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어렵다고? [2탄]
안녕하세요. 과학기술이 어렵다고? 2탄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칼럼에서 22학년도 6월 PCR 지문 17번 문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PCR 지문을 읽고 문제도 풀어본 다음에 이 칼럼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건에 맞게 간단한 예를 들며 문제를 푸는 것이 머릿속에서 생각하며 푸는 것보다 훨씬 수월합니다. 그 차이를 느껴보죠.
<보기 1>에서 ⓐ가 미지시료, ⓑ가 표준시료라고 합니다. 같은 양의 시료에 동일 조건임을 염두에 두면서 <보기 2>로 갑시다. ⓐ가 ⓑ보다 초기 농도가 높다고 가정한 뒤, 곧바로 ㉮를 판단하라고 합니다.
㉮는 DNA가 증폭되는 과정에서 ⓐ와 ⓑ의 시간당 표적 DNA 증가량의 차이를 물어보고 있습니다. 먼저 생각만으로 풀어볼게요.
복제의 한 사이클이 진행될 때마다 DNA의 양이 2배로 증가합니다(지문 2문단). 이 문장을 바꿔 말하면, 복제의 한 사이클이 지나면, 증가하기 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양만큼 증가합니다.
<보기 2>의 가정에서 ⓐ가 ⓑ보다 초기 농도가 높다는 말은 기존의 가지고 있던 양이 ⓐ가 ⓑ보다 높다는 말과 같습니다. 복제 사이클이 지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양만큼 증가하므로 사이클이 지날 때마다 표적 DNA의 증가량은 복제 과정에서 항상 ⓐ가 ⓑ보다 높습니다.
이번엔 구체적인 예를 들어 풀어보겠습니다.
ⓐ가 미지시료이기 때문에 초기 농도를 모르긴 합니다. 그런데 <보기 2>에서 ⓑ의 초기 농도보다 높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그 가정을 받아들여 ⓑ의 초기 농도를 2라고 하고, ⓐ의 초기 농도를 4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복제의 한 사이클을 T라고 합시다. 복제의 한 사이클인 T만큼 진행될 때마다 DNA의 양이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을 반영해 ⓐ와 ⓑ의 농도를 2의 거듭제곱 형태로 설정했습니다. 다음 표를 보세요.
표에서 증가량 차이가 확연하게 보입니다. T만큼 지나면, ⓐ는 4만큼 ⓑ는 2만큼 증가합니다. 다음 사이클은 각각 8, 4만큼 증가합니다. 다음 사이클은 충분히 예상되시죠?
다음 그래프로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다만, 실전에서 시간이 촉박하므로 표를 먼저 그렸다면 그래프까지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표 없이 그래프를 바로 그리면 더 좋긴 합니다.
표 없이 푸는 것과 구체적인 수치가 찍힌 표(or 그래프)로 푸는 것의 차이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시험에서 ㉮와 유사한 사고 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를 만났을 때, “예를 들어보자!”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는 “ C_t 값에서의 발색도”의 차이를 물어보고 있습니다. “ C_t 값에서의 발색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C_t 값이 무엇인지부터 봅시다. [A]의 두 번째 문장에서 “표적 DNA를 검출했다고 판단하는 발색도에 도달하는 데 소요된 사이클”을 C_t 값이라 하네요.
C_t 값은 첫 문장의 “일정 수준의 발색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사이클”과 맥락이 닿습니다. “일정 수준”과 “표적 DNA 검출했다고 판단될 수 있는 수준”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 C_t 값에서의 발색도”는 일정 수준의 표적 DNA를 충분히 검출했다고 판단하는 발색도입니다. “일정 수준의” 발색도이므로 ⓐ와 ⓑ의 “C_t 값에서의 발색도”는 차이가 없이 같습니다.
여기서 [A]의 첫 문장에서 “일정 수준의”라는 특이 표현을 민감하게 읽었어야 합니다. 고정값에 관한 표현이 그 해 수능에 똑같이 출제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학생들이 고정값에 관한 표현을 지나치고 오답을 골랐습니다. 기출 공부의 대상은 평가원에서 중요하게 반복되는 출제 포인트가 되어야 합니다(이에 관해 다음 칼럼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다음으로 ㉰는 ⓐ와 ⓑ의 C_t 값의 대소 관계를 묻습니다. C_t 값을 알아보기 위해, C_t 값에서의 발색도를 다시 생각합시다. C_t 값에서의 발색도는 표적 DNA를 검출했다고 판단하는 발색도입니다. 표적 DNA의 농도가 16일 때, 표적 DNA를 검출했다고 가정합시다. 다음 표를 보세요.
ⓐ의 경우는 초기 농도가 4여서 복제 사이클이 2번만 지나도 검출했다고 판단되는 16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의 C_t 값은 2T입니다. ⓑ의 경우에는 초기 농도가 2여서 복제 사이클을 3번을 지나야 16에 도달합니다. 따라서 ⓑ의 C_t 값은 3T가 됩니다.
그래프로 보면 더욱 명확합니다.
㉰는 ㉮에서 했던 사고와 ㉯에서의 생각을 바탕으로 도출이 됩니다. ㉰를 예시 없이 생각만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의 초기 농도가 ⓑ의 초기 농도보다 높기 때문에, ⓑ보다 빠른 속도로 DNA 농도가 증가합니다(㉮에서 했던 사고). 그러므로, ⓑ보다 더 빨리 일정 수준의 표적 DNA양에서의 발색도, 즉 C_t 값에서의 발색도(㉯에서 했던 것을 활용함)에 도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C_t 값은 ⓐ가 ⓑ보다 짧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통해 명료하게 사고를 펼쳐나갈 수 있습니다. “예시 들기”는 수학뿐만 아니라 국어에서도 유용한 전략입니다. “예를 들며 사고하기”라는 전략은 저의 첫 칼럼 “카이스트 출신이 국어 L-그래프 지문을 푼다면?(https://orbi.kr/00062214365)”에서 똑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 풀이 그 자체보다 이 풀이에 적용한 사고 방법을 가져가길 바랍니다. 다음 칼럼에서 “예시 들기”라는 방법을 22학년도 수능 문제를 풀 때도 비슷하게 적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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