도...
수상할 정도로 밈을 잘 아시는 라끄리옹
와.. 나도 이런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하면 오르비 창조주 될 수 있는 건가
역시 야드파운드법은 귀축영미나 쓰는 것임이 밝혀졌다
제발 그냥 쓰면 안 될까요?
제발 그냥 쓰면 안 될까요?
넘 웃기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신기하네요.
라-멘
라끄리옹께서도 밈들을 아실 줄이야...
와 ㅅㅂ 이걸 어케 찾으심?
유비추론 개쩔어요
와...
유익추
그래서 결론은 일루미나티인거죠 ?
오... 진짜 유익하네요
그래서 결론이 뭐라구요...?
단위 그레인에서 유래한 용량이다...?
존경합니다
난 당연히 4.05L가 1 갤런이겠거니 하면서 눌렀는데
커뮤니티를 운영하다 커뮤니티 그 자체가 되어버리신..!
지렸다
영국 또 너야?
나도이생각함ㅋㅋㅋ
와 고딩 때 눈팅 시절에 보고 옯창 시절에 라끌옹을 볼 줄이야..!
이정도는 되야 수천억 자산가가 될수 있구나..
수천억 자산가임? 부럽다
예전에 천억 넘는다고 하셨던 거 같아요
람보르기니 바닥 긁은 것 쯤은 아깝지도 않다고 하시고 ㅋㅋㅋㅋㅋ...
주인님이였네
이게뭐노
0.5L는 서비슨데..
선생님 "세줄요약"이 있었다면 더욱 완벽한 글이었을 듯 합니다. 물론 지금도 완벽해요.
경로의존성을 설명하기에 좋은 사례네요!
ChatGPT 패..
la세돌 ㄷㄷ
아빠가 세제 만들때 스푼을 15ml 테이블스푼으로 해서 나누어떨어지게 하려고 어렸을때 어쩌고 했던거 같음 근데 어리다고 그냥 아빠가 지어낸얘기였나보네.. ㅋㅋ
아무생각없이 글 들어왔다가 궁금증을 갖게하고 답을 알려줬다 ㅋㅋㅋ
한국 의대 정원은 왜 3056명인가요?
와
와.. 의지 ㄷㄷ
너무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ㅋㅋㅋㅋ 저도 한번 궁금한거 꽂히면 무한 구글링만 하는데 이정도의 집착은 처음이라 가슴이 뛰네요
결론까지 나와 있어 아주 편안하네요
오르비 창조주 폼 미쳤다
이 글을 통해서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는 말이 왜 나온지 알겠다.
재밌노
레졍더
피곤하다...
이정도는 해야하는 구나..
이런 광기가 있어야 설의 가는구나
님.
오늘부터 그레인 쓰기로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는데 위키 백과를 본 기분
와 개지린다.. 약간 중요하지 않은 과제에 흥미붙여서 ㅈㄴ 열심히하는 광기
와.. 저도 진짜 궁금하면 알때까지 포기 못하는 성격인데 이건 찐 광기네요
와 외국단위겠지? 까지 생각하고 관심 껐을텐데 세상에
와 근데 이런거 진짜 재밌다 ㅋㅋㅋㅋㅋ 가끔 이런 주제 물어와서 같이 고민해보는 친구 있으면 정말 좋을듯..
그 와중에 서울대 교수님도 ㄷㄷ
너무 유익해요!!!!
재밌네요 ㄷㄷ 이런거 연구해야지 나중에...
나는 반쪽짜리가 아니라 반 쪼개고 반 쪼개고 반 쪼개고 손잡이 빼고 남은 이과가 아니었을까?
와 별의별 쓸데없는 정보들까지 포진해있는 방대한 전세계 인터넷에서 역대 최초로 제기된 대중적인 숫자의 이유라니...이건 세계적&역사적이네요 ㄷㄷ
고지능자들이 남들은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서 호기심 가지는 특성이 있다는데 진짜 이런 느낌이군요
라끄리 옹이 전에 남긴 댓글에 따르면
고학력자 중에 강박장애 비율이 많다고 합니다
존경합니다 goat
인스타 하시나요 라끄리님! 있다면 팔로우 하고 싶습니다.
필력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