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an.TMI] 나는 왜 대학원을 다니는가
안녕하세요 션티입니다.
최근 키쓸개 관련한 글로만 인사를 드렸는데,
사실 저는 강사/저자가 아니라 그냥 오르비 회원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눈팅으로 치면 정말 센츄 정도는 아닌가 하고,
나름대로 개인적인 얘기로 지난 수 년 간 많은 글도 썼지요.
저번 현강 때 잠깐 얘기했나, 정말 진반농반으로,
강사/저자로 돈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벌면,
동네 카페 하나 차려서 글이나 쓰고 싶다,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오늘도 생각보다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던,
Week5 원고를 마무리 짓고,
논문을 읽기 전에 잠깐 짬을 내 끄적끄적글을 써봅니다.
특히 오르비에는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도, 저를 공감할 수 있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소중했던 수험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대학이라는 것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당장 재수 끝나고, 삼수 끝나고 오르비에 라인을 물어보던 때가
지나고 나서 보니 그리 긴 과거처럼 느껴지진 않습니다.
실제로 이 곳에 저랑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는 수험생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저도 아직, 시나브로 멀어지고는 있지만, 강사/저자여서 제가 더 멀어보일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 수험생 때의 연장선상 나이이고, 나름의 질풍노도를 겪는 나이입니다.
슬슬 몇 년 더 지나면 정말 멀어질 것 같아, 아직 수험생활이 나에게 강력한 무엇일 때의 얘기를,
그런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절대 논문 읽기 싫어서 distracting myself하는 거 아닙니다. 진짜예요.)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입학은 몇 년 전에 해놓고 이번이 첫 학기인데요.
관악에 있는 학교이고, $이라는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전공을 하고 있습니다.
경영에서도 인사조직, 인사와 조직에서도 조직(개인)행동 쪽을 공부하니까요.
거기다 하는 일은 사교육 쪽인데, 관련이 정말 1도 없는 이 전공을 저는 왜 공부할까요.
저도 저를 한 번 들여다 볼까 합니다.
아래 두 글을 읽으시면 좀 더 제 상황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5년전 클스마스에 쓴 삼수 수기
나는 대학을 삼수했고, 군대를 사수했다.
1. 그 곳의 공기를 마시고 싶다.
고3 올라가기 전 겨울이 생각납니다.
모의고사 평균 4, 5등급의
공부를 하지 않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이대로 살다간 안 될 거 같아,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말에 평균 2등급 정도 나왔을까요.
그리고 어찌보면 해서는 안 됐을, 금기의 사랑에 빠집니다.
서울대라는 곳. 그 곳. 정확히 어떤 계기로 목표가 되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그냥 계속해서 나에 대해,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다보니 이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의탑 꼭대기에 있는듯한 그 곳. 그 곳을 가고 싶다.
열망한다. 열렬히.
직접 갔습니다. 부모님과. 그리고 캠퍼스를 돌았지요.
광활하고 - 웅대했던.
그 겨울날의 공기는 멋지게도 차가웠습니다.
이 찬바람은 계속 맞고 싶다.
그리고 사랑의 크기만큼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열렬히 살았어요.
체육교육과를 목표로 보낸 고3,
그리고 일반 문과를 목표로 보낸 재수,
그리고 삼수...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 '지적인 재능'은 그 사랑을 이룰만큼 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컸다면 우선 국어(그 당시 언어)를
참 잘하지 않았을까 하고.
그렇다고 이 한계를 극복할만큼의 노력에도 미치지 못했고요.
그 곳의 공기를 참 마시고 싶었는데.
그 공기를 마시며 펜을 잡고 노닐면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을텐데. 마시지 못했습니다.
같은 서울 바닥의 공기였지만 조금은 먼 곳으로 대학을 갔죠.
그리고 그 공기의 느낌은 잊혀지는 듯 했습니다.
돌고 돌아 - 대학교가 아닌 대학원으로 이 곳에 다시 왔습니다.
학부 분들의 능력에 비할바가 전혀 아니지만은,
그러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10년 전의 내가 바랐던 것,
이 곳의 공기를 마시며 거니는 것
이 곳의 공기를 마시며 공부하는 것
이것들을 10년 후의 내가 이루어주었으니까요.
내일도 그곳의 공기는
상쾌할 것 같습니다.
2. 무식하다.
나의 지적 능력, 사고 능력은 수능에서 멈추어버린 걸까 -
라는 생각을 20대를 보내고 자주 합니다.
그도 그럴듯이, 저는 학부에서 영어통번역학과를 전공했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 그것은 아시다시피 다시 '아기'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인 단어의 의미, 발음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수준.. 중학교 수준.. 고등학교 수준..
대학교 수준까지 읽고, 쓰고, 말하고, 들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미 해외에서 수학하거나 외고에서 날렸던 친구들은 아기가 될 필요가 없었지만,
정말 수능영어,만 팠던 저에게는,
초등학교의 영어, 중학교의 영어, 고등학교의 영어 수준을
네 가지 영역에서 다 갖추기 위해 노력하기가 참으로,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고(빈말 아닙니다.),
평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고등학교, 대학교 수준의 영어까지 끌어올렸기에,
이 대한민국 엘리트 영어 집단 중 하나인 통역장교를 했을진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 이상,의 '지적 성장', '사고력 성장'은 하지 못한 것 같다,
는 것입니다.
아기의 기본적인 대화 수준을 사고수준으로 양적화 했을 때,
한 5 정도 될까요. 아이는 10.... 해서
중학교 40 고등학교 50 대학교 60 정도라고 하면,
영어도 60으로 만드느라 기저에 있는 사고 수준을 60 너머로 끌어 올리지 못한 것이지요.
대학교에서 다방면으로 공부하여 이를 70이나 그 이상으로 끌어올렸어야 했는데.
아직도 대부분의 영역이
수능 수준에서 머물러 있음을 절감합니다.
오르비를 보면, 그 이상 수준의 멋진 분들이 참으로 많은데요
(창립자님부터 넘사벽..)
수학에서의 확률 통계에 대한 지식이라든지,
(문과 대학원도, 논문은 무조건 확통입니다. 확통 열심히 하세요..)
국사도 그렇고 여러 사회 과목들에 대한 지식.
특히 경제의 경우는 삼수 때 '일부러'
나중에 도움 되려고 했던 과목인데
지금도 경제 지식이 수능 수준에 머물러,
아니 그마저도 까먹었음은 참 부끄럽습니다.
오르비 프로눈팅러인 저는
1, 2년 전 오르비 댓글에서 이런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아마 ㄱㄴㄷㅅ) 학원의 좋은 대학 출신의, 10년 20년 학원계에서 일하신 선생님께서,
'내가 생각하는 수준이 수능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라고 하셨다는군요.
저도 그렇게 될 수도 있음을 직감했는지,
이 댓글이 아직까지 기억이 납니다.
참 무식합니다.
그리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평생 20살 수능 수준의 사고만 하다 죽을 걸 확신합니다.
제가 집중하는 일 외에는 너무나 집중 버튼을 off해버려서,
대학 때는 영어 외에, 지금은 키쓸개와 강의 외에는 신경을 너무나 쓰지 않습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명한 시간 배분은,
대학원 수업을 준비하고 듣는 시간도 모두 키쓸개와 강의 구상, 홍보, 디테일 작업에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제가 돈을 더 벌 확률도 높아지겠지요.
그래도, 저도 돈 참 좋아합니다만,
돈이 다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을 다닙니다.
다녀야만 무엇을 '공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는 또 약간의 '의무' '강제'가 있어야 하기에.
그래서 지난 한 달 간 침대에서 잠을 자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고
대부분 옷장 옆에서 쪽잠을 잤지만 이런 모습도 객관화 해보면 참 멋진 열정인듯 합니다.
오르비에 있는, 그리고 사회에 있는 수많은 똑똑한 분들을 따라갈 순 없을 것 같으나,
그래도 노력해보려 합니다.
3. 나도, 배운다.
2번의 연장선상입니다.
앞으로 몇 년은 아마도, 강사라는 직업으로 살아갈 것 같습니다.
잘 된다면 일주일 내내 누군가를 가르치는,
수업으로 살게 되겠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특성상,
거기다 이 점수 상승을 위한 수능이라는 특성상,
저는 거의 one-way information delivery 수업만
하게 될 것이고요.
어떻게 보면 가르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수평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조금은 수직적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관성의 동물인 인간은 점차 이 탄성에 젖겠지요.
내가 짱이고, 나만 믿고, 내 말만 듣고 따라와.
돈이라도 많이 벌게 되면,
좋은 걸 입고 좋은 걸 먹게 되면서 더욱 더 이 탄성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려 할테고요.
(실제 제 나이 또래의 잘되는 강사 분들은 참으로 좋은 것들을 입고 신고 다니시더라고요.
저는 일례가 하나 있는데요. 작년에 지하상가에서 이쁜 빨간 모자 몇 만원에 주고 샀다가, 아는 동생이
'형 모자 좋은 거 사셨네요' 한 적이 있습니다. '응? 응 고마워.' 했는데, 그 '좋은 게' 그 '좋은 게' 아니었던 겁니다.
정말 비싼 거. 말하는 거더군요. 알고보니 모자 앞에 '발렌시아가'라고 써있는 그 브랜드가 명품인지 모르고
짭을 한 달 정도 열심히 쓰고 다녔었네요. 그렇다고 나중에 돈을 잘 버는데 굳이 좋은 것을 입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다 자신이 버는 만큼 맞게 쓰면, 멋진 것이고 누구하나 뭐라 할 사람 없지요.)
그러지 않으려고 합니다.
노력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저도 배우는 입장이,
가르치면서도 계속 되어보려 합니다.
그래야 '겸손'이라는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업에서 계속 교수님한테, 반 친구들에게 크리틱을 받고
또 이 논문은 왜 이렇게 어렵지, 이 통계는 어떻게 이해하는거야.
저도 성장하면서 저를 따라와주는 학생들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지.
같이 성장하는 느낌, 그 느낌을 제가 학생이면서 가르치면
더 잘 느낄 것만 같습니다.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봤는데,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빨리 논문 읽고 paper 써야 하는데 ㅎㅎ.
그저, 오르비에도 분명히 많을 장수생과,
목표한 곳을 가지 못해 아쉬운 대학생 분들이
공감하고
그 감정을 몇 년 먼저 느낀 사람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나도 그 즈음에 저럴까, 아니면 다를까.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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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정리한 글 목록인데(업데이트는.. 몰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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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곳에 저랑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는 수험생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킬링포인트
항상 수능만 공부하고 연구하기에 수능 수준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언젠가는 계속 꿈꿨던 스포츠사회학을 전공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는데 션쌤도 똑같은 이유에서 그러셨군요....왜 영어교육전공이 아닌 경영전공을 택하셨는지 궁금했었는데...
저도 한때 스포츠마케팅을 꿈꿨던 고3이었는데..ㅎㅎ 멋집니다!
저는 무조건 부딪쳐보는 성격이라 스포츠쪽을 꿈꿨을 때 박문성 위원, 서형욱 위원, 스포츠팀 감독, 단장, 기술코치님들 다 무턱대고 찾아가서 뵙고 조언을 얻었던 기억이 있네요... 근데 다들 너무 너무 문이 좁고 학부만으로는 이룰 수 있는게 하나 없다고 하셔서 포기했다는ㅠ...그리고 그쪽을 택하기에는 가르치는 것에 너무 자신감이 많았습니다. ㅋㅋㅋ
저와 달리 행동파시군요 ㅋㅋ 부럽습니다아
선생님께서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요?
지금으로선 자유와 창작, 이 두 단어가 떠오릅니다. 강사라는 직업이 여기에 걸맞는 것 같고요.
요번 글을 보고 저는 초격차[권오현 저]에 나온
“끝없는 위기, 끝없는 변신” 이라는 말이 생각났네요.
혹시 이 책을 읽어보지 않으셨더라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왠지.. 이 책을 좋아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ㅋㅋ
오오 책 추천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정식쌤 더..
유웰컴
좋다..
좋다!
폐쇄적이고 하는 건 암기밖에 없는 학과에 다니다 보니 생각하는 수준이 수능이 머물러 있다는 말에 공감이 많이 가요.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공부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아직 수능에 치중해야하는 저로서는 살아가면서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현실의 파도에 휩쓸려 삭아들어가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 수능 공부가 아닌 다른 공주를 하면서 제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그런 치열한 고민의 순간을, 제가 마시고 싶은 공기 안에서, 어서 빨리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공브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의문점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컸거든요. 난 왜 시골에 부유하지 않게 태어나서 저 아이들과 똑같은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없을까, 그래서 결국 난 왜 이정도일까. 얼른 여기서 탈피해서 그들과 대등하게 서고 싶네요. 롤모델이나 다름 없으셔요! 응원합니다!!
멋지게 탈피해서 날아오릅시다 - !
그리고 저도 대학 가서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가 인사 조직 부분인데 너무 반갑네용
ㅋㅋ 영어 공부 열심히 ㅎㅎ
문과 대학원 다니는건 솔직히 뻘짓이죠.
학벌세탁하려고 가는 사람들 많지만 학벌은 학부 기준입니다.
너무 잘알아서 중간에 썼습니다 ㅎㅎ
'진ㅡ짜'가 나타났다
ㅋㅋㅋㅋ 작명센스
공감합니다. 보람도 있지만 내 자신의 성장도 중요하다 생각해요. 이런 글 자주 올려주세요 션티!
엇 잠깐.. 저 대학동에 사는데 말이죠.. 학식 약속이라도 잡아야하는 거 아닌가요?!
58동은안녕하신가요?
선생님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요즘 올 때마다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
넘길다..ㅋㅋ선스크랩 후감상..은 언제할런지..ㅋㅋ좋아요는눌렀어영
ㅋㅋ 고마워요!
존경합니다
감사하지만 저보단 다른 분을!!!
저도 항상 고민하는 지점인데ㅜ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보고 다양한 경험도 하려고 하는데 현실에 안주하게 되더라구요 ㅎㅎ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둘 다 잡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ㅎㅎ
화이팅입니다ㅎㅁㅎ
멋진 분 등판
각자의 상황에서 - 나아져보길 :) !
서울대 공기도 미세먼지에는 소용없음
이 형 넘 섹시하고 머시써
샘 몸이 몇 개여? ㅋㅋㅋ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암튼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제 됐다 싶을때 새로운 게 또 나오더라구요
방금 경보쌤 수업들었는뎅ㅋㅋㅋ반가워요
오호 ㅋㅋㅋㅋ
반가웡~
정말이지 kiss제작부터 대학원부터ㅜㅠㅠ 수험생인 저보다 열심히 사시는것같네요 저도 열공해야겠어요ㅎㅎ
저도 대학원 가고 싶어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