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13편 - 인적자원과 교육
지난 시간에는 공군 파일럿들에게 얼마나 교육이라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다른 사례를 들어 교육이라는 것이 군대에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설명해보겠습니다.
보통 우리는 표면적이고 수치로 드러나는 것을 쉽게 따집니다. 병력의 양이 얼마나, 군비가 얼마냐, 전투기가 몇대냐, 수송 능력이 몇 톤이냐 등 객관적인 지표로 드러나는 것은 비교가 쉽습니다.
그런데 한 조직의 숙련도와 경력, 각 개별 군인의 지식과 경험 수준은 측정하고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임의로 성적이나 지표를 정하고 최대한 객관화를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갈길이 멉니다. 마치 수험생들의 실력과 사고력 수준을 한번의 모의고사 성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처럼.
표면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해당 요소를 등한시하기 쉽지만 몇몇 사례만 보아도 이 훈련도나 교육 수준이 얼마나 심각하게 작용했는지는 충분히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제국의 기습적인 선제공격으로 태평양 전쟁의 시작을 알린 진주만 공습. 미 해군 주력 전함 대부분이 여기서 박살나면서 미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집니다)
진주만에 주둔 중인 미 해군에 심대한 타격을 시작으로 일본 제국은 태평양을 두고 미국과 총력전을 벌입니다. 해당 사건이 워낙 충격이고 역사적인 분기점이기에(참전을 꺼리던 미국을 연합국에 반강제로 참여시키면서 2차 세계대전의 양상이 급격히 기울게 됨) 유명합니다만 미국에게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군이 큰 피해를 입었으니 당연히 최고책임자나 수뇌부, 장교들이 그 책임을 물어 마땅합니다. 자신들이 곧 해임이나 좌천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군 주력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절망감과 트라우마가 겹쳐 미 해군 장교단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신임 사령관을 맡게된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인사관리에 정평이 난 인물이었고 사람에 대한 평가가 정확했습니다. 그가 보았을때 진주만 공습의 책임을 물어 장교단을 해체해버리면, 이만한 인력과 엘리트들을 당장 보충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당시 미 해군은 군사적으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복무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군사 전문가 양성을 시작하더라도 최소 몇년동안 미 해군은 공백기간이 필연적이었기에, 높은 교육 수준을 받은 인적자원을 함부로 포기할 수 없었고 니미츠 제독은 미 해군 장교단 전체의 유임과 명예 회복을 취임식에서 약속합니다.
실제로 역사는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결과적으로 보여주며, 1년도 안되어 미 해군이 미드웨이에서 대대적인 반격으로 일본 해군의 주력 항공모함들을 몰살시키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미드웨이 미 해군의 공습을 받고 침몰하는 일본 항모전단의 삽화. 해당 전투로 일본은주력 항공모함 뿐만 아니라 가장 뛰어난 숙련도를 가진 항공 정비사와 항공모함 승조원, 파일럿을 다수 잃으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진주만에서는 천운으로 미국 항공모함 전대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운 좋게 원래 항구에 입항하기로 된 날을 악천후 등에 의해 지키지 못하여 항공모함까지 학살당하는 비극은 없었습니다. 이에 일본 해군은 미 해군의 주력 전함이 부재한 상황에서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미 항공모함을 유인하고 전멸시킬 작전을 세웁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한 미 해군은 미드웨이 전투에서 일본 항모의 움직임을 몰래 지켜보다가 항공력을 쏟아부엇고, 집요한 공격으로 일본 항모는 운명의 5분 동안 3척의 주력 항공모함을 잃습니다.(마지막 한대 남은 항공모함은 미 해군에게 반격을 시도하다가 최후를 맞이함)
일본제국이 오랫동안 공들여 키워온 주력 항공모함 전단을 잃었다는 부분은 단순한 물질적 상실을 뛰어넘습니다. 일본 항공모함이 유폭이 나 굉침하면서 당시 작업 중이던 항공정비병을 화마가 덮쳤고 수백명이 순식간에 전사합니다.
산업적으로 뒤떨어지던 일본은 기계와 정비에 능숙한 민간인이 드물었고 따로 국가가 투자하여 조종사 시험에 탈락한 사람들을 모아 정비병으로 교육시켰습니다. 일찍부터 항모 기동부대를 운용한 일본은 경험과 훈련이 충실한 항공정비병을 보유했으나 미드웨이 해전으로 전체 인원의 40%를 잃습니다.
이들은 같은 항모와 조직에 오래 근무하면서 높은 효율과 팀워크를 발휘하던 인재들이었고, 전쟁 종결까지 이들 수준만큼의 숙련공을 확보하기는 커녕 끊임없는 인적자원 소모로 일본 항공모함 전단의 기량은 계속 떨어집니다.
마치 야구팀에서 1군과 2군 선수들이 나뉘어져 1군의 빈구멍을 메꾸어주는 예비군 성격의 2군이 있듯이, 일본군도 항모 전단이 더 있었으나 미드웨이에서 전멸한 항모 전단만큼의 조직력과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물질적으로 귀중한 항공모함 뿐만 아니라, 최고의 실력을 가진 기술자들이 대거 전사하면서 일본 해군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미군에게 밀리기 시작합니다)
수능 시험도 과거보다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수능을 쳐본 선배나 선생님들이 계속 배출되어 연구를 거듭하며, 더 높은 교육 수준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빨리 성장시키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수능 출제진들도 오랜 출제경력을 가진 1군뿐만 아니라, 다음에 수능을 출제하게되거나 아직 경험이 부족한 교수, 교사를 2군의 예비대 성격으로 같이 섞어서 합숙하며 수능을 출제합니다. 경력이 풍부한 출제위원들이 갑작스럽게 증발한다면 수능 출제수준 또한 질적하락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유능한 인재의 지속적인 유입과 탄탄한 교육체계, 경력이 풍부한 선배의 존재는 분야를 막론하고 지속성을 좌우한다고 느낍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쪽지 확인 부탁드립니다~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서강대=동국대 0
둘 다 조발 안 하네
-
인하대 컴공 0
예비 26번인데 추합가능할까요? 작년에는 예비54번까지 돌았는데 올해 모집인원이...
-
노무현 1
이거 맞음?
-
전담기기 추천좀 1
젤로 발라리안맥스 아스몬 써봤는데 젤로는 맛표현, 밀어주는 힘? 같은게 너무 약하다...
-
스카이뱃 역순이네 그와중에
-
피램 구매 완료 0
2025 버전 싸게 올라와서 당근으로 구매 완료 독서 김승리 문학 피램으로 목표 달성해야지
-
데이트할래? 2
좋아
-
쉬운데 호흡이 긴 문제
-
그런거냐
-
나쁘진 않다는데 어떡하지
-
삼룡이긴 한데.. 증원도 그렇고 해서.. 최악의 상황이면 여기에 갈수도 있어서 물어봐요
-
소원이없겠다
-
수시6장+수능원서+정시3장+책 몇권 사고도 돈이 남아돌게 만들어야겠다
-
서강대 뭐해~
-
고대식 650언저리면 14
어디라인임? 서성한이 그쯤되나? 그리고 원래같으면 저점수로 고대 젤 낮과도 보통은 안돼죠?
-
아 야쓰 마렵다;; 12
이렇게 하는 건가요?
-
노짱님 0
???
-
오르비에 종종 보이는 비호감 유형이 있는데 1. 부모님 직업or재력 자랑+이성한테...
-
정신병이 맞던걸까?
-
ㄹㅇㅋㅋ
-
어렸을 땐 잘했으니까 그 모습만 기억하는 친구들은 기대치가 나보다 높아짐. 그게 나한텐 부담이 됨.
-
694 들고 다른 과도 아니고 영문 넣었다가 떨어지고 결국 복학 아니면 다른 과 재...
-
??
-
글 다 밀었다 5
-
무엇도 해줄 수 없는 내 맘 앞에서
-
현역 고3 올라갑니다 수1,수2 분명 작년에 했었고 자이스토리 다 풀정도에 킬러빼면...
-
여장 처음하는데 평가좀 13
24학년도들어와서는 수열문제의 포멧자체가 달라진거같음. 전에는 약간의 논리적 발상이...
-
여긴 패션시티 6
-
어? 10000회독 해보신 분 있나요 ?? 어어?
-
그때가 진짜 황금기였던듯… 칼럼러, 고수들이 넘쳐났던
-
홍익대학교 새내기 where~~~??? 홍익대 합격생을 위한 면맛집 정리!!!!!!!!!!!! [홍대25]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홍익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홍익대생, 홍익대...
-
극악무도한 반역자는 척결이답이다..
-
나만늦는거같아 7
친구들은이제졸업반인데난.
-
올해 신설 모집단위고 진학사 마지막날 4칸이었는데 혹시 추합끄트머리라도 걸릴까요?
-
ㅈㄱㄴ
-
아주대 자전 0
아주대 자전 지원했는데 진학사 점공에서 181명 중에 150등인데 점공계산기 돌리면...
-
다군 인공지능은 예비11번
-
폰겜추천좀요 11
난이도 낮고 좀 가볍게 할만한걸로 포커를 해볼까
-
인하대 합격 2
항우공 드가자~
-
내가 서강대를 뜬다 걍 중대간다 ㅅㅂ
-
닉네임뭐로바꿀까 8
닉이구리기도하고이닉네임달고수능봤을때잘본적이없어서리프레쉬하고십다노
-
ㅈㄱㄴ
-
인하대 추합 1
인하대 공학융합학부 131명 뽑고 564명 지원했어요 예비 163번 받았는데 돌까요?
-
김성은t 무불개(쎈등 문제집 병행)->뉴런+기출 어떤가요??
-
윤혜정 입문 vs 빠작 문학으로 독학 예비 고2임 인강 듣는데 좀 쉬운거 같아서...
-
어캄
-
조발 일정없으면 없다고 확실하게하고 있으면 있다고 확실하게해주면 좀좋아
-
정법이랑 생윤중에 고민인데 개솔같긴하지만 국어 인문철학지문이 젤 쉬우면 생윤가도 괜찮나요
-
키가 74cm임 5
어캄..