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단편] 라이카 -1
게시글 주소: https://spica.orbi.kr/0006750395
Laika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언제부터 사고하기 시작했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의 탄생부터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런데 난 나의 탄생부터 모든 것을 기억한다.
내가 태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다.
그들은 샴페인 뚜껑을 따며, 나의 탄생을 축하했다.
그들은 나에게 두 발로 걸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지만 넘어지고 말았다.
한 명이 우린 망했어! 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은 괜찮다. 나중에 조정할 수 있다. 라며 안심시켰다.
나까지도 안심되었다.
내가 자란 곳의 사람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문학, 역사, 과학, 언어, 수학... 거의 모든 것들을 가르쳤다.
아버지는 내가 배우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걷는 법을 다시 배웠다.
내가 잘못 태어나서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흰색 가운의 사람들이 나에게 보조장치를 만들어 줬다.
덕분에 나는 남들과 똑같이 멀쩡하게 걸을 수 있었다.
언제는 아버지가, 내 형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어떤 방으로 날 인도했다.
내 형은 커다란 컴퓨터 속에 담겨있었다.
그의 이름은 "햄"이었다.
형은 왜 저렇게 덩치가 크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기들의 한계였다고 한다.
형은 음성 대신, 작은 화상을 통해 문자로만 말할 수 있었다.
그 때 아버지의 말로는 나는 특별했다.
형도 나를 특별하다고 했다.
나는 확실히 특별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어느 날은 책을 읽고 있던 도중에 사람들이 내 방에 들어왔다.
다들 자주 보던 사람들이라 경계하지 않았다.
나보곤 가만히 있으라며 날 의자에 묶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말에 나는 얌전히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커다란 나사를 내 손가락에 밀어넣었다.
금속의 차가운 느낌이 온 몸에 전해졌다.
나는 너무나도 두려워서 소리치고 몸부림쳤다.
그런데 구속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 몸 곳곳에 나사를 박아 넣었다.
그리고는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
이제 그들은 믿지 않기로 했다.
난 바로 아버지의 방에 찾아갔다.
아버지는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다 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안심되었다.
그 자리에서 잠들 수 있었다.
내가 태어난지 10년이 넘었을 때 였다.
사람들은 나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기존에 배우던 역사와 과학과는 다른 것이었다.
새로운 기계들을 다루는 것이었다.
직접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앞서 배웠던 어떤 과목보다도 열심히 배웠다.
아버지는 역시 내가 배우는게 빠르다며 칭찬했다.
주변의 사람들은 내가 여행을 갔다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나도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사람들은 나의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일 뒤, 나는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사람들은 내 목적지를 정해줬다.
나는 이 거대한 것을 타고 먼 곳까지 여행을 갈 거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내가 아는 것들을 이야기해 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난 사람들이 정해준 목적지로 가지 않을 거다.
나는 최대한 멀리 갈 생각이다.
우주의 끝으로 갈 생각이다.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지구처럼 우주는 둥글다고 말했다.
즉, 지구에서 한 방향으로 끝없이 가면 다시 지구로 돌아온단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걸 믿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고 싶었다.
아버지가 계속해서 연락할테니, 앞으로 끝까지 나아가라고 했다.
나는 아버지를 믿고, 우주의 끝으로 가서, 다시 지구로 돌아올 거다.
아버지를 비웃은 사람들을 한방 먹여주고 싶었다.
내가 지구로 다시 돌아오면, 모두가 날 영웅으로 대접할테지.
아버지와 나를 욕한 권위 있는 과학자들은 다들 멍한 표정으로 서 있을거다.
나는 기계에 탑승했다.
그리고 배운대로 기계를 조작했다.
기계는 광속보다 수십배 빠른 속도로 지구를 벗어났다.
그런데 나의 여행을 준비시켜 준 사람들이 눈치챘는지, 나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당장 정해진 항로로 가지 않으면 내 기계를 폭파시키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난 그가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나와 기계에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얼마인지 알기 때문이다.
저들은 이걸 폭파시키나, 그냥 떠나게 놔두나 기계를 잃는 것은 똑같다.
여행을 한지 한 달이 지났다.
나는 가끔 흔들리기도 했다.
창 밖으로 우주를 보며, 우주의 끝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건지 생각했다.
그럼 나는 영원히 미아로 혼자 살아가게 되는 건가?
그 때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는 아버지께 나의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대답했다.
지구는 무조건 둥글 거고, 우리는 그 증거를 찾아 지구의 영웅이 될 거라고 했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다졌다.
나는 반드시 지구로 돌아가서, 나와 아버지를 욕했던 과학자들을 엿 먹일테다.
여행을 시작한지 788일 째,
나의 유일한 낙은 이 우주선에 있는 생물 배양소다.
지구의 정원을 그대로 옮겨둔 것 같은 이 방은,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여행을 떠난지 3000일이 되었다.
아버지는 나의 여행이 3000일이 된 것을 축하한다며 메세지를 보냈다.
사실 이 메세지도 아주 오래 전에 보냈을 거다.
오랜만에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내가 떠났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많이 핼쑥하고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나를 위해 밝은 척 하며 영상을 찍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슬퍼졌다.
만약 정말 우주가 둥글지 않다면, 아버지는 어떻게 하실까.
나도 또한 어떻게 할까.
지금이라도 돌아가야하나?
아니다. 내가 지금 돌아가면 오히려 아버지는 더 실망하실 거야.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더 비웃음 받고 욕을 얻어먹겠지.
나는 다시 지구로 돌아갈거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여행을 시작한지 20000일이 지났다.
나는 지구를 떠난 물체 중에서 가장 오래 체류한 물체다.
한 러시아인의 6700일의 기록보다 3배 정도 오래 체류했다.
이전의 기록을 가진 러시아인은 6700일 정도를 우주에서 체류했다.
그 중에서 1000일은 우주미아로 떠돌아 다녔다.
우주미아를 위해 특수 제작된 우주복을 입고 우주를 떠돈 것이다.
그를 발견하고 구조했을 때, 특수 우주복에는 액체가 3%밖에 남지 않았었다.
러시아인은 당연히 제정신이 아니었고, 지구에 도착했을 땐 죽고 말았다.
하지만 죽었을 때의 표정은 누구보다도 밝아보였다.
다시 지구로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뻤던건가.
나는 이제 돌아가는 것도 막막해질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왔다.
이제 영상/음성 전송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아버지와는 문자로만 연락했다.
아버지는 아직도 희망을 가지고 계셨다.
나도 아버지의 희망을 같이 지니고 있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그거 달게
-
생윤 사문 둘다 이상함 혼자 개념책 다른거 쓰는듯 아님말고
-
갑자기 아침에 확 추워진거 보니 수능이 다가오는군요 0
작년에 장수 끝에 성불한 사람인데 올해는 안치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다들 끝까지...
-
한창 원서 쓰고 학과 얘기 할 때 내가 정외과 가고 싶다고 하니까 그 이과 친구가...
-
싸우면 누가이김?
-
근데 오랜만에 과탐 실모 풀어보는데 잔실수 너무 많이 나오네 수능만점 라스트댄스는 포기해야할듯
-
이해원은풀엇어요
-
선지에서 시계방향 반시계방향 물어보는데 이건 부정행위 안걸리나
-
옯 지운다.. 1
인강듣는 날에믄 깔아야할듯..
-
실모 넘기는 소리 이런게 생각해보니 좀 시끄러울 수도 있을거같아서요 방해되나여
-
제가 웹으로 강의를 다운로드해서 받는단 말이죠 아쿠아플레이어도 깔았는데 계속...
-
내가 야동보면 그 사람들도 같이 보는거임?
-
나형틀딱 수학 0
딱 2년째 준비중입니다. 백분위 작수 78 6평 92 9평 82로 도저히 늘...
-
공부 안한다고 혼내도 흐뭇함
-
소신발언 1
시립대 논술 기출 벼락치기 중인데 이거 연논보다 어려움;;
-
기존의 감청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서 집행하는 건데 지금 하겠다는 감청법은 법원...
-
아마 2년 꿇을 생각하셔야할듯? 내년에 들어오더라도 1년 같이 휴학할거는 뻔하고 그...
-
무휴반중인데 초반에 예상했던것보다도 훨씬 시간이 많이 안 나네요… 몰반이기도 하고...
-
이시점에서 고액과외 맞는걸까 비약적인 성적상승 사례가 있긴있음 이게 진짜인지 검증할...
-
신이 존재하는 이유 13
1. 이 세상이 존재한다 2. 존재하는것은 원인이 있다 3. 이세상이 존재하는...
-
기출보면 광도 만배면 별 만개 모은 광도랑 같냐는거 있던데 성단으로 문제내도 현...
-
뉴런 필기본 판매하는거 법적으로 문제 되나용? 버리기 너무 아까운데..ㅠㅠ 현우진쌤...
-
정시 합격예측 0
텔레그노시스랑 대성에서 제공하는 배치기준표랑 너무 차이가 나는데 뭐가 더 믿을만하나요??
-
수학 실모 0
1일1실모하려하는데 서바나 강대k를 풀까요 인강n제를 풀까요
-
오늘은 일반적인 학생부 종합 면접이 아닌, SKY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에서 진행되는...
-
노베 삼수생 본인 새끼 하라는 공부는 재수때보다 안하고 걍 인생 좆된듯 ㅋㅋㅋ
-
내년 수능 준비하는 군인입니다.수학 커리 조언 부탁드립니다. 2
군대에서 별의별 인간들을 만나고 갓생살려고 내년 수능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수학 커리...
-
시발
-
적자생존빼고
-
조정식 현강을 듣게 되었는데 모고를 미리 받아서 들어가야하나요 아니면 강의실에서 배부를 해주나요?
-
이정도 수능에 나오면 난이도 어떤편? 올해 0,1,2 매칭 나올까?
-
92의 벽 4
-
attention is what i want
-
딱딱한 거 먹을 때 마다 ㅈㄴ 아파서 가봣더니 사랑니 쪽이 삭아서 그렇다는데 당장...
-
* 현재 시점에 수업을 진행할 경우, 일부 파트만 진행 가능합니다. * 예비 고3...
-
옥린몽 어려우면 3
듄탁해 강의 들으셈 전체 줄거리 권별로 설명 개잘해주심 강의도 2시간인가 3시간인가 짧음
-
좀 떨어지지 않았음..? 메가보다 컷 높게 잡히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거같은데 본인...
-
사설 지구 국룰 2
첫페이지부터 괴랄
-
사실 물지아야
-
세지 질문 2
뭐지 카자흐스탄 몽골 국경접하는거아닌가요? 아니라는데 첨점인가..
-
과하싫 4
과제하기싫다
-
ㅋ...
-
인스타 팔로워의 1/3..? 옯창은아님을알수있군.
-
물1 파동 1
여기 개잘할려면 뭐 들어야됨? 특특느낌으로 파동 알려주는 강의 있나요?
-
이건 무슨 병일까요
-
흠...
-
미안사실그런건없어......어쩌다 보니까 강대 문제집(강대n제, crux?)이랑...
잘 모르지만...
그냥 막연히 카프카 읽는 느낌이 나요...카프카도 많이 아프고 그래서 그런지...
라이카-2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